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의 '책 할아버지' 유호준

고양 일산의 '문화의 광장'(옛 미관광장)에 이색적인 행사가 하나 벌어지고 있다.
 '제1회 고양책사랑 책 나눔잔치'가 그 것.  고양시민들에게 '안 보는 책 교환하기', '어려운 이웃에게 책 기증하기'를 권유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다. 

이 행사를 개최한 유호준(74)할아버지.  일산의 사설문화원인 일산독서문화원장인 유할아버지는 "사람의 도리를 가르치는 책을 이웃과 나눠보면 그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라는 말로 행사의 취지를 설명한다.

유할아버지는 일산에서는 이미 잘 알려진 유명인사이다. ‘책 나눠 주는 할아버지’로 ‘책 나눠주기’에 누구보다 앞장서 왔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 행사기간에 한 출판사에서 어린이 책 5000권을 기증받았다. 그는 이 책들을 지난 20일부터 고양시 일대 장애인 학교, 소년소녀 가장 등에게 나누어주고 있다.

1996년 일산으로 이사 온 유할아버지는 그 때부터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아파트 단지에서 버려지는 책을 거둬다가 경로당, 장애인학교, 군부대 등에 전달하는 일을 해 왔다.  주로 거주지(고양시 일산구 대화동) 인근의 초중고교와 동사무소에 책을 전달하기 시작했다.

그는 "내 가정과 내 이웃, 그리고 내 주변부터 책의 소중함을 느끼면 그 사람들이 나보다 더 열심히 책 나누기 운동에 동참할 거라고 생각했다"며 "지금은 주변 사람들이 가장 큰 후원자가 됐다"고 그간의 보람을 전한다.

처음에는 재활용품으로 버려진 책을 거둬 가는 모습을 본 주민들에게 이상한 노인으로 오해받기도 했지만 책이 폐지로 버려지기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삶의 지혜를 전달할 기회를 주자고 주민들을 설득했다.

이렇게 해서 모인 책이 1년여 만에 1만여 권이 넘자 자신이 사는 아파트 단지 경로당을 아예 도서관으로 꾸몄고, 2000년 초부터는 일산독서문화원을 세워 체계적으로 책 나눔 운동을 시작했다.

일산에서는 소문이 나 일부러 책을 들고 찾아오는 사람도 생겼고 여러 후원자들이 책 기증에 동참한 덕에 지금까지 나누어 준 책은 어림잡아 10만여 권에 이른다. 유할아버지는 지난 2002년에는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주관한 '독서진흥상' 개인 부문 수상자로 선정될 만큼 독서광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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