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파트촌 공원에 할아버지 한분께서 늦은 시간까지 벤치에 앉아 계시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이유를 여쭤보니 열쇠가 없다는 것이었다. 산업의 발전과 함께 우리가 급격한 고령화를 맞이한 것은 이미 발표된 여러 번의 통계로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산업 구조의 변동과 맞물려 변화와 새로움을 이상시하는 지식문화 체계가 확립되면서 노인들은 보수성과 전통을 대변하는 집단으로 인식되어지고, 세대교체의 대상으로 전락되고 있다고 본다.

2003년 고령화 통계에 따르면 가족에 노부모 부양의 책임이 있다는 견해는 1998년 89.9%에서 4년이 지난 2002년에는 70.7%로 무려 19.2%포인트 줄었고, 가족 중 장남이 부모의 노후를 돌봐야 한다는 의견도 98년 22.4%였으나 2002년에는 15.1%로 7.3%포인트 감소했다고 한다.

사업을 하는 아들과 출가한 두 딸이 있는 김모(66) 할머니의 경우 아들이 결혼한 뒤 30평짜리 아파트에서 강아지와 함께 홀로 사는 흔히 말하는 독거 노인이다. 아들 내외와 손자들은 옆 동 아파트에 살지만 며느리는 아예 찾지 않고 아들만 가끔 온다. 5년 이상 계속된 독거 생활로 평소 우울증에 시달려오던 김 할머니는 최근 관절염 수술을 한 뒤 약한 치매 증세마저 보이고 있다고 한다.

전통적인 효도관 붕괴 현상은 급속한 핵가족화와 개인주의, 탈권위주의화, 경제난에 편승해 가속화되어 가고 있다. 이에,캐나다 등 선진국에서 도입하고 있는 다양한 시설이 갖추어진 노인전용 임대아파트의 시범건립 운영을 제안코자 한다.

이곳에 지자체에서 노인복지관과는 별도의‘공동작업장’을 설치하면 건강한 노인들이 그곳에서 일을 하게 되고 어느 정도의 일정 수입을 얻게되어 아파트 임대료지불과 생활비도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정부에서 임대 아파트건설은 금년 7월부터 해당법이 완화돼 그린벨트지역에서도 건축이 가능해져 저렴한 아파트부지를 확보할 수 있는 이점이 생겼다. 따라서 공기업이나 지자체가 직접 이사업에 참여한다면 1000만원 이하의 싼 보증금과 10만원이하의 싼 임대료로 적정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분양이 가능하다고 본다.

또한 지자체와 기업의 협력하에 아파트 단지내에 설치한 노인공동작업장에서의 일정한 월수입으로 임대료 납부등 자립적인 생활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힘이 안드는 단순한 작업은 노인들의 건강에도 많은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자립적인 생활이기에 더욱 더 보람되고 정신건강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몇억 원을 내고 들어 가는 종전의 실버타운의 개념이 아닌, 일반서민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노인전용 영구임대아파트라야 한다.

이러한 시스템이 고령화 사회로 급속히 변하고있는 우리 현실에 하루속히 필요한 그 대안의 하나라고 본다. 수백만평의 택지개발로 그린벨트를 점유하는것과 비교할때 노인복지사회를 풍요롭게하는 이방식은 훨씬 그동안 보존된 그린벨트의 값어치를 더욱 높여줄 수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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