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빛시론] 오건호 행신2동 주민자치회장

오건호 행신2동 주민자치회장
오건호 행신2동 주민자치회장

[고양신문] 주민자치회는 법과 조례에 따라 구성된 읍면동의 핵심 자치기구이다. 실제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일도 무척 많다. 주민총회와 마을축제, 마을미디어, 주민교육 등 기본 활동 외에 주민생활과 밀접한 업무에서는 동 행정에 협의할 권한을 가진다. 지자체로부터 사업을 위탁받을 수도 있다. 각 주민자치회는 주민자치센터 문화강좌를 주관하고 있으며, 작은 도서관, 공영주차장, 공중화장실 등 시설도 운영할 수 있다. 예전에 동 행정의 자문기구에 가까웠던 주민자치위원회에서 탈바꿈한 후 역할이 크게 확대된 것이다.

현실은 어떤가? 한참 동떨어져 있다. 주민자치회에 부여된 권한에 비해 주민자치회가 지닌 자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무엇보다 조례 취지에 무색하게 고양시의 지원이 뒤따르지 못한 결과다.

첫째, 주민자치회의 일상 운영 재정이 취약하다. 현재 고양시가 주민자치회 운영에 제공하는 경상비 지원은 사실상 전무하다. 이에 주민자치회는 매월 정기회의에 참석한 위원들이 고양시로부터 받는 6만원 회의수당에서 일부를 회비로 거두어 자체 운영비로 사용한다. 이 돈으로 정기회의나 모임 후 식사비를 충당하고, 자체 행사 활동비를 지출하며, 지역단체 협력비용, 김장비용 등도 지출한다. 현재 주민자치회마다 회비가 월 1만원에서 6만원까지 차이가 크기에 주민자치회의 활동력도 이에 영향을 받게 된다. 앞으로 주민자치회 일반 운영 재정은 시 예산이 맡아야 한다. 고양시는 회의수당이 사실상 운영비 지원이라고 말할지 모르겠으나 논리가 궁색하다. 설령 회의수당을 조정하더라도 일상 운영비는 시 재정이 책임져야 한다.

둘째, 주민자치회 사무국 인력자원이 부족하다. 나의 경험에서 보면, 사무국에는 대략 2명의 상근인력이 요구된다. 주민자치 보조사업 재정 관리, 문화센터 강좌 운영, 내부 여러 회의 지원, 행정서류 정리, 주민 제안 상담 등 업무량이 상당하다. 그런데 고양시의 사무국 지원은 주민자치회 위원 중에서 선임되는 사무국장(간사)에게 지급되는 월 60만원이 전부다. 이 금액의 산출 기준도 식비와 활동비여서 사실상 노동에 대한 보상은 없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회장에게는 어떠한 금액 지원도 없기에 상당수 회장들이 상근에 준하는 활동을 하면서 점심 비용, 주민을 만나는 비용을 자비로 감당하고 있다. 사실 회계와 총무 업무를 주민자치회 위원에게 맡기는 게 애초 무리한 설계다. 이러한 역량과 활동 조건을 가진 위원이 있으면 다행이지만, 여러 주민자치회가 사무국 실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앞으로 사무국장은 기획 관리 역할을 하고, 회계와 총무 인력은 외부에서 충원하여 고양시가 생활임금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셋째, 주민자치회의 대표성과 재량권이 약하다. 현재 고양시 44개 동에 조직된 주민자치회는 시와 구 협의회를 구성하고 있다. 주민자치의 경험과 정보를 교류하고, 시의 주민자치 정책에 대응하며,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 위한 모임이다. 이 협의회는 주민자치회의 상급 기구이기에 당연히 공식 조직으로 인정되어야 하건만 아직까지 임의기구여서 실질적인 대표성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작년에 고양시가 동 주민자치회 워크숍 비용 지원을 중단해도, 올해 주민자치회 활동 기준을 일방적으로 정해도 각 주민자치회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시의 결정대로 따라야 하는 처지다. 주민자치답게 조례에 주민자치협의회 구성과 역할을 명시하고, 동 주민자치회의 재량권도 확대해야 한다.

물론 주민자치회 위원 스스로 역량을 높이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주민자치회는 자원봉사 가치를 공유하지만 동시에 이를 넘어서는 조직이다. 자원봉사는 지역 주민을 위한 서비스 제공이 중심이라면, 주민자치는 동네 주민들과 소통하고 함께 활동하며 지역사회 주체로서 관계망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앞으로 일회성 행사, 서비스 제공보다는 주민 참여를 촉진하는 활동에 주력하여 더 많은 주민들이 지역에 관심과 책임을 가지도록 이끌어야 한다. 지금보다 훨씬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지만, 이를 통해 우리가 지역공동체를 만들고 있다는 자긍심이 커질 것이며, 함께 참여한 이웃들이 주민자치회의 다음 위원 자리를 이어갈 것이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