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뛰는 사람들] 원당시장 떡집주인 문동기씨

IMF 부도 딛고 ‘떡박사’ 변신
7년동안 가래떡처럼 쭉쭉 뻗어

해마다 새밑이 되면 우리는 고단하기만 했던 한 해를 빨리 마무리하고 새로운 희망으로 내년을 기대해 보고 싶어진다. 유난히 힘들었던 지난 한해였다. 그러나 민초들의 삶에는 아무리 어렵고 숨이 턱까지 막히게 고달파도 결코 좌절하지 않는 우직함이 있다. 을유년 새해를 새벽부터 달리는 고양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의 삶을 통해 올 한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편집자 註>

 

싱싱한 활어마냥 역동성이 팔딱팔딱 숨쉬는 그 곳. 이른 새벽부터 하루를 시작하는 원당시장 안에서 우직함과 성실함으로 7년간 떡집을 운영하는 문동기(41)씨.

간간이 자재를 납품하는 차량들만이 왔다갔다한다. 새벽 5시인데도 긴 겨울밤은 아직도 캄캄하기만 하다. 전날 담가놓은 쌀물이 얼어 얼음을 깨고 쌀을 씻는 손길이 분주하다.  떡 주문량이 많을 때는 새벽 3시에 나와 날을 새는 날도 많은데 요즘은 경기가 안 좋아서 새벽 5시쯤 일을 시작한다.

겨울이라 찰떡이 잘 나간다는 문동기씨는 떡의 주소비층은 정해져 있지 않으나, 예전에는 간식으로 빵을 먹었는데 지금은 아침 식사 대용으로 떡을 많이 찾는다고 한다.

건어물 장사를 하다가 IMF때 부도를 맞아 사업자금 5000만원중 수중에 500만원이 남았는데, 4형제 중 두 형님이 떡집을 하던 차라 지금의 떡집을 시작하게 됐다.

차까지 팔아 빚정리를 할 때는 그저 막막하기만 했지만 다시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 밖에 안들더라는 문씨는 "부모 형제들의 격려가 많은 도움이 됐다"면서 "어려울수록 가족들간의 사랑과 화합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경험 없이 시작한 떡집이라 초창기 때는 실수도 많았다. 설날이나 추석같은 대목 때는 팔아야 될 떡의 양을 가늠할 줄 몰라 팔지 못해 산더미 같이 쌓인 떡을 바라볼 때도 있었다고 지난 날을 회상한다.

그렇게 남은 떡을 노인 복지 시설 같은데 보냈는데, 그것이 인연이 되어 지금도 ‘고양노인복지회관’이나 파고다 공원에서 노인들에게 식사대접을 하는 일산에 있는‘사랑채’같은 시설에 떡을 기부하기도 한다.

50여가지나 되는 다양한 떡을 잘 만들어 내‘떡박사님’이라고 불리는 문씨는 떡과 관련된 책을 보고 연구를 하거나 원하는 맛이 나올때까지 여러차례 만들어 시식을 하는 등 지금도 새로운 떡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요즘은 솔잎가루를 넣고 여러 고명을 섞어서 만드는 떡을 구상중에 있다. 솔잎을 넣어 건강에도 좋지만 무엇보다 바쁜 직장인을 위해 냉동실에 넣고 하나하나 꺼내서 먹는 아침식사용으로 만들 예정이다.

문씨의 떡집에서는 인절미, 절편, 바람떡, 꿀떡 등 이름만큼이나 다양한 떡들의 잔치가 벌어지고 있는데 자신있게 추천하는 떡은 뭐니뭐니해도 ‘흑임자 구름떡’이다. 흑임자 가루에 밤, 대추, 잣, 땅콩 등을 넣어 만들었는데 그 모양이 구름모양 같아서 ‘흑임자 구름떡’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떡이 맛이 없다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진정한 고객이 될 때까지 떡을 만들어 주고 싶다고 말하는 문씨에게 IMF때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고자 노력한 그의 도전 정신이 느껴진다.

특별히 몸이 불편하지 않은 이상 새롭게 일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문씨는 주저 앉지 않으면 언젠가 기회는 다시 온다고 말한다.

“땀 흘리고 노력하면 그 댓가를 반드시 받을 수 있는 그런 사회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문씨의 소박하지만 당찬 새해 소망이다.  막 기계에서 뽑아 낸  가래떡에 김이 모락모락나는게 먹음직스럽다. 새해에는 모나지 않게 쭉쭉 뻗은 가래떡처럼 우리네 삶도 그렇게 피게 되기를 문씨는 바라고 있다.

<유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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