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허가 마친 데이터센터만 7곳. 주민반발 크지만 관련 법안 미비

지난달 GS건설이 덕이동에 신축을 시도하고 있는 데이터센터 예정부지 동측 경의로변에 “데이더센터 취소”를 요구하는 현수막이 줄줄이 내걸렸다.
지난달 GS건설이 덕이동에 신축을 시도하고 있는 데이터센터 예정부지 동측 경의로변에 “데이더센터 취소”를 요구하는 현수막이 줄줄이 내걸렸다.

[고양신문] “아파트단지와 불과 5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데이터센터가 말이 됩니까? 주민 동의 없이는 절대 안됩니다.”

지난 20일 시청 앞에 모인 탄현 큰마을 아파트 주민들. 갑자기 닥친 꽃샘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덕이동 데이터센터 허가 취소’ 요구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들이 든 손팻말에는 “주민동의없는 덕이동데이터센터 건립반대”, “GS건설 부동산업에 주민들만 죽어간다” 등의 문구가 쓰여 있었다.

고양시 등에 따르면 이곳 덕이동 데이터센터 건립사업은 작년 3월 건축허가가 내려졌다. 허가를 앞두고 당시 시 내부보고서에 “향후 착공 시 민원이 다수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명기될 정도로 강한 반발이 우려됐지만 시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허가를 승인했다. 이 사실을 까맣게 몰랐던 주민들은 공사를 앞둔 최근에서야 이 사실을 알게 됐다. 현재 덕이동 데이터센터 예정부지 주변에는 사업취소를 요구하는 주민대책위의 반대 현수막에 곳곳에 빼곡히 걸려 있는 상황이다. 

데이터센터 건립사업을 둘러싼 주민반발은 비단 덕이동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산동구 사리현동에서도 최근 연면적 4만2169㎡규모의 데이터센터 건립사업이 추진되고 있으며 현재 건축주의 토지매입이 대부분 마무리된 상태다. 하지만 마을 한가운데 들어서는 데이터센터를 두고 주민들은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찬희 고봉21통 통장은 “초등학교가 코앞에 있고 주변에 아파트와 빌라도 많은데 주민들에게 아무런 설명도 없이 데이터센터 허가가 났다. 주변 인프라 부하와 전자파 위험 등에 대한 우려가 큰데 정작 고양시나 건축주 누구도 이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며 답답해했다. 

21일 고양시에 따르면 현재 건축허가를 마친 데이터센터 수는 총 7곳. 이중 장항동 데이터센터(2002년 사용승인)를 제외하면 모두 최근 2~3년 사이에 인허가 받은 시설이었다. 최근 클라우드 산업규모가 크게 증가하면서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등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고양시에도 데이터센터 건립사업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이미 허가받은 시설 외에도 현재 문봉동과 식사동 등에 데이터센터 건립사업이 추진되고 있고 현재 경관디자인 심의위원회에 상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민간 데이터센터 93개 중 수도권에 분포된 비율은 76%(71개), 상업용(코로케이션) 데이터센터의 경우 79%가 수도권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준공 예정인 데이터센터 85%도 수도권에 집중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9년까지 데이터센터 입지의 82.1%, 전력 수요의 80.6%가 수도권에 집중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한동안 지식산업센터로 집중됐던 건설시장이 이제는 데이터센터로 몰리고 있다. 아무래도 기업들의 수요가 크기 때문에 건설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먹거리로 점 찍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데이터센터가 건립되는 지역마다 주민반발이 강하게 일고 있다는 점이다. 데이터센터는 서버와 스토리지, 네트워크 등 데이터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장비를 모아 관리하는 곳으로 정보기술(IT) 산업의 필수 시설로 꼽히지만 전자파와 소음, 열섬 현상, 고압선 매립에 따른 건강 위협 등의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전자파 문제의 경우 업계에서는 데이터센터 주변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고 설명하지만, 한편에서는 24시간 365일 가동되는 시설 특성상 인근 지역 거주민들의 건강에 어떤 악영향을 줄지 알 수 없다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주민 우려에도 불구하고 현재 데이터센터 시설 입지 조건이나 제반 사항 등에 대한 별도의 법제도 장치는 현재로서는 부재한 상황이다. 박문희 시 건축정책과장은 “주민들은 데이터센터의 유해성을 문제 삼고 있지만 부서 입장에서는 20곳이 넘는 관련 부서에 협의를 거쳐 문제 없다는 답변을 받았고, 또 건축법상으로 봐도 데이터센터를 규제하는 별도의 조항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 중인 사업에 대해 허가를 반려하기는 어려운 사안”이라고 답변했다.

실제로 국회에서도 데이터센터와 관련한 민원이 증가함에 따라 작년 1월 박상혁 의원 등 12인의 명의로 일정규모 이상의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려는 경우 이에 영향을 받는 인근 주거지역 및 상업지역 주민들의 의견수렴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아직까지 위원회 심의조차 통과되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입법 사안과 별개로 지자체가 데이터센터 건립에 앞서 갈등 조정 역할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미수 민주당 시의원은 “데이터센터 건립으로 인한 주민반발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음에도 일절 안내나 의견청취 없이 허가를 내준 것은 분명한 문제 아니냐”며 “백번 양보해 건축부서가 나설 수 없는 문제라면 시장이 직접 챙겼어야 했는데 ‘과장전결사안’이라며 나몰라라 하는 태도는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현재 덕이동 데이터센터의 경우 주민들 뿐만 아니라 김영환 민주당 후보, 김용태 국민의힘 후보 모두 풍동 신천지시설과 마찬가지로 이동환 시장이 직권취소를 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와 별개로 무분별한 데이터센터 건립으로 인한 전력소비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24시간 서버와 데이터 저장 장치(스토리지)를 가동하고, 내부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야하는 등 전력소비가 매우 커 ‘전기먹는 하마’로 불린다. 데이터센터 1개당 평균 연간 전력사용량은 25GWh(기가와트시)로 4인가구 6000세대가 연간 사용하는 전력량과 맞먹는다.

박평수 고양시민햇빛발전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앞으로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분산에너지 체계로 전환해야 하는 상황인데, 전력을 크게 잡아먹는 데이터센터가 우후죽순 설립될 경우 앞으로 고양시 전력수급에 엄청난 과부하가 발생할 수 있다”며 “지역에너지 전환계획에 맞춰 데이터센터 규모를 적정하게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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