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방을 향한 대도전>(베르트랑 앵베르/ 시공사)

남극점에 먼저 도달하기 위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아문센이 이끄는 노르웨이 탐험대와 스콧의 영국 탐험대가 그 경쟁의 주인공들이었다. 그들은 영하 40도의 추위와 초속 30미터의 강풍을 견뎌 내며 한 발 한 발 극점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었다. 1911년 12월, 마침내 아문센 탐험대가 극점에 먼저 도착했다. 스콧은 한발 늦게 도착했고, 귀환 도중 차가운 빙하 위에서 비극적 최후를 맞았다.

그들이 그 극한 고통을 참아 내며 전진할 수 있었던 것은 ‘최초’를 향한 열망 때문이었다. 최초로 남극점을 밟는 것, 최초는 분명 탐험의 한 부분이었다. 그러나 ‘최초’가 탐험의 전부는 아니었다.

스콧의 대원이었던 오츠는 “잠깐 나갔다 오겠소.”라는 말만을 남긴 채, 눈보라 속으로 나가 죽음을 택했다. 병에 걸린 자신의 느린 행군 때문에 동료들이 더 큰 곤경에 빠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 였다.

“우리는 위험을 극복했으며,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사태가 우리에게 불리하게 전개되더라도 우리는 불평하지 않고 신의 섭리에 경의를 표할 것이며,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 우리가 살아 남을 수 있다면, 나는 내 동료들의 용기와 불굴의 의지와 인내심을 자랑스레 전할 것이다.” 스콧이 죽기 전에 남긴 일기의 일부이다.

우리는 지금 일등, 일류, 최초, 최고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무한 경쟁을 강요당하고 있다. 언젠가 한 아나운서가 마라톤 경기를 중계하며 이렇게 외쳤다. “2등은 아무 소용없습니다. 오직 금메달뿐입니다.” 정말 우리는 “2등은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는” 그런 사회에 살고 있는 걸까?

<극지방을 향한 대도전>(베르트랑 앵배르/ 시공사)에는 극지방 탐험에 얽힌 이야기들이 많은 사진들과 함께 실려 있다. 찰리 프렌드 감독의 <남극 탐험>은 스콧 탐험대의 남극 도전을 다룬 영화이다. 로버트 플래허티가 에스키모들의 생활을 기록한 <북극의 나누크>는 다큐멘터리 영화의 고전으로 알려져 있다.
<출판기획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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