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이 만든 ‘맛 전문 언론’떴다

“주엽역 앞에 콩나물국밥집이 있는데 찾기도 힘들고 아주 작은 곳입니다. 아주머니, 아저씨 내외분이 하시는데 두분이 무뚝뚝하고 뭐 그렇게 친절한 것도 아닙니다. 또 어쩌다 장사가 잘된 날은 재료가 떨어졌다고 장사 안 한다고 쫓겨나오기도 했죠. 그런데 그 집 콩나물 국밥이 정말 기가 막혀요. 일단 콩나물이 다르고 함께 나오는 반찬이 여간 정성스러운 게 아니어서 주인내외의 마음이 느껴지거든요. 제가 정말 추천하고 싶은 곳 중 하나죠.”

음식점 광고가 없는 음식잡지, 리틀마크(www.littlemark.co.kr/ 909-8611)의 박현희(44세) 사장은 자신이 만드는 잡지를 ‘음식과 맛에 대한 언론’이라고 소개했다. 음식점도 많고 외식 인구도 많은 고양시에는 역시 음식점을 소개하는 잡지가 많다. 그러나 그 대부분이 광고전단지 모음이거나 광고에 의존도가 높아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 박사장은 리틀마크를 통해 음식점 광고를 일체 게재하지 않고 투표를 통해 장단점을 가려내어 진정한 먹거리를 찾는 이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물론 식도락에 대한 잡지나 사이트도 많다. 리틀마크는 이와 분명한 차별성을 갖고 있다고. 우선 지역을 넓게 잡아 실제 책 한권에서 소비자들이 가볼 수 있는 곳은 한 두군데에 불과한 것과 달리 고양시만을 대상으로 해 활용도를 높였다. 기존 잡지들이 디너하우스, 그러니까 특별한 외식을 위한 음식점 중심이었으나 리틀마크는 점심 5천원, 저녁 1만원 선에 즐길 수 있는 집들을 주로 소개하고 있다. 온, 오프라인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서는 소비자들의 의견을 듣고 대중 잡지를 발간해 누구나 쉽게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행복한 점심을 기다리게 만들 예정이다.

인터넷 사이트는 수시로 정보를 쌓아가고 잡지는 3개월에 한번 계간지로 발행된다.
그런데 수익은 어떻게 만드는 걸까.
“이번에 5만부를 찍었습니다. 한부에 1500원인데 초판에 한해서만 무료배부 합니다. 리틀마크는 한번 보고 버리는 광고지가 아니라 주머니에 고이 간직하는 잡지로 만들었습니다. 음식점 이외에 광고 유치가 가능하리라 봅니다. 무엇보다 광고를 받게 되면 절대 형평성을 유지할 수 없다고 봅니다.”

지난 8일 인쇄를 마친 초판 리틀마크에는 86개 업소가 실려있다. 당초 100개를 목표로 했으나 준비기간 2년 동안 문을 닫거나 주방장이 바뀐 곳들이 제외됐기 때문. 86개의 음식점들은 맛, 서비스, 청결 등을 기준으로 점수를 매겨 7점 이상의 점수를 얻은 곳들이다. 개별 음식점마다는 박사장이 직접 쓴 평이 실려있는데 절대 홍보성 기사가 아니다. 스스로 음식점 업주로부터 욕먹을 걸 걱정할 만큼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본 장점과 단점이 지적되어 있다.

음식점들의 반응은? 아직 모른다. 박사장과 리틀마크 평가단은 절대 자신들의 목적을 밝히지 않고 음식점들을 찾았기 때문이다.
인터뷰 사진 찍기를 거절하며 박사장은 ‘공정한’평가를 위해 당분간 자신을 숨기겠다고. 앞으로 음식점 업주들은 마른 체구에 야구모자를 눌러쓰고 혼자 앉아 샬록 홈즈의 표정으로 식사를 하고 있는 손님을 보면 혹시 리틀마크의 박사장이 아닌지 의심해보는 게 좋을 듯하다. 그리고 몰래 단무지 한조각이라도 더 얹어주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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