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바우처 사업 지정기관 논란
"결격 사유 없으면 재지정 유지해야"

발달장애인 활동서비스 바우처사업 기관 재지정 탈락 소식에 학부모 표모씨가 시청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발달장애인 활동서비스 바우처사업 기관 재지정 탈락 소식에 학부모 표모씨가 시청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고양신문] “규모면에서 보면 고양시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 시설인데 재지정에 탈락할 거라곤 생각도 못했어요. 게다가 시의 권유로 작년에 대출까지 받아서 시설 규모를 늘렸는데 이제 와서 활동서비스 지원을 하지 못하게 하면 손해를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일산서구 주엽동에서 발달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최순만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최 씨가 운영하는 센터는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수영과 인라인, 미술 수업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곳이다. 시설규모도 크고 다양한 활동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보니 장애인 이용자와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높아진 인기에 대기인원까지 발생하면서 작년 9월경에는 거금을 들여 시설투자까지 했다. 

하지만 최씨는 이달 초 고양시로부터 주간활동서비스 기관 재지정 심사에서 탈락했다는 날벼락 같은 소식을 전해 들었다. 최씨는 “이용자도 만족해하고 매년 진행되는 점검에서도 큰 지적사항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지정취소 통보는 생각도 못했다”며 “시청에 물어보니 이번에 신청한 경쟁 기관들이 워낙 쟁쟁해서 떨어졌다고 하는데 시설규모와 프로그램을 비교해볼 때 도저히 납득하기 힘든 해명”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문제가 된 발달장애인 활동서비스 사업은 보건복지부가 2019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제도로 정부가 이용자(발달장애인)에게 일정 정도의 서비스 이용시간(바우처)을 제공하면 발달장애인들은 지자체가 지정한 서비스 기관 중 원하는 곳에 바우처를 사용하는 방식이다(주간활동서비스와 청소년 방과후활동서비스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뉨).

이용자 입장에서는 원하는 기관을 찾아 활동 서비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고 기관 입장에서는 이용자들을 많이 유치할수록 바우처 지원 예산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서비스 질 개선과 시설 투자에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이에 고양시는 3년 단위로 활동서비스 바우처 사업 대상 기관을 선정해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 2월 심사를 통해 4개 기관을 새롭게 지정했다. 

문제는 이번 선정 과정 중 기존 바우처 사업 지정기관 2곳(예닮센터, 최순만발달센터)이 탈락하면서 해당 시설뿐만 아니라 학부모들의 반발까지 일고 있다는 점이다. 예닮센터에 발달장애인 자녀를 보내고 있는 학부모 표모씨는 “그동안 문제없이 잘 다니고 있었고 프로그램 등 여러 측면에서 만족해하는 시설이었는데 갑자기 행정에서 일방적으로 재지정 탈락시켰다고 하니 황당하다”며 “발달장애인 특성상 새로운 시설에서 적응하기도 쉽지 않은데 갑자기 다른 곳으로 가라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재지정 탈락 통보를 받은 최순만 발달센터에서 발달장애인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인라인 수업을 진행하는 모습. 이곳 센터는 고양시 내에서도 시설 규모가 크고 이용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곳임에도 이번 심사에서 탈락 통보를 받아 논란이 일고 있다.
재지정 탈락 통보를 받은 최순만 발달센터에서 발달장애인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인라인 수업을 진행하는 모습. 이곳 센터는 고양시 내에서도 시설 규모가 크고 이용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곳임에도 이번 심사에서 탈락 통보를 받아 논란이 일고 있다.

다른 센터에 아이를 보내는 학부모 또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최순만발달센터를 이용하는 한 학부모는 “서비스 이용자의 만족도가 가장 중요한데 정작 우리 의견은 하나도 반영되지 않은 채 갑자기 기관 지정을 취소하고 다른 시설을 이용하라고 통보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장애인 당사자의 권리를 무시한 행정의 일방적 갑질이라고 느껴진다”고 반발했다. 

반면 담당부서인 시 장애인복지과 측은 관계법령과 지침에 따라 정당하게 심사를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탈락한 기관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다른 신청기관과 동등한 입장에서 심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외부 인사로 구성된 심사위원회가 객관적인 배점기준을 가지고 심사한 결과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답했다. 아울러 해당 관계자는 “다른 신규기관들이 내놓은 서비스와 프로그램 계획이 심사위원들에게 더 높게 평가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용자 입장에서도 당장은 아쉬울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다른 시설에서 더 좋은 서비스를 받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탈락한 기관들과 학부모들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은진 예닮센터 센터장은 “기존 운영기관은 이용자 만족도나 운영 노하우 등이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하는데 이렇게 신규 신청 기관과 동일한 잣대로 판단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갑작스런 지정취소 통보로 인해 저뿐만 아니라 센터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 모두 일자리를 잃어버리게 됐다”며 하소연했다.

한 학부모 또한 “큰 결격사유가 있는 게 아니라면 기존 지정기관은 계속 유지시키는 게 맞다. 이런 식으로 심사위원 몇 명의 판단에만 의존해 지정기관을 매번 바꾸게 되면 이용자들도 불안하고 기관운영자 또한 서비스 질 개선이나 시설투자에 소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이미 진행된 행정절차인 만큼 지정기관 선정 결과를 뒤집을 순 없다. 다만 현장의 다양한 요구가 접수된 만큼 3월 중으로 간담회를 통해 대안을 논의해 볼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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