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포커스 - 미세플라스틱의 위험성

생수 1L당 플라스틱 입자 24만 개
뚜껑 여닫을수록 마모되며 더 생겨
혈관 많은 자궁·난소 쉽게 침투해
난자‧수정률‧배아발달‧DNA 악영향
탯줄 통해 뱃속 아이에게까지 전달

김영아 일산백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미세플라스틱 그 자체뿐만 아니라 가공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화학물질과 미생물이 합쳐져 몸속으로 들어오면 건강에 악영향을 초래한다”며 “정부와 기업의 노력은 물론 우리의 건강과 지구 환경을 위해 종이컵이나 생수병, 물티슈 같은 일회용품 사용은 최대한 줄이면서 미세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한 집단지성 발휘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사진 제공 = 일산백병원]
김영아 일산백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미세플라스틱 그 자체뿐만 아니라 가공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화학물질과 미생물이 합쳐져 몸속으로 들어오면 건강에 악영향을 초래한다”며 “정부와 기업의 노력은 물론 우리의 건강과 지구 환경을 위해 종이컵이나 생수병, 물티슈 같은 일회용품 사용은 최대한 줄이면서 미세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한 집단지성 발휘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사진 제공 = 일산백병원]

[고양신문] 물을 여과하는 과정이나 물을 생수병에 담는 과정, 그리고 생수 병뚜껑을 여닫는 과정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발생한다. 최근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에서는 생수 1리터당 플라스틱 입자 24만 개가 검출됐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독일 라인마인응용과학대학에서 발표한 연구결과에서는 생수병 뚜껑을 여닫는 과정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회 개봉할 때 리터 당 131개의 미세플라스틱 입자(MPP)가 검출됐지만, 11번 여닫은 후에는 2배가량 높은 242개의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검출됐다. 

이탈리아 밀라노대학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생수병 뚜껑을 여닫는 횟수가 많을수록 미세플라스틱이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밝혀진 것. 이는 뚜껑을 여닫는 과정에서 플라스틱 뚜껑과 병목 부분이 마모되면서 미세플라스틱이 나오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매주 신용카드 한 장의 플라스틱 먹는다
생수뿐만 아니라 화장품이나 세안제, 치약, 의약품, 세탁세제 등에 사용하는 작은 플라스틱 알갱이인 마이크로비드(microbead)는 이제 통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러한 제품들은 하수구로 버려져 해양오염의 원인이 되고, 물고기를 통해 돌고 돌아 다시 인간의 몸속으로 들어온다. 우리가 일주일에 신용카드 한 장 정도의 플라스틱을 먹는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과학의 발달로 마이크로미터(μm)보다 작은 나노미터(㎚) 크기의 미세플라스틱 입자를 검출할 수 있게 되면서 그 숫자가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미국 컬럼비아대학 연구팀에서 분석한 플라스틱 입자 24만 개 중 나노 플라스틱은 무려 90%에 달했다. 

보통 미세플라스틱은 5mm~1μm 정도이며, 나노 플라스틱은 1μm(1000㎚)보다 작은 크기를 말한다. 1㎚(나노미터)는 1μm(마이크로미터)의 1000분의 1 크기다.

김영아 일산백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상대적으로 입자가 큰 미세플라스틱은 몸속에 들어오기 전에 걸러지거나 몸 밖으로 배출될 가능성이 있지만, 나노 플라스틱은 DNA 크기 정도로 작으므로 우리 몸 어디든지 침투해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여러 연구에서 입자가 작은 미세플라스틱은 혈관을 통해 전달되면서 폐와 뇌, 태반, 모유, 고환(정자)에서도 검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별 미세플라스틱 검출 농도 [그래프 제공 = 일산백병원]
장기별 미세플라스틱 검출 농도 [그래프 제공 = 일산백병원]

미세플라스틱, 모든 장기 침투 염증 유발
WHO(세계보건기구)에서는 미세플라스틱의 위험성을 3가지로 분석했다. 첫 번째는 미세플라스틱 그 자체로 해롭다는 것. 미세플라스틱이 몸속 장기에 붙어 이물질로 존재하면서 장기적으로 염증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인데, 염증반응은 가벼운 질병부터 암까지 모든 질병의 기전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에 당연한 지적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플라스틱 가공을 위해 사용하는 비스페놀A나 프탈레이트 같은 화학성분(가소제)이 미세플라스틱에 붙어 다니다가 미세한 크기로 분해되면서 첨가됐던 가소제들이 함께 나온다는 점이다. 이때 환경호르몬 같은 여러 독성물질이 배출되고, 또 중금속과 같은 독성물질이 미세플라스틱과 흡착해 몸속으로 들어올 확률이 높아진다.

