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판사판 화엄경’ 펴낸 용화사의 성법스님

 

고양시 관산동 주공아파트 뒷편에 위치한 작은 절 용화사. 이곳 주지로 있는 성법스님(47)이 이번에 신간 '이판사판 화엄경'(정신세계원 출판국·1만1천원) 을 출간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책 제목 '이판사판(理判事判)'은 원래 화엄경에 있는 말로, 이판은 본질, 사판은 현상에 대한 판단을 뜻한다.

지난 1977년 고등학교를 마치고 이듬해 출가한 성법스님은 그 당시 어떤 뚜렷한 종교관보다는 불교를 통해 삶의 가치에 대한 답을 얻고자 구도의 길을 택했다. 출가당시에 집의 반대가 많았지만 할머니와 어머니 두 분이 절실한 불교신도인 탓에 스님의 길을 걸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스님은 자신의 인생 중 현재까지 70%를 불경공부에 바쳤다.  그러나 그는 "처음과 지금의 불경에 대한 동경이 같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아직도 공부해야 할 것들이 많다. 불교의 틀 밖 세상, 그 또한 불교이다"며 모자람의 겸손함을 내 비친다.

'이판사판 화엄경'은 불교 기독교, 천주교 외 세상에 존재하는 여러 종교들에 대해 거침없는 말투와 뚜렷한 자기철학을 바탕으로 비판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그가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은 간단하다. “종교는 상식을 벗어날 수 없다. 우리가 값비싼 고급 TV를 본다고 해서, TV의 프로그램 자체가 바뀌지는 않는다 종교 또한 부처와 예수의 뜻이 커나가야 하는 것이지, 이를 이용한 자신의 이기를 채우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19세기 종교가 과학의 발전을 저지하는 가장 큰 걸림돌의 역할을 한 것과 별반 다르지 않는 이치이다. 무지로부터의 해방을 이끈 것은 과학이다. 현대의학이나 문명 또한 절대적인 신이 내린 선물이다. 이것을 배제한 종교란 것은 집단보호본능이 만들어낸 폐쇄적 논리라는 것. 그는 과학적인 진리를 통한 설명도 덧붙인다. "쥐불놀이를 돌리면 원이다. 하지만 멈춰있을 땐 점이다. 그럼 이 현상에 대해 원이 맞나, 점이 맞나를 가지고 싸운다는 것은 궁색한 말장난에 불가하다."

성법스님은 현상과 본질로 구분되는 세상에서 우주의 원리를 통합하는 바른 가르침을 화엄경에서 배우자는 뜻과 현실 불교계 및 사회에 대한 비판의 뜻을 이 책에 담았다는 설명이다. 이 책은 또 화엄경 게송 45편을 빌어 불교의 주요 교리와 사상을 풀이하고 있다. 지혜·수행·무아·공(空)·번뇌와 업 등 불교 이해를 돕는 핵심적 항목으로 구분, 적합한 게송을 예시한 뒤 첨단과학 이론까지 접목하며 흥미롭게 설명하고 있다.

오랜 세월을 지나면서 변색하고 썩어버린 지금의 종교에 대해, 그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불교를 들어 "처음 불교의 하드웨어는 소프트웨어 개발의 소홀함으로 본연의 하드웨어까지 녹슬어가는 정말 심각한 상황이다.” 고 말했다. 2천년 전 대승불교 사상이 태동했듯이 지금이야말로 미래의 불교를 위한 사상적 불교개혁이 일어나야 할 때 임을 지적한다.

현재 용화사에서는 매주 둘째주 일요일 스님 철학에 동조하고 따르는 일반인들을 위한 법회가 열리고 있다. 신도에게도 "상황을 어렵게 한 너의 업을 돌이켜 보라. 잘못은 니가 저질르고 뒤치닥거리는 왜 내가 하느냐"며 거침없는 말로 꾸짖어 보낸다는 성법스님은 불교 정법의 가르침을 거듭 강조한다.

"불교에서 세속적이고 자기집착과 욕심을 치켜세우는 비불교적인 행위가 당연스레 행해지고 있다"며 씁쓸함을 지우지 못한다. 현실사회에 대한 그의 칼같은 이런 지적이 과연 우리 종교계에 어떤 요소로 작용할 것인가. 문의: 962-8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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