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지피식물원’ 황수자씨

고양시 덕양구 대자동에서 39번 국도 의정부방향으로 들어서면 3만 5천평에 달하는 비닐하우스 촌이 보인다. 벌개미치, 금낭화, 구절초, 원추리, 붓꽃 등 150여가지 야생화가 자라나고 있는 ‘원 지피식물원’이다.

이 곳 대표 황수자씨(50)는 강원도에서 농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외국꽃들이 우리나라를 거의 잠식하고 있다는 현실에 창안, 1981년 돈 100만원을 빌려서 야생화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야생화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돈을 주고 사가는 사람이 없어 처음부터 출발이 그리 쉽지는 않았다. 연탄불도 때지 않은 비닐하우스 냉방에서 13년간 잠을 자고 재래식 화장실에서 분뇨를 직접 퍼다 나른 일 등은 지금도 그 후유증으로 허리가 아픈 요즘, 웃으면서 편안하게 얘기 할 수 만은 없을 것 같다고 한다.

야생식물 재배농가 가운데 규모나 기술면에서 국내 최고인 ‘원 지피식물원’은 학교나 기업체에 주로 야생화를 납품하는데 용인 에버랜드, 코엑스, 한전본사, 법원, 경찰청, 예술의 전당등이 대표적이다.

88올림픽을 앞두고 원추리 10만 송이를 지원해 한강변에 심었는데 TV화면에 나온 장관을 보고 너무도 감격했던 순간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고양시 꽃박람회가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여섯번 계속 참여했으며 각종 야생화 전시회나 사진전 등도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후진양성을 위해 1년에 다섯 번씩 광릉수목원에서 임원연수원생들에게 강의를 하고 있으며 농가에서도 직접 1년에 네 번 정도 재배기술을 강의하고 견학도 시켜준다. 내년에는 봄 쯤에 강의일정이 잡혀있다.
‘원 지피식물원’은 직원이 30명 정도 되는데 특이한 것은 직원들 나이가 거의가 5, 60대이고 제일 나이가 많은 분이 79세이다. 거의가 15년에서 20년 정도 근무하신 분들인데, 황수자씨는 아무리 힘들어도 그분들의 간식이나 식사를 빵이나 우유로 대신한 적은 한 번도 없고 꼭 국수나 밥을 손수 지어서 드린다고 한다.  야생화 무리 속에서 풀을 뽑거나 분갈이를 하시는 할머니들의 모습은 생각만 해도 평화롭고 정겹기만 하다.

98년도 수해로 비닐하우스 1만여평이 물에 휩쓸려 떠내려가 소위 ‘쫄딱 망했다’는 황수자씨는 그래도 그동안 쌓아 놓은 신용덕에 주위분들의 도움으로 금방 재기할 수 있었단다.

지금은 강원도 인제군에 3만5천평에 달하는 제2의 야생식물 재배단지를 조성 중인 그녀는 없는 사람일수록 신뢰와 믿음, 그리고 절대 포기하지 않는 정신이 중요하다며 “야생식물로 경제적 안정을 찾은 만큼 야생식물 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유미정기자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