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빛시론 김범수 자치도시연구소장

김범수 자치도시연구소장(정치학 박사)
김범수 자치도시연구소장(정치학 박사)

[고양신문] 정치인 감별법이라는 것이 2016년 미국 대선 이후에 등장했다. 정치 선진국이라고 믿어왔던 미국이 전체주의 혹은 폭력주의와 포퓰리즘으로 분열되어 민주주의가 후퇴하였고 그 중심에 트럼프 대통령이 있었다. 정치학자들은 극단적 정치 지도자, 미움과 분노를 동원하고 상대를 악마화하는 지도자는 민주주의를 무너뜨리기에 이들을 걸러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이 제시한 기준은 다음과 같다. 

첫째, 민주주의 규범에 대한 준수다. 민주주의는 서로 입장이 다름을 인정하되, 평화적 정책경쟁, 설득과 타협을 통해 승자 연합(winning coalition)을 만들어 다수결 승리를 달성하고, 다수결 결정을 수용하는 정치다. 그런데 극단적 정치인은 상대의 표현, 결사, 집회의 자유라는 헌법적 기본권을 제한하고 억압하는 발언을 하고, 다수결 결정을 인정하지 않는다. 둘째, 정치 경쟁자에 대한 부정이다. 극단적 정치인은 상대와 상대 정당을 이 세상에서 없어져야 할 악마라 주장한다. 셋째, 폭력에 대한 조작이나 묵인이다. 지지자들로 하여금 상대 정당과 정치인을 공격하는 것을 정당화한다. 언어폭력, 인격살인, 가족 공격의 어법을 사용한다.  

앞의 세 가지는 미국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가 제시한 기준이다. 저자도 시민이자 정치학도로서 한 가지 추가하고 싶다. 네 번째 감별기준으로 미래 사회 비전과 정책 능력을 제안한다. 일전에 어느 모임에 갔는데 국회의원 후보가 모임에 왔다. 후보는 5분 남짓한 자기소개 시간에 상대 후보와 상대 정당 비판만 하다가 돌아갔다. 정작 자신의 미래 사회 비전과 정책 대안은 한마디도 없었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정치인은 상대 비판보다 대안 제시에 열심히 해야 할 것이다. 민생경제와 금융, 주거와 주택, 환경과 복지, 외교와 국방 등 산적한 정책 과제들이 많다. 남 탓 상대 정당 비판만 하는 정치꾼은 걸러내야 한다. 그는 권력추구자일 뿐이다. 우리가 선택해야 할 정치인은 삶의 질을 높이는 정책에 대한 역량과 의지, 그리고 선함을 갖춘 정책 전문가이다. 선함(goodness)은 국회의원으로서 상대 당과 대화하고 협력할 때, 필요한 덕목이라 생각한다. 

인류의 역사는 개인의 자유와 개인들의 협력을 모두 필요로 했다. 이념은 다양하고, 어느 하나가 절대적으로 옳다고 할 수 없다. 정도의 차이이지 어느 한 가지 이론만으로 사회는 행복할 수 없다. 사회를 이롭게 하기 위해서는 좌파와 우파 모두가 필요하다. 영국, 미국, 유럽의 선진국의 사회정책과 정치에서 우파 정당과 좌파 정당을 허용하고, 좌파 정책과 우파 정책이 경쟁하고 협력한다.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20일 남짓 앞으로 다가왔다. 좋은 정치를 바란다면, 우리가 좋은 정치인을 뽑아야 한다. 후보 중에 민주주의 규범을 준수하고, 정치 경쟁자를 존중하고 예의를 지켜 토론하는 정치인, 그리고 남 탓보다는 미래 사회 비전과 구체적 정책 능력을 갖춘 정치인, 상대와 열정적으로 토론하면서도 협력할 수 있는 선함을 갖춘 후보를 선택할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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