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호수공원의 팔각정 부근에 장승 한 쌍이 있었다.  호수공원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호수공원을 한바퀴 돌면서 지쳐질 때, 좀 쉬어가자며 팔각정에 들어서려면 마주치는 그 장승이다. 

나무 결이 그대로 드러나는 투박한 형상이지만 정겨운 모습이었다.  아파트와 콘크리트 조형물에 신물이 난 도시사람들에게 옛 고향의 정취도 느끼게 해 주었다. 

수문장처럼 마을의 평화와 안녕을 지키고, 나그네의 이정표가 됐던 옛 고향의 장승 같은 상징물이 아니었던가.

일산 호수공원의 그 장승이 어느 사이엔가 없어졌다.  언제인지도 모르게 슬그머니 없어졌다.  장승이 있었던 그 자리에는, 장승을 둘러싸고 있던 철책만 있다.  장승이 있었는지 모르는 사람들은 그 자리를 보고 의아심을 가질 것이다. 

그 기에 도대체 무엇이 있었을까.  호사가의 괜한 참견일까.  구청에 문의를 했더니, 친절한 답변이 왔다.  장승이 오래되고 비바람에 나무가 상해 다른 것으로 교체하기 위해 철거했다는 것이다. 

무엇으로 교체한다는 내용은 없다.  유추해 보면 다른 조형물이 들어설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지금까지 그 곳 자리는 비어 있다.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보기에 멀쩡했고, 설사 오래됐다 치더라도 원래 장승은 그런 모습이 더 정겹지 않은가.  이런 기우가 든다. 

혹여 다른 이유, 이를테면 종교적인 시비문제 때문에 없애버리지 않았나하는 것.  동산동 ‘밥 할머니’ 석상의 귀환을 반기는 굿이 그런 문제 때문에 취소됐다는 씁슬한 소식이 오버 랩 돼오는 것은 그 때문일까. (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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