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은 어디로 가라고”

덕양구 관산동에 있는 벽제고등학교가 내년부터 특수목적고(고양외고·이하 특목고)로 전환되면서 이 지역에 유일하게 있던 일반고등학교가 없어지자 아이들의 진학문제로 지역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현재 이 지역에는 고양, 내유, 벽제초등학교 등 3개 초등학교와 벽제중학교가 있고 이곳 졸업생들은 그동안 벽제고등학교로 진학할 수 있었지만 당장 내년부터 고양외고로 전환될 경우 대다수의 학생들은 먼 거리의 학교까지 원거리 통학이 불가피한 형편이다.

이에 고양, 내유, 벽제 초등학교 학교운영위원들은 벽제고의 ‘특수목적고 전환 반대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구성하고 벽제고등학교의 고양외고 전환 무효화 지역주민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대책위측은 “벽제고는 사립학교지만 분명 지역의 학생과 지역의 교육예산으로 운영되는 지역학교”라며 “재단측은 특목고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지역에서 설명회 한번 갖지 않고 학부모들이나 지역주민의 의견을 무시했다”고 서명운동의 취지를 설명했다.

또한 대책위의 학부모들은 “벽제고를 특목고로 바꾼다면 그 동안 벽제고가 수용해 오던 초등학교와 중학교 아이들의 진학에 대한 대책을 세웠어야 하는거 아닌가”라고 재단측에 항의했다.
한편 대책위의 김수덕씨(벽제초 운영위원장)는 “재단은 벽제고를 목적고로의 전환이 아닌 벽제중학교와 고등학교의 교육 내실화를 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벽제고의 강성화 교장은 “학부모들의 특목고 전환에 대한 반발은 고교평준화의 근본 취지에 대해 이해를 하지 못해 생긴 것”이라고 말하고 “달리 생각하면 학생들이 좀 더 열심히 공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강 교장은 “당장 졸업을 앞둔 벽제중학교의 학부모들은 조용한데 초등학교 학부모들이 문제를 제기하는지 모르겠다”며 일부 소수의 학부모들의 반발에 대해 불편한 심정을 토로하기도.

그러나 이처럼 지역 내에서 문제가 심각한데도 현재 대책위와 학교측은 공식적인 대화를 갖지 못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속에서 초등학교 학부모인 정 모씨는 “재단의 벽제 중·고등학교 운영과 교육의 질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만이 아이들을 위해 참아왔지만 특목고 전환으로 터져 나왔다”며 “근본적인 문제는 교육을 생각하지 않는 재단측에 있다”고 전했다.

한편 전교조 고양지회의 오성탁 사무국장은 “비록 사립학교라도 지역사회에 공공성을 유지해야 하는데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한 것을 잘못된 생각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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