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희 할머니

주엽1동 10단지 노인회장인 홍정희 할머니는 아름다운 인생을 보냈다. 결혼도 하지 않고 80평생을 혼자살며 시집장가 다 보낸 열두명의 자녀는 할머니가 친자식처럼 키운 6`25 전쟁고아들.

홍할머니는 본래 파주 마동면 출신으로 어릴 때 전라도 두부장수의 양녀로 들어갔다. 하지만 서울에서 양부와 헤어지고 의정부 송산다리 밑에서 한떼의 전쟁고아들을 만나면서 그녀의 인생은 크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누구하나 보살펴 주는 사람없이 하루하루 어렵게 끼니를 떼워가는 모습을 보고, 그녀는 아이들에게 '너희 엄마가 돼 주겠다'며 꽃다운 나이에 아이들을 위한 인생을 시작했다.

이것 저것 장사를 하고 때로는 막노동까지 하면서 오갈데 없는 아이들을 거두기 시작한 것이 어느덧 12명이 됐다. 어렵사리 생활을 이어나가는 중 그녀에게 하나의 기회가 찾아왔다. 나라에서 미군부대 쓰레기장의 관리를 맡긴 것.

지금이야 쓰레기는 말 그대로 쓰레기지만 당시 미군부대에서 나오는 쓰레기는 버릴데가 하나 없는 '귀중한' 자원이었다. 송할머니는 미군부대 쓰레기 관리를 하면서 모은 돈으로 서울 가회동에 집을 사 삶의 터전을 마련하고 열두자녀들을 학교에 보냈다. 

돈을 벌어 어머니를 보살피겠다는 한 아들을 제외하고 11자녀 모두 대학까지 진학시켜 결혼까지 시켰다. 홍할머니는 10여년 자녀들 모두 삶의 기반을 자리잡은 후 고양시 주엽동으로 이사와 '한밥'이라는 음식점을 몇년간 운영했다.

그녀는 자녀들에게 "너희들 모두 장성해서 잘 살고 있으니 너희는 너희대로 살고 나는 나대로 살겠다"며 각자 헤어져 1년에 한번만 만나자는 약속을 했다.

자녀들 모두 어머니를 모시고 싶어했지만 송할머니는 죽는날가지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다며 자녀들이 내미는 도움의 손길을 모두 뿌리쳤다.

홍할머니는 못배우고 부모도 없이 손이 터지도록 살아왔지만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에 한 점 후회도 없었다고 말한다. 비록 평범한 여자처럼 시집가서 보통의 가정을 꾸리지는 못했지만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12개의 별'을 손에 넣었다며 너무 행복하다고 말한다.

홍할머니는 올해로 84세가 되지만 아직도 쌀 한가마니를 번쩍 들 정도로 정정하다. 평소 아이들을 좋아하는 홍 노인은 이즈음에도 늦은 밤이면 주엽동의 우범지대를 찾아 청소년 선도에 나설 정도로 활동적이다.

할머니는 특히 남의 신세를 지는것을 완강히 거부하는 자긍심 높은 여인이다. 그녀는 남에게 선행의 귀감이 되는것도 귀찮다며 "내 인생 내가 하고자 싶은데로 살았기에 무엇하나 남에게 내세울 것 없고 스스로 행복할 뿐이다"며 자신을 드러내는 일을 극도로 꺼린다.

본인의 요청으로 모든 활동을 밝히지는 못하지만 송할머니는 지금도 아무도 모르게 묵묵히 남의 위한 봉사의 인생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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