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톨이와 외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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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문화포럼이 지난 8월 2일 진행한 ‘인터넷시대의 똑똑한 자녀들 어떻게 현명한 아이로 키우나’에서 이시형 박사가 한 강연을 지상 중계한다.


요즘 아이들

요즘 신문이나 TV뉴스를 보면 이상한 사건들이 하도 많아서 현기증이 날 정도다. 우선 중학생만 보자. 죽나 안죽나 보려고 살인을 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재미로 폭타사이트를 만들어 수강료를 팽기는 아이도 있다. 이뿐인가? 하도 죽여 달라고 애원하길래 도와주려 했다느니, 죽여주는 대가로 18만원을 받고 사기지로 고소를 당하는 등 촉탁살인이 기승을 부렸다. 또한 낯선 사람 셋이서 자살을 의논하고 같이 죽는 자살사건도 일어났다. 죽을라면 혼자 죽지 의논은 왜 해!

어디 자살 뿐인가? 가정불화를 비관한 중학생이 아무죄도 없는 여중생을 살해했다. 아버지에 대한 분노 때문에 누구든 먼저 만나는 사람을 살해했다니…. 원조교제라는 청소년 성매매도 대 유행이다. 300명과 교제를 하고 그 가운데 127명의 남자와 잠을 잔 여중생까지 등장했다. 동침한 사람들 모두 대질신문을 하러 결찰서로 갔다니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다.

이런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도 마찬가지이다. 음료수에 독극물을 넣거나 여의도에서 눈감고 광란의 질주를 벌인 것이나 모두 누구든 죽으라는 소리다. 자기를 놀린 사람을 벌주려 했다는 3일간 4명을 죽인 연쇄살인 사건도 입이 쩍 벌어질 일이다.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인지, 이러다가 또 무슨 일이 생길지 짐작도 못하겠다. 정말 요새는 살기가 겁난다. 뿐만이 아니다.

명문대 출신이 부모를 토막살인하고 부부끼리 바꿔서 자는 스와핑이 유행하고, 이들 중 진짜 잤나 안잤나로 싸우다가 결국 이혼까지 하는 사람까지 생겼다.

요즘 환자들을 보면 오히려 정신과 의사가 돌 지경이다. 밥 안먹고 사는 여자도 많다. 엄청 날씬한데도 무작정 30kg을 더 빼야 한다고 우긴다. 3년동안 팡피하고 혐오감을 준다고 두문불출한 사람도 있다. 그것도 절세미인이! 쌍꺼풀 하고 풀고 이렇게 반복하다 보니 눈을 못감는 여자도 있다.

자기만 타면 냄새 때문에 승객이 버스에서 내리고 창문을 연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또한 여자들은 치한들 때문에 지하철도 여성 전용칸이 생겼을 정도다. 남자들은 성희롱 공포증까지 생겼다. 보는 것도 안되나? 예쁜 사람 좀 보면 어때? 이렇게 까다로우니 사는 재미도 없을 정도다. 스토킹 사건이 워낙 많으니 방송국에 리스트가 있을 정도다.


외톨이, 외동이 왜 문제인가?

이런 일이 왜 생겼을까? 이 모든 범죄의 뒷면을 살펴보면 사건을 저지른 사람들은 대부분 외톨이였다. 즉, 친구가 없는 사람들, 혼자 지내던 외톨이가 청소년 범죄의 주범인 것이다. 외톨이가 되면 와따를 당하기 십상인데다가 폭력의 제물이 된다. 뿐만 아니다. 이로 인해 정신질환의 초기 증상에 이르기도 한다.

혼자 아이는 그것만으로 문제다! 외톨이도 문제지만 외동이도 문제다. 자기밖에 모른다. 남을 생각하지 않고 배려할 줄 모른다. 그리고 뭐든지 독차지해야만 한다. 장난감이든 선생님이든…. 이러니 이런 아이들이 공동체 생활을 해야 하는 사회에서 견뎌낼 수 없다.

외톨이 문제는 네가 제일이라고 오냐오냐 키워서 생기는 문제이다. 하긴 아이가 하나밖에 없으니 비교할 대상도 없고 제일일 수밖에! 이렇게 부모의 과잉보호는 점점 심해지고 아이들은 점점 안하무인이 된다. 결국 나약한 아이가 되면서 견딜 줄도 모르고 기다릴 줄도 모르는 사람이 되어 간다. 엄마들은 혹시 아이가 기죽을까 무서워서 꾸중도 하지 않으니 아이는 점점 방자해진다.

부모가 모든 걸 다 해주니 문제해결 능력도 없고 이 모든 일을 당연하게 생각해서 감사할 줄도 모른다. 또한 좌절을 경험하지 않고 자랐기 때문에 조그만 좌절에도 맥없이 무너지는 좌절증후군까지 생긴다. 결국 이들은 왕따의 대상이 되며 친구도 없어지고 이렇게 학교 갈 재미가 없어진다. 폭력과 놀림과 꾸중의 대상이 된 외톨이들은 극단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등교거부. 이것이 자퇴와 퇴학으로까지 이어진다.

부모의 과잉보호에 대해 책임을 지라고 소송한 아이까지 생겨났다. 심지어 모자밀착 증후는 어머니와 섹스까지. 이런 외톨이가 어린이 되었을 때, 정서적 불안정으로 인해 조직생활에서도 견뎌나가기가 힘들다. 결혼을 해도 마찬가지다. 남편과 싸움을 하고는 바로 친정 집으로 향한다. 출가외인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결혼 후에도 친정에서 쓰던 방을 그대로 둔다. 아직도 내딸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친구든, 부부든 고쳐가며 살려하질 않고 싫으면 헤어지는 쉬운 방법을 택하게 된다.

