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춥고 눈도 많았던 겨울이 엊그제 같았는데 어느덧 개나리 피고, 산이 진달래로 온통 분홍빛이다. 혹한에 나무 잔가지가 혹시 얼어죽지나 않았나 했는데 다시 파란 새잎을 매달았다. 이러한 봄의 기운을 모아 즐길 수 있는 '고양꽃전시회'가 호수공원에서 4월 26일부터 보름간 열릴 예정이다.

고양시 화훼농가가 화훼정보 교류와 시장활로 모색으로 스스로 모여 벽제 공원에서 조촐하게 시작한 화훼전시회가 두번의 '세계꽂밤람회'를 사이를 두고 치르며 9회째를 맞은 것이다. 고양시는 풍부한 시장을 배후로한 근교농업으로 일찍이 고부가 가치 화훼농업이 발달하였다.
고양시 화훼농업은 전국 화훼 생산량의 8%를 감당하고, 선인장의 경우 세계시장의 70%를 장악할 정도로 고양시 특화산업으로 육성 장려되었고 그 연장선에서 오늘의 꽃전시회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본지 532호 기획 기사에 보도된 바와 같이 화훼산업의 전망과 화훼 농가의 입장은 밝지만은 않다.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내수는 급격히 줄었고, 연례 행사처럼 치른 홍수에 설상가상으로 지난해는 폭설까지 겹쳐 대부분의 농가가 빚에 허덕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린벨트 해제 분위기에 휩싸여 지주가 재계약을 꺼리고 있기 때문에 임차 화훼농가는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농사를 지을 수 없어 불안해하고 있다.
가장 경쟁력이 있다는 선인장의 경우만 보더라도 상당한 기술력을 가지고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전체 물량은 일개 중소기업의 수출량에도 못 미치고 있으며, 시장 규모가 커진다면 일본의 기술력과 중국의 값싼 노동력으로 그 설자리를 위협받을 정도로 취약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화훼 농가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지 못하면서 고양시가 마비될 정도로 엄청난 규모의 '세계꽃박람회'를 개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 박람회와 전시회가 뒤섞여 '한마리의 토끼'도 잡지 못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 행사는 차분한 가운데 알찬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반갑다. 고양시민은 큰 불편함이 없이 봄나들이 기분으로 꽃 축제를 즐기는 한편 본래의 취지가 그랬던 것처럼 화훼공급자와 수요자가 한자리에 모여 정보 교류와 활발한 거래가 이루어지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전시회 계획을 보면 화훼 선진국을 포함 14개 해외 업체와 고양시 26개 화훼농가가 참여하여 화훼 산업의 최근 동향과 신제품, 신기술이 선보여 국제 박람회의 성격까지 지향하고 있어 그 기대하는 바가 크다.

이번 전시회를 통하여 의기소침해 있는 화훼 농가에게 희망을 주며 고양시민은 꽃의 도시에 산다는 자부심을 갖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작지만 알찬 꽃전시회로써 새로운 모델을 만든다면 국제 공인이니 규모의 크기 등을 다투는 지자체간의 경쟁에 미련을 두지 않으면서 나름의 특색을 갖춘 경쟁력 있는 행사로 특화할 수 있을 것이다.
지리적 위치에서 우위를 가진 고양시는 정치력 등의 눈치볼 것 없이 화훼 농가가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실질적인 성과를 거들 수 있는 행사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호수공원을 전시회에 맞추어 급조되는 화사함보다는 언제나 찾으면 손쉽게 볼 수 있는 월동이 가능한 우리 꽃 단지를 조성하여 비용도 절감하면서 실속 있고 자부심을 갖는 그러한 대회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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