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기후총선이 뜬다 ① 기후정치바람이 진행한 1만7000명 인식조사 살펴보니

21일 국회 의원회관 3세미나실에서 기후정치바람이 주최한 '2024 총선 결과를 바꿀 기후유권자: 기후 정책과 표심'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자리에서는 지난 1월 발표된 총 1만7000명을 대상으로 한 기후위기 인식조사 자료를 기반으로 지역별 분석결과가 발표돼 관심을 모았다.  
21일 국회 의원회관 3세미나실에서 기후정치바람이 주최한 '2024 총선 결과를 바꿀 기후유권자: 기후 정책과 표심'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자리에서는 지난 1월 발표된 총 1만7000명을 대상으로 한 기후위기 인식조사 자료를 기반으로 지역별 분석결과가 발표돼 관심을 모았다.  

2020년 총선 1, 2위 득표율
고양시을 제외 모두 10% 이내
박빙 예상되는 22대 총선
후보 기후공약이 큰 변수될 듯

[고양신문] 2024년은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후위기가 가속화하면서 이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수준도 크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최근 국제 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가 125개 UN가입국 13만 명을 대상으로 한 기후변화 인식조사에 따르면 ‘위기 극복을 위해 가계소득의 1%를 기부할 생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무려 69%가 ‘그렇다’라고 답했다. 기후위기에 대한 사람들의 민감도가 어느 수준인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처럼 기후위기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면서 다가오는 4월 총선에서도 선거 판도를 뒤바꿀 주요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 1월 22일 로컬에너지랩, 녹색전환연구소, 더가능연구소 등의 단체로 구성된 ‘기후정치바람’은 사상 최대 규모로 진행된 기후위기 인식 심층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국 17개 시도별 1000명씩 총 1만7000명에게 172개에 달하는 기후위기 관련 질문을 던진 결과 우리나라에도 ‘기후유권자’라고 부를 수 있는 유권자 비중이 약 33.5%에 달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후공약이 이번 총선의 당락을 가르는 주요 변수임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21일 ‘기후정치바람’이 발표한 2차 분석 결과는 더욱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었다. 앞선 결과를 바탕으로 지역별 ‘기후유권자’ 분포 현황과 세부 인식조사 분석 결과 등이 공개됐다. 본지는 4월 총선을 앞두고 기후선거 시리즈 첫 번째 순서로 고양시 기후유권자 현황 및 주요 이슈에 대해 다룬다.


62.5% 정당 달라도 ‘기후후보’ 투표 
‘기후유권자’는 '기후의제에 대해 잘 알고, 민감하게 반응하며, 기후의제를 중심으로 투표선택을 고려하는 유권자'로 정의할 수 있다. 기후정치가 거대양당으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것과 달리 이들은 이번 22대 총선의 가장 중요한 화두로 기후위기 문제를 꼽았다. 기후정치바람이 내놓은 조사결과에 따르면 기후유권자들의 14.9%는 경제활성화와 복지강화보다 기후위기대응을 더 중요한 이슈로 꼽았으며 28.8%는 저출생·고령화보다 기후위기를 더 심각한 문제로 바라봤다. 

기후유권자로 정의되는 이들 유권자들의 특성은 인식조사 곳곳에서 확인된다. 응답자의 62.3%는 이번 총선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강조하는 후보에게 ‘더 관심을 둘 것이다’라고 했고 관심 표현의 구체적 방법으로는 90.7%가 ‘투표한다’고 응답했다. 심지어 기후공약이 마음에 들 경우 평소 정치적 견해와 다르더라도 해당 후보에 대해 투표를 진지하게 고민하겠다는 답변이 전체 응답자의 62.5%를 나타냈다.
 

경기도 주요 지역별 기후유권자 비율 및 기후공약 관심도. 고양김포지역의 기후유권자 비율은 41%로 경기도 내 주요지역 중 가장 높은 비율을 나타냈다. 
경기도 주요 지역별 기후유권자 비율 및 기후공약 관심도. 고양김포지역의 기후유권자 비율은 41%로 경기도 내 주요지역 중 가장 높은 비율을 나타냈다. 

특히 고양시의 경우 이러한 기후유권자 비중이 타 도시에 비해 유의미하게 높은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기후정치바람이 21일 공개한 지역별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양·김포 지역의 기후유권자 비율은 41%로 전국 평균인 33.5%를 상회했으며 용인·안성(35.6%), 과천·의왕·성남(29%), 평택·화성(28.9%) 등 경기도 내 주요 지자체보다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위기 대응 공약에 가장 관심이 있다’는 응답자 또한 8.9%로 경기도 내에서 평택·화성(10.1%) 다음으로 비중이 컸다. 

