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풀이 되는 "파업직전 극적타결!"
어라, 저게 뭐야? 화전영업소에 파업 공고가 붙었다. 전국 자동차 노동조합연맹 전국 7대도시(서울 경기 부산 대구 광주 인천 대전 )대표자들이 시내버스 전면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고 결정했단다. 그 공고에는 또 2001년 3월 28일 회의를 갖고 4월 13일 지부장회의를 소집하여 2001년도 임단협이 4월 26일까지 타결되지 못하면 4월 27일 04시부터 전면파업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코웃음이 나온다. 또 시내버스 파업 얘기야? 결론부터 말하자. 시내버스에 파업은 없다. 있다해도 그건 노동자가 하는 파업이 아니다. 그 파업은 가짜 파업, 곧 노동조합과 사업조합이 짜고 하는 '쇼'라고 해도 심한 말이 아니다. 하지만 일반시민들은 긴가민가 하면서도 잘들 속아 넘어간다. 하기는 우리 기사들도 속는 판인데 더 말해 무엇하랴.

시내버스에서는 늘 파업을 한다고 하고는 '파업직전 극적타결'로 끝을 내왔다. 당연하다. 그건 그렇게 각본에 나와있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버스나 경기 시내버스노동조합에서는 파업을 할 수가 없다. 파업의 주체인 노동조합이 회사에 빌붙은 어용이기 때문이다. 서울 경기뿐 아니라 각 시, 도에 있는 버스 지부는 거의 그렇다. 더구나 상급단체인 각 시, 도 노동조합은 그 어용정도가 심하다.

버스 노동조합이 파업을 하려면 노동조합 조직이 되어 있어야 하고 조합원들이 한 마음으로 뭉쳐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노동조합에서는 선전활동이 잘 되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전국 버스 각 노동조합지부에는 다른 민주적인 노동조합처럼 조직도 없고 교육활동과 선전활동을 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정상적인 조합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우선 그 조직과 단결을 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노동조합 회보나 소식지 하나 없다. 조합원들 의지는커녕 상급단체에 불신만 쌓였다. 어이구 또 파업이야? 아니 파업은 지들이 하나? 조합원들이 하는 거지.
상급단체나 지부에서는 조합원들 교육은커녕 아무 것도 안 하고 있다가 1년 임투 때만 되면 "시내버스 파업" 공고 하나 배차실에 달랑 하나 붙여 놓는다. 그럼 파업이 되나? 하지만 겉으로는 파업이 된다. 다시 말해 노동조합이 버스를 멈추게 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서 버스를 못나가게 하면서 파업을 도와주는 것이다. 그 보기를 들자면 다음과 같다.

지난 1997년 파업 때 시내버스가 오전에 잠깐 멈췄다. 파업이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그 때 차를 세운 것은 노동조합이 아니었다. 기사들이 어용조합에서 무슨 파업이냐고 하면서 차를 끌고 나가려고 했지만 회사 관리자가 차를 못 끌고 나가게 했던 것이다. 그게 무슨 노조에서 한 파업이라는 말인가. 만약에 회사에서 파업을 못하게 하면서 기사들에게 '당신 운행 안 나가? 그럼 해고야.' 했다면 차를 안 끌고 나갈 똥배짱 있는 기사들은 없다.

이번에도 그 때와 별반 다른 게 없는 듯 하다. 지난 4월 19일에는 파업찬반투표를 한답시고 쥐뿔도 모르는 노조 간부가 동해운수 화전영업소에도 투표함을 갖고 왔다. 배차실에서 영업소 소장이 몇몇 조합원들에게 투표를 하고 나가라고 했다. 그리고 칠판에도 "투표를 필히 하세요."라고 써 놓았다. 정말 코메디한다. 나는 웃으면서 소장한테 말했다. "아니, 소장님. 파업을 한다는데 왜 회사에서 투표를 하라 그래요?"

소장은 말문이 막히는지 떠듬거리듯 "투표를 해야지." 하고 말했다.
"소장님, 현대중공업이나 다른 사업장들 혹시 파업찬반투표 하는 거 보셨어요? 그런 데 중에는 용역깡패들 데려다 투표를 방해하고 갖은 방법으로 투표를 못하게 하는 곳도 있어요. 아니 그런데 왜 동해운수에서는 파업찬반투표를 하라고 부추기는 거죠?"
소장은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뭘 그러냐는 낯으로 얼굴을 씰룩거린다. 나는 어이가 없어 웃고 말았다.

시내버스 파업은 이렇게 회사에서 파업찬반 투표 때부터 나서서 해야 파업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 까닭은 무엇인가. 파업을 하면 시에서 요금을 올려주기 때문이다. 회사는 손해 하나 없이 기사들 임금 올려주면서 생색 낼 수 있다. 얼마나 좋나. 그렇잖아도 지금 30% 감축 운행하느니 어쩌느니 떠들고 있는데 조합에서 파업? 얼씨구 신난다. 사업주들 살판났네. 살판났어. 빨랑빨랑 투표 해! 쯔쯔 그나마 고양시에서 가장 큰 명성운수는 투표도 안 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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