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거리약장사 중국상품팔기 등으로 연명

“어제가 친정 아버지 생일이었다. 축하한다는 전화통화를 끝내고 혼자 울었다. 조상의 나라에서 외국인으로 살고 있다는 슬픔이 밀려왔다.”

밤가시의 한 식당에서 일을 하고 있는 흑룡강성 출신 김다연(38·여·가명) 씨의 말이다. 김씨는 99년 말 800만원 빚을 얻어 브로커에게 전달한 다음 한국 땅을 밟았다. 그녀가 처음 일을 시작한 곳은 동대문의 컴퓨터 자수 업체.
이곳에서 김씨는 70만원의 월급을 받고 하루 13~4씩 일했다. 그러다 식당에서 일하는 게 더 많은 돈을 번다는 말을 듣고 김포, 안산 등의 식당에서 일하다 얼마 전 일산으로 옮겼다.

현재 고양시에는 김씨처럼 식당 등지에서 일하는 조선족이 약 1만 5천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성일 경우 식당에서 가장 많이 일하며 일부는 한국인과 결혼하여 주민증을 취득한 사람도 있으나 극소수다.
그외의 사람들은 남자일 경우 공사장이나 가구공단 등에서 일하고 있으며 같은 중국동포들을 상대로 중국상품을 판매하는 사람도 있다. 또 중국약재를 가져다가 노점에서 좌판을 벌이는 사람도 있다.
이들의 주거형태는 가격이 싼 월세방이나 식당의 쪽방이 대부분이다. 한국에 들어올 때 목표했던 목돈을 모아가야 하고 얻어 쓴 빚을 갚기 위해선 최대한 절약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다연씨의 경우 한달 국제전화요금이 3~4만원 나오는데 전화비 포함해서 7~8만원으로 한달 생활을 한다. 나머지 돈은 모두 저금하고 있다.
고양시에 거주하고 있는 조선족의 경우 상대적으로 방 값이 싼 본일산 지역에 많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당국에 발견되는 것을 두려워해 대부분 신분노출을 꺼려하고 있다.

일산조선족복지선교센터 함덕신 목사는 “고양시 어느 곳을 가도 조선족 출신의 식당 종업원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들을 한민족이라는 시선으로 바라봐 주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안그래도 노래방 불법영업이다 해서 식당에서 일할 인력이 모자란 우리 사회로서는 이들의 노동력이 고마울 따름이다. 고마운 만큼 사회가 그들을 대접해 줘야 한다. 또 99년 재회동포법에 따라 중국의 200만, 러시아의 50만, 일본의 15만 조선족이 동포의 범주에서 제외됐는데 이도 하루 빨리 시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조선족복지선고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한국에는 약 20만명의 중국동포들이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취업해 있다. 때문에 이들의 신분적 약점을 이용한 온갖 사기 및 임금체불 등이 비일비재 한 것으로 나타났고, 중국현지에서도 한국 취업을 미끼로 한국인에게 사기당한 조선족의 숫자도 3만명이 넘어서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김다연씨는 사범대학 출신으로 전직 초등학교 교사였다. 이렇듯 조선족 취업자들도 다른 외국인 노동자들처럼 고학력자들이 대부분. 이들을 먼저 인격적으로 대하고자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아쉬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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