이처럼 고양지역에 기후유권자가 많이 분포한다는 사실은 이번 총선에서 기후공약이 고양시 4개 선거구의 후보당락을 결정할 수 있는 주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해당 자료를 분석한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특히 선거 결과가 박빙인 지역일수록 중도층의 표심이 중요한데 이 정도의 기후유권자 비중이라면 선거 결과를 충분히 바꿀 만한 규모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4년 전 2020년 총선 기준 고양시는 1, 2위 간의 득표율 차가 고양시갑 5.39%, 고양시정 8.55%, 고양시병 9.54%로 고양시을을 제외하면 모두 10% 이내였다.(1, 2위 정당 간 득표차는 덕양구 4.04%, 일산서구 2.42%, 일산동구 1.04%). 이번 22대 총선의 경우 지난 총선보다 훨씬 박빙이 예상되는 만큼 각 후보가 기후위기 이슈에 얼마나 관심을 더 갖고 공약화하느냐가 큰 변수로 다가올 전망이다.  

오는 4월 총선의 주요 격전지 및 기후유권자 분포 현황에 대해 발표하는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정치학자).
오는 4월 총선의 주요 격전지 및 기후유권자 분포 현황에 대해 발표하는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정치학자).

기후유권자는 정치성향이나 지지정당에 관계없이 폭넓게 고루 분포하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한다. 해당 인식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경기도 내 기후유권자 특성을 분석한 결과 기후유권자들은 20대부터 60대 이상까지 비슷한 비중을 보였다. 이중 40대 남성에서 41%로 가장 비중이 높았고 50대 여성에서 26.3%로 비중이 가장 낮았다. 마찬가지로 정치 성향별로 살펴보면 중도 진보에서 42.4%, 중도 성향에서 32.4%, 중도 보수에서 28.3%로 큰 차이를 나타내지 않았다. 정당 기준으로도 더불어민주당 지지자 중 37.4%, 국민의힘 지지자 중 30.6%를 나타내 기후위기 문제는 진보·보수를 망라하는 보편적인 선거 이슈가 될 수 있음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4월 총선 기후정치 원년 될까   
그렇다면 우리 지역에서는 어떤 기후공약이 부각될 수 있을까. 이관후 건국대학교 상허교양대학 교수가 발표한 ‘기후 이슈지역과 기후유권자’ 분석 결과에 따르면 경기지역의 경우 교통부문 탄소배출 감소를 위한 대중교통 확대, 요금 인하 등의 요구가 강하다는 특성을 확인할 수 있다. 경기지역 기후유권자들의 88.4%는 대형 주차장 태양광발전 설비 설치 의무화를 찬성했으며 58.3%는 자동차 적정대수 규제에 찬성했다. 전력자급률에 따른 전기요금 차등화에도 약 절반이상이 찬성했다(54.2%).

기후 이슈 지역과 기후 유권자 특성에 대해 발표한 이관후 건국대학교 상허교양대학 교수
기후 이슈 지역과 기후 유권자 특성에 대해 발표한 이관후 건국대학교 상허교양대학 교수

세부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고양·김포·파주지역을 아우르는 경기4권역의 경우 경기국제공항 건설 추진 반대의견이 51.9%, 산지개발에 대한 의견이 65.3%로 높게 나타났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 목표에 대해서도 40.8%가 ‘인식하고 있다’고 응답하는 등 기후위기 현안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조사를 기획한 기후정치바람은 “기후유권자는 분명히 실체가 있다”고 강조한다. 기후정보에 대한 인지 수준과 민감도, 투표성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선거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는 ‘기후유권자’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이러한 잠재적 유권자 층이 이번 총선에서 수면 위에 드러날지 여부는 미지수다.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기후유권자들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수 있도록 독려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다가오는 4월 총선에서 기후위기 공약이 선거판도를 가르는 주요 변수가 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22 지방선거에서 고양기후시민회의 TF가 진행한 플래시몹.
다가오는 4월 총선에서 기후위기 공약이 선거판도를 가르는 주요 변수가 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22 지방선거에서 고양기후시민회의 TF가 진행한 플래시몹.

이관후 교수는 “기후유권자가 100명 중 5명만 있어도 박빙 선거구 지역에서는 큰 변수를 만들 수 있는 만큼 이번 선거를 충분히 기후총선으로 만들 수 있다”며 “다만 한국의 소선거구제 특성상 각 지역구별로 선거에 적용할 수 있는 기후선거 전략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남은 과제는 각 지역의 현안과 유권자 특성에 맞춰 기후선거 전략을 어떻게 마련하는가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22대 총선 지역별 기후에너지 정책 제안을 담당하고 있는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은 “이번 보고서 내용을 토대로 각 지역마다 기후위기 이슈를 총선의제로 삼는 계기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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