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 건강 살리는 월요시민강좌
전영우 명예교수의 ‘소나무와 한국문화’

만원지폐, 조선왕실 재궁 등
역사 곳곳에 등장하는 소나무
솔숲이 주는 자유로움 느끼자 

[고양신문] 소나무 박사로 알려진 전영우 국민대 명예교수는 1951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나 고려대 임학과와 같은 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에서 산림생물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7년 전까지 국민대학교에서 산림자원학과 교수로 지내다 정년퇴임했고 『산림문화론』,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소나무』, 『한국의 명품 소나무』, 『조선의 숲은 왜 사라졌는가』 등을 펴냈다. 고양신문·건강넷·사과나무의료재단이 주최한 지난 26일 월요시민강좌에서 ‘소나무와 한국문화’를 주제로 한 전영우 교수의 강의 내용을 정리한다. 


전영우 국민대 명예교수.
전영우 국민대 명예교수.

소나무숲은 우리에게 친숙한 전통 숲이다. 만원 지폐에도 소나무가 자리잡고 있다. 2007년 신권 화폐를 발행하면서 붉은 소나무를 넣게 됐다. 소나무는 역사 속에서도 등장한다. 조선왕조의 재궁도 소나무 일종으로 최고의 목재였던 황장목을 이용해 만들었다. 조선왕실 마지막 황장목 관은 2005년 7월 22일 최초 공개됐다. 소나무는 문화부가 지정한 100대 민족문화 상징 중에도 이름을 올렸다. 

왜 조선왕실이 소나무를 관목으로 사용하고 4000여 가지 식물 중 소나무가 우리나라의 상징 식물일까.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이 땅에 소나무가 언제부터 나타났는지 살펴보자. 2300만년 전인 신생대 마이오세 시기의 이엽송이 솔방울과 소나무 잎이 포항 인근 장기층에서 발견됐다. 조금 더 내려와 8000년 전인 신석기시대의 소나무로 만든 배가 창녕 비봉리 늪 인근에서 발굴됐다. 3~4세기인 한성백제시대에 썼을 것으로 보이는 소나무로 만든 목간과 6세기경 고구려 고분에서도 하늘로 향한 두 그루의 소나무 그림도 있다. 7세기 초 신라에서 제작한 소나무 목조 보살상, 8세기 중엽 신라 솔거의 노송도, 9세기 말 최치원의 사산비명 등에서도 소나무를 찾아볼 수 있다. 

먼 옛날 우리 조상들은 왜 소나무로 배를 만들고 기록매체로 사용하고 그림으로 남겼을까. 소나무는 주변에서 쉽게 많이 구할 수 있고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질 좋은 나무였기 때문이다. 소나무의 물질적 유용성을 나타내는 역사적 사례도 볼 수 있다. 소나무는 선박 건조, 궁궐 축조, 왕족과 백성의 관곽재, 도자기, 소금 생산 등에 쓰였다. 먼저 변산의 솔숲은 조선재의 보급지, 안면도의 솔숲은 궁실용 국용재 생산기지, 울진 소광리 솔숲은 조선왕실의 관곽재(재궁) 생산지, 광주의 솔숲은 분원시장절수처, 태안의 솔숲은 자염생산의 연료창역할을 했다.

소나무 관은 조선의 국가 장례 예법에 규범이 되기도 했다. 1420년 세종은 원경왕후의 재궁을 소나무로 제작하는 상례를 제정했고 1474년 성종은 ‘국조오례의’에 국가 장례 예법에 소나무 관 사용을 규범화했다. 1788년 정조는 국가 예법책 ‘춘관통고’에 소나무 관 사용 관습을 준수한다. 

선조들의 삶에 소나무는 어떻게 형상화됐을까. 진파리1호 고구려 고분의 소나무에서는 소나무가 우주수 또는 세계수로 생각했음을 알 수 있다. 경복궁 근정전 임금의 좌대 뒤 일월오봉도 병풍의 소나무는 생명의 나무를, 경주 오른의 소나무는 길지를 상징하는 경관으로 보인다.

소나무는 여전히 문화재 복원용 나무로서 없어서는 안될 나무다. 하지만 소나무 숲이 점차 사라지고 참나무 숲으로 변해가고 있다. 지난 수쳔 년 동안은 농경문화를 위해 소나무 숲 상태를 유지했지만 산업사회에 접어들면서 활엽수를 잘라주는 등의 인공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지금의 결과에 도래하게 됐다. 기후위기, 봄철 가뭄으로 인한 산불, 재선충병도 소나무 숲이 사라지는 요인이다. 

아직 남아있는 소나무 숲을 충분히 즐겨보자. 멋진 소나무 숲들이 아직도 남아 기다리고 있다. 오늘날 우리는 솔멍을 통해 자신, 벗, 자연과 소통하고 생태소비의 즐거움을 아는 것도 좋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나무에 멍 때리는 행위인 ‘솔멍’을 제안한다. 아무런 행위 없이 우두커니 앉아 숲속에 자신을 멍하니 놓아두고 자유로움, 한적함, 편안함을 느껴보자. 조선시대 문사들이 솔밭에서 놀 듯 현대 문명에서 빠져나와 시간을 보내다 보면 소나무 숲은 자연의 자유로움을 선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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