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우 한의사의 건강칼럼

[고양신문] 인간은 본디 발바닥과 땅이 서로 소통하면서 기운을 주고받도록 설계됐다. 식물에 비유하면 발바닥이 땅에 뿌리를 내려 땅의 기운을 흡수해 육체를 튼튼히 발달시키는 것이다. 즉 다리는 땅과 접하면서 만물의 기운을 흡수해 인체와 장부의 구조를 튼튼하게 하고, 손은 만사와 접하면서 인체와 장부의 기능을 활발하게 해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발바닥 자극이 물질을 생산하는 장부와 연결된 경맥의 순환을 촉발해 몸에 필요한 구성요소를 넉넉하게 생산한다고 본다. 반대로 발바닥에 자극이 부족하면 인체와 장부 구조가 약해지고 인체의 공장 역할을 하는 장부들이 자기 기능을 못 하게 된다.

최근 맨발로 걸음으로써 땅바닥을 접촉해 땅이라는 거대한 배터리로부터 무한한 자유전하를 공급받아 몸의 전자 결핍을 해소하고 활성산소를 중화하며 염증을 제거한다는 어싱(Earthing) 이 대두되고 있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인체에서 오장육부는 제각기 생명 활동에 필요한 공장 역할을 하고 있는데, 생산 공장의 의미가 특히 더 큰 장부들이 있다. 첫 번째는 소화·흡수된 음식물을 내 몸에 맞는 성분으로 만들어주는 간장(肝臟)이고, 두 번째는 몸에서 한번 사용된 성분, 특히 혈액을 수거해서 노후 된 것을 파괴한 후 재생산하고 활용할 건 활용하도록 하는 재활용 공장인 비장(脾臟)이다.

셋째는 생명 활동의 축인 음식을 소화하는 소화액을 만드는 효소생산 공장인 췌장(膵臟)이고, 넷째는 인체의 생명 활동을 조절하는 호르몬을 생산관리하는 공장인 부신(副腎)이다.

한의학의 기초 이론은 정기신(精氣神)과 음양오행(陰陽五行)이다. 십이경맥(十二經脈)을 연결해 풀어내면 발바닥은 정(精)을 튼튼히 하는 경맥(硬脈)에 배속돼 있고, 오행(五行) 중 체용(體用)의 관계에서 체(體-구조)를 이루는 목토수(木土水) 장부와 연결돼 있다.

즉 시작을 상징하는 목의 장부로서 간과 비장이 여기에 해당하고 조화를 이루는 토의 장부인 췌장이 여기에 포함되며, 물질의 근원을 의미하는 수의 장부인 신장(腎臟-부신)이 여기에 포함돼 있다. 적당한 걷기 운동과 튼튼한 하체가 곧바로 우리 몸이 자연스레 튼튼해지는 결과로 이어지는 이유다. 

봄이 되면 춘곤증으로 대표되는 봄의 피로 현상을 앓는 사람이 늘어난다. 무언가를 하기 싫다는 생각으로서, 생명유지의 기본인 먹는 것조차도 싫어하곤 한다. 한방에서는 봄을 목(木)의 계절로 본다. 즉 시작의 계절이자 활력과 청춘의 계절이다. 인체의 오장육부에서는 새로운 것을 생산하는 공장인 간(肝)과 재활용 공장 역할을 하는 비장(脾臟)이 목의 장부다. 

봄에 왕성한 활력으로 의욕적인 생활을 하려면 목의 장부인 간과 비장의 기능이 튼튼해야 한다. 그러나 공장 역할을 하는 장부가 본래 약하게 태어났거나 혹은 약해진 경우엔 이를 뒷받침 해주지 못해 봄이 되면 더 힘들고 버겁게 느끼게 된다. 

춘곤증을 비롯한 식욕저하, 어린이들의 새학기증후군, 의욕저하 등은 모두 간과 비장이라는 공장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못하면서 비롯된 모습이다. 다시 말해 간과 비장이란 공장이 튼튼해지도록 발가락과 발바닥의 자극을 얻지 못해 나타난 결과라 할 수 있다. 

비장과 연결된 경맥은 엄지발가락 안쪽에서 출발해 발바닥 가운데 오목한 지점을 지나가는데, 신발을 신고 걷거나 평평한 곳을 걸으면 이곳이 자극받지 못해 비장이 점점 약해진다. 따라서 춘곤증을 해결하려면 외적으로는 엄지발가락과 발바닥을 자극해주는 맨발 걷기를 하는 것이 중요하고, 내적으로는 간과 비장을 보하는 한약을 복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우리가 살면서 건강을 적극적으로 증진하는 방법은 운동과 한약(보약)이라 할 수 있다. 한약은 한의원에서 진료를 통해 내 몸에 맞는 처방을 받아 봄의 보약을 복용하고, 일상에서는 운동을 통해 간과 비장의 구조를 튼튼하게 해야 한다. 

그럼 간과 비장을 튼튼하게 하는 운동은 무엇일까. 가장 좋은 것은 유산소 운동을 바탕으로 엄지발가락과 인접한 발바닥을 자극하는 것이다. 최근 지역마다 조성되고 있는 자갈 지압길, 맨발 걷기용 황톳길을 활용해보자. 

유용우 유용우한의원장
유용우 유용우한의원장

맨발로 땅을 걸으면 흙, 모래, 돌에 의해 발바닥이 자극을 받게 된다. 그러면 경맥의 흐름이 원활해지면서 땅 기운을 흡수해 전신으로 돌리는데, 특히 엄지발가락과 엄지발가락을 따라 옴폭 들어간 부위의 자극은 비장을 튼튼하게 해준다. 따라서 열심히 맨발 걷기를 하다 보면 춘곤증으로부터 서서히 벗어나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의욕이 충만하고 심신이 날아갈 것 같은 ‘봄의 활력’을 느끼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유용우 유용우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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