[높빛시론] 오충현 동국대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

오충현 동국대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
오충현 동국대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

[고양신문] 지구상에서 식물이 분포하는 조건을 살펴보면 온도와 물이 가장 중요한 요소다. 물론 토양이나 태양광, 공기 등도 중요한 요소지만 지구상에 분포하는 열대림, 온대림, 아한대림 등과 같은 주요 식물 분포지역을 살펴보면 해당 지역의 강수량과 온도가 식물분포 영역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것을 알 수 있다. 식물이 살아가는 영역은 식물을 먹이자원으로 하는 동물들이 살아가는 영역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사람이 살아가는 영역을 살펴보면 다른 생물들과는 그 조건이 조금 다르다. 사람은 온도가 적당하지 않아도 식량과 에너지, 물이 있으면 살아가기 어려운 곳에서도 잘 적응하면서 살아간다. 우리가 흔히 에스키모라고 부르는 이누이트족이 대표적이다. 사람은 온도가 가진 한계를 에너지를 이용해서 극복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생물들이 살아가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생존이 가능하다. 사람이 가진 이런 특성 때문에 산업혁명 이후 사람이 살아가는 영역은 더 크게 확장되었다. 여전히 식량과 에너지와 물의 영향권을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교역에 의해 이런 자원을 멀리까지 공급받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영역이 더 확대된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수천년간 한반도에서 살면서 문화를 발전시켜왔다. 한반도 자체적으로 식량과 에너지, 물을 자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자원들의 자급 능력 범위 안에서 인구를 유지해왔다. 물론 환경을 극복하거나 개선하기 위해 끊임없이 농지를 개간하고, 수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있었다. 에너지 자원인 목재를 지속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도시 주변 숲을 함부로 훼손하지 못하도록 하는 다양한 제도를 시행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현대사회에 접어들면서 오랫동안 유지되어온 이 균형이 크게 깨지기 시작하였다. 식량은 주곡인 쌀 정도만 자급하고 있고, 물은 어느 정도 자급하고 있지만, 에너지는 거의 대부분을 외국에서 수입하는 화석연료에 주로 의존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수천년간 유지해온 한반도만의 자립체계가 크게 무너졌다. 그 결과 2016년 한국 생태발자국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현재 우리 국토가 가진 용량의 8배가 넘는 소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결과는 우리 국토 외에 세계 다른 곳에서 우리 국토 대비 7배가 넘는 토지를 확보하고, 그곳에서 생산되는 에너지와 식량을 수입해서 사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와 같은 상황은 단지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세계 각국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문제다. 우리나라는 우리 국토 대비 8배를 사용하고 있지만, 지구차원에서 살펴보면 현재 지구에 사는 인류는 지구 면적의 약 1.7배를 사용하고 있다.

이 문제의 근본 원인은 산업화에 있다. 산업화는 지구가 감당할 수 없는 양의 화석연료를 사용하고, 국가 간의 유통을 촉진시켰다. 당초 지속가능하지 못한 에너지 자원에 의존해서 발달한 산업화의 당연한 귀결이다. 산업혁명은 인류의 과학기술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키고, 사람의 수명 연장과 다양한 복지를 증진시키는 등 긍정적인 기능을 해왔다. 반면 화석연료에 기반한 산업화로 인해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크게 훼손하고, 전쟁과 기후변화, 기아, 부의 편중 등과 같은 다양한 문제를 유발하기도 하였다.

산업화로 인해 발생된 문제들에 대한 해결은 당연히 산업화의 혜택을 많이 받은 국가들이 앞장서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역시 후발 산업국가로서 이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런데 혜택을 누리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가 없지만, 책임을 이행하는 것에는 모두가 인색하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결국 현재 인류가 누리고 있는 다양한 편익을 슬기롭게 줄여가야 한다. 지역에서의 식량자급률을 높이고,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지속가능한 에너지 사용 비율을 높여야 한다. 세계 각국은 이를 위해 탄소중립, 사람이 손을 대지 않는 보호지역 확대 등 다양한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와 기업, 시민 모두의 참여가 필요하다. 다소 불편하더라도 겨울철 집안 온도를 낮추고, 플라스틱 폐기물과 음식물 쓰레기를 남기지 않기 위한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식량과 에너지, 물을 자급은 하지는 못하더라고 그 사용량을 줄여 우리나라와 지구를 지속가능하게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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