세 번째로는 미세플라스틱 자체는 물을 싫어하는 ‘소수성’ 성질이 있어서 미생물이 잘 달라붙어 몸속으로 들어오면 감염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김영아 교수는 “미세플라스틱 그 자체뿐만 아니라 가공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화학물질과 미생물이 합쳐져 몸속으로 들어오면 건강에 악영향을 초래한다”며 “여성의 경우 혈관이 많은 자궁이나 난소 같은 생식기관에 침투해 생식기능이 약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22년 중국농업대학교에서 암컷 생쥐에게 35일간 미세플라스틱(폴리스티렌)을 노출한 후 검사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혈액에서 폴리스티렌 농도가 135.86으로 가장 높게 검출됐다. 그다음으로 △비장(106.31) △폐(103.70) △신장(81.56) △간(69.86) △난소(62.60) △소장(53.44) △심장(45.35) △자궁(32.79 △뇌(27.78) △대장(9.95) 순으로 농도가 높았다.

같은 연구에서 미세플라스틱 노출군과 비노출군을 비교한 결과,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된 그룹에서 전반적으로 생식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미세플라스틱 노출군에서 배란된 난자의 숫자, 난자 성숙도, 난모세포 생존율 등도 더 낮았다.

또 다른 연구에서도 30일간 미세플라스틱을 노출한 쥐 실험에서 배란되는 난자 세포가 유의미하게 더 많이 죽는 것을 확인했다. 수정률, 배아 발달, 미토콘드리아 기능 이상, DNA 손상도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된 쥐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암컷 생쥐에게 35일간 미세플라스틱(폴리스티렌)을 노출시킨 후 검사한 결과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된 쥐(오른쪽)가 대조군(왼쪽)보다 배란된 난모세포(난자의 근원이 되는 세포)의 수가 더 적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미지 제공 = 일산백병원]
암컷 생쥐에게 35일간 미세플라스틱(폴리스티렌)을 노출시킨 후 검사한 결과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된 쥐(오른쪽)가 대조군(왼쪽)보다 배란된 난모세포(난자의 근원이 되는 세포)의 수가 더 적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미지 제공 = 일산백병원]

임신부와 아이 건강에까지 악영향
미세플라스틱이 임신부와 아이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중국 서북농림 과기대학 연구팀이 임신한 쥐에게 미세플라스틱을 먹였더니 태어난 새끼 쥐에서 저체중 현상이 나타났다. 또 임신 중 엄마 뱃속에서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된 새끼 쥐 역시 난자 성숙이 떨어지고 수정률과 배아 발달도 감소하는 현상을 보였다.

중국의 또 다른 연구에서는 전자현미경으로 산모의 태반을 관찰한 결과, 태반에서 미세플라스틱을 발견했다. 미세플라스틱이 혈관을 타고 조직 어디에든 투과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조산아들의 양수를 조사한 연구도 있다. 양수는 쉽게 말해 엄마 배 속에 아이가 떠 있는 물인데, 28주 이후 양수의 주성분은 아이의 소변이다. 그 양수를 조사한 결과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엄마 태반과 탯줄을 통해 미세플라스틱이 아이에게도 전달됐다는 의미다. 

정부·기업·개인 집단지성 발휘 절실
김 교수는 “여러 연구를 통해 미세플라스틱이 여성 건강, 특히 생식능력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한다는 것을 확인했지만, 우리 일상생활에서 미세플라스틱은 어디든 존재하고 또 함께 생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안타까운 지점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건강에 치명적인 미세플라스틱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정부가 과학기술계와 긴밀히 협의해 세밀한 정책을 만들어야 하고, 기업도 친환경 생분해 플라스틱 같은 신소재나 새로운 가소제를 개발하는 등 정부와 기업의 노력이 필수적으로 선행돼야만 한다. 하지만 미세플라스틱 노출을 피할 수 없는 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며 개인이 손 놓고 있으면 결코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분명하다. 

김영아 교수는 “개인 역시 자신의 건강과 지구 환경을 위해 종이컵이나 생수병, 물티슈 같은 일회용품 사용은 최대한 줄여야 한다”며 “나의 건강과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버리지 말 것, 사지 말 것, 새롭게 쓸 것’이라는 말을 단순히 구호로만 그치지 말고 실제로 생활 속에서 실천해나가면서 인류의 집단지성 발휘에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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