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학아세(曲學阿世)

한(漢)나라 경제(景帝)의 어머니인 두태후(竇太后)는 『노자(老子)』를 좋아하였다.

태후는 당시 곧기로 유명한 원고생(轅固生)을 불러 “『노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오?”하고 묻는다.

그러나 원고생은 태후의 위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학문적 소신에 따라 “한낱 가인(家人)의 말일뿐입니다.”고 대답한다. ‘가인의 말’이란 우리말로 풀이하면 방안퉁수쯤 되는 표현이니 『노자』를 폄하해도 한참 폄하하는 대답이다.

두태후는 화가 나서 돼지 잡는 일을 시켰으나, 그의 강직함을 인정한 경제는 뒤에 원고생을 중용한다. 그 다음 임금인 무제(武帝)도 아첨배들의 반대 속에 90넘은 그를 다시 불렀다. 그런데 함께 부름을 받은 공손홍(公孫弘)이 못 마땅해 눈을 흘기는 것이 아닌가!

이에 원고생은 “학문을 굽혀 세상에 아첨해서는 안 된다(無曲學以阿世)『史記』<儒林列傳>”고 그를 꾸짖었는데 이 말에서 곡학아세란 성어가 만들어진 것이다.

요즘 곡학아세가 화제 꺼리다. 젊은 정치인과 유명소설가의 설전이 불을 붙인 것이다. 학문이 돈에 팔린지 오래니 원고생이 더욱 그리울 뿐이다.
(2001. 7. 25.) 회산서당 훈장 김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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