요새는 성격이상자, 특히 근년의 경계성 인격장애, 중증 노이로제, 정신분열증이 해마다 증가하는 상황이다. 마약, 가출, 심지어 매맞는 아내에서 매맞는 남편까지 생겨나고 있다. 물론 이들이 다 외톨이는 아니다. 또 외톨이가 모두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걸 유념해야 한다.


외톨이, 외동이 얼마나 되고 왜 이렇게 늘어나나?

대체 외톨이와 외동이가 얼마나 있는지 살펴보자. 우리 연구소 조사에 의하면 대체로 외톨이는 10%, 외동이 20%. 엄청난 숫자 아닌가?
핵가족이 늘어나고 사람들은 낯선 도시로 이사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앞 뒤 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게 된 상황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16층 단추를 눌러주는 사람에게 감사하다고 했더니 그 사람 왈, 한 층에 사는데요. 그 순간 얼굴이 부끄러웠다.

집안에서도 마찬가지다. 가족들은 각자 따로 생활한다. 독방에 들어가서 TV도 각자 본다. 3층 300평에 세 식구가 사는데 아이를 찾느라고 3시간이 걸렸다는 얘기도…. 그 아이에겐 친구도 필요없다. 방안엔 필요한 모든게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다. 부모도 얼굴보기 어려울 정도다. 옛날과는 참 달라진 현상이다. 13식구가 방 3개에 살면서 이불 쟁탈전을 벌이고 싸우고 했었는데….

집마다 소자녀다. 평균잡아 한 집에 1.43명의 아이를 낳고 있다. 세계에서 제일낮은 수치다. 소아과, 산부인과는 환자가 없어 놀고 있고 게다가 결혼을 않는 독신들이 늘어나서 원룸이 없을 정도이다. 솔로들을 위해서 나온 1인용 밥, 찌개까지 불편한게 없으니 결혼을 안하게도 생겼다.

경제적인 이유도 한 몫을 한다. 양육비는 엄청 들어가는데, 할머니들은 손주를 안봐주겠다고 하니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없는 상황이다.
언제부턴가 골목동무라는 말이 사라졌다/ 어린이 놀이터에는 아줌마만 있고 아이들은 없다! 등학교길엔 혼자 가는 아이들뿐이다. 옛날 우리는 늑대가 무서워서 10리길을 함께 걸었는데….

학교도 이젠 오직 경쟁의 장소로 전락한지 오래다. 친구보다 공부가 더 중요하니까. 심지어 친구 없는 아이를 엄마는 더 좋아한다. 엄마들은 친구가 공부에 방해된다고들 생각한다. 나쁜 친구를 만날까봐 겁내한다. 물론 걱정은 된다. 그러나 이건 아이에게 달렸다. 정말 걱정할 일은 아이에게 친구가 없다는 사실이어야 한다. 자녀가 자신에게 친구가 없다는 사실을 걱정하고 불안해 하고 있다는 걸 아는 엄마는 많지 않다.

게다가 디지털 세대인 아이들은 또 다른 문제를 안고 있다. 컴퓨터에 빠진 아이들은 인터넷이라는 사이버 세계에 중독되면서 게임도 친구가 아닌 컴퓨터를 대상으로 혼자하고 있다. 이로 인해 말도 조각나서 신어 조작증이 생겨나고 있다. 요새 가장 인기있는 노래중에 하나를 살펴보면 네가 좋아, 싫어, 가, 울지마…. 열광하는 아이들은 뜻이나 알고 있는지…. 그걸 노래하고? 정말 모를 일이다.


자녀의 친구관계,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외톨이가 왜 안되는지, 혼자 아이의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했을 것이다. 친구는 평생의 자신이다. 부모 자신의 경험을 돌이켜 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이렇게 소중한 친구가 없다는 사실이 제일 큰 걱정이라는 것을 확인했으니 이제 부모가 자식을 위해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자.

제일먼저 할 일은 자식의 친구를 잘 대접하는 것이다. 자녀의 친구가 집에 오면 반갑게 맞이하고 음료수나 과자같은 간식러리를 준비해 주자. 달가워하지 않거나 감시의 눈초리를 보내는 엄마가 있는 한, 그 집에는 아이들이 모이지 않는다.

부모가 자신들의 친구를 집으로 초대하고 놀러도 가고 하자. 먼저 부모가 모범을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 친구가 얼마나 소중한가를! 아이들을 데리고 친구 집을 방문하여 그 집 아이들과 자연스레 친구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보자.

더 나아가 우리 아이에게 좋은 친구가 될 만한 아이의 부모들을 내가 먼저 사귀어 보자. 이웃에 우리 아이와 또래인 엄마와 친해지자. 부모가 친해지면 아이들도 가까워진다. 부모도 친구, 아이도 친구! 세대간에 이어지는 친구관계는 그 무엇보다도 끈끈하고 두텁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옮길 때, 또 전학을 갈 때, 학년이 바뀔 때마다 부모가 전략을 세워라. 과연 어떻게 친구들을 만들 것인지!
또 종교활동, 동아리 등에 들어가게 하라. 이런 활동을 통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친구를 사귀게 된다. 또한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표현하는 훈련도 되니 이 아니 좋은가!

캠프를 보내라. 여행에도 참가하게 하라. 이런 기회를 통해 아이들은 동네 친구에서 벗어나 다양한 친구들과 어울리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이 모든 것을 친구와 함께 해야 한다. 좋은 친구는 삶의 즐거움이요, 동반자요, 평생의 소중한 자산이다.

<이시형박사·사회정신건강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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