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카페 차린 ‘에피소디아’ 박용원 사장

 

국내 마지막 LP판 공장으로 남아있던 서라벌레코드사가 지난달 초 폐업함에 따라 국내에서의 LP는 외국서 주문생산할 수밖에 없게 된 상황이 되고 말았다. LP판이 이젠 ‘그때 그시절’의 추억의 물건이 되어버린 지금  40여년간 LP를 꾸준히 모아 현재 1만여장을 갖고 있는 고양사람이 있다. 고양동(덕양구)에 있는 음악카페 ‘에피소디아’의  박용원 사장(51)이 그 주인공이다.

 '에피소디아'에는 박사장이 중학생 시절부터 모아 온 1만여장의 LP판이 카페 2층 벽면을 꽉 채우고 있다.  서라벌레코드사가  폐업하면서 국내 LP판 생산이 중단된 것에 대한 그의 소회는 의외로 담담했다. 지금 가지고 있는 LP판은 90년대 이후에 나온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 말하자면, 90년대 이후 것은 안 모았기에 제작공장이 문을 닫은 것에 대해 별 소회가 없다는 표정이다. 그는 90년대에는 CD만 수집했는데 요새 음악은 없고 다 옛날 장르만 모았다고 했다. 점차 사양화되어가는 LP판산업의 시대적 흐름을 박용원 사장도 비켜갈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LP판 컬렉션과 관련, 오래전부터 수집해 온 터라 사연도 많다. 자꾸 쌓여가는 레코드판을 분산해서 보관하기 위해 친척집에 맡겼는데 일하는 아이가 몰래 팔아버린 일. 이태원에서 DJ로 일하는 사람이 그가 일하고 있는 업소에서 판을 몰래 훔쳐다 판 것을 사서 경찰서까지 가게 된 일 등등.

소장하고 있는 1만여장의 LP판들은 그 수  만큼이나 다양한 음악적 장르를  자랑한다. 팝, 재즈, 클래식, 대중가요, 제3세계 음악에서부터 국악까지  모든 장르가 구비되어 있는데  박사장은 특정한 음악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여러 장르의 음악이 있지만 결국 같은 계음안에 있는 것이고  클래식이든 대중음악이든 들어서 감명을 준다면 그 게 좋아하고 아끼는 음악이 아닌가 하는 견해를 피력한다.

소장하고 있는 컬렉션 중 박사장이 가장 애착을 갖는 판은 무엇일까.  그는 주저없이 비틀즈 초기 시절의 앨범 한장을 꼽는다.  비틀즈가 무명시절을 벗어나 '큰 물'로 갈 무렵 영국의 'Beejay'레코드사에 나온 판이다.  27, 8년전에 몇 개의 앨범과 바꿔서 구입한 것으로, 국제 온라인경매사이트인 이베이 (eBay)에서만 거래되고 있을 정도로 소장가치가 높다.

그리고 아끼는 판 중의 또 하나를 소개하는데 뜻밖에도 녹음극 판이다. 지난 68년 구민, 이청천, 나문희, 오승룡 등 당대 명성을 날리던 성우들에 의해 제작된‘드라마 레코오드 삼국지'가 바로 그 것이다.  아끼는 판이라면 클래식판을 소개할 줄 알았는데 예외다.

마이클 래빈의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를 즐겨 듣는다는 박 사장은 음악동호회 '자유로'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LP판 매니아답게 소장하고 있는 음향시스템 또한 알아주는 명품들이다. 스피커는 B&W  메트리스800이며 엠프는 메킨토시mc2600, 턴테이블은 토렌스TD226.

거기다 뮤직비디오를 감상할 수 있는 프로젝트 빔은 '에피소디아'의 음악카페로서의 명성을 더하게 한다. 높다란 천장이 인상적인 '에피소디아'의 메인 홀은 한쪽 벽에 그룹 '젝스키스' 쟈켓을 도안한 구본정씨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꽃무늬 모양의 예쁜 컵과 심플한 디자인의 그릇들은 그동안 집에서 사용하던 것들이라 정겨운 느낌마저 든다.

유미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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