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에 사는 즐거움

고양 땅 일산에 둥지를 튼 지도 어언 7년의 세월이 흘렀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세월을 지나면서 어서 이 도시를 벗어나고 싶다거나  불편하다는 등의 생각에 지속적으로 매달리지 않은 것을 보면 얼마만큼은 이 도시에 흡족해 하면서 살았다는 얘기가 될 수 있겠다.

돌이켜 보면 참으로 우연히 이 도시와 만났다.  서울서 살다가 아이들이 사춘기를 만났을 때 남편의 해외근무지인 태국으로 허겁지겁 따라 나갔다.  그 곳에서 3년의 세월을 보내다가 서울로 돌아오고, 다시 움직여 자리 잡게 된 곳이 바로 일산이다. 

사람의 마음은 간사한 것인가.  3년이란 시간 동안에 고국의 풍경이 낯설었다.  도심의 웅성대는 분위기는 정신 사나워 견디기가 힘들었고, 어디를 가도 넘쳐나는 사람들은 답답해 숨쉬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그러다 지하철 3호선에 몸을 싣고 다다른 곳이 일산이다. 

일산은 조금 차갑게 느껴지는 도시였지만 서울에 비해서는 우선 숨을 쉬기가 편했다.  술렁대고 부산스러워 덩달아 마음이 바빠지고 안정이 안 되는 서울과는 사뭇 달랐다.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목을 서성이며 나무냄새를 맡고 한가로운 공기를 느끼며, 뭔가 정신적으로 치유가 시작되는 느낌을 받았다.  아파트로 일색의 콘크리트 도시이지만 마을과 마을 사이에 난 울창한 숲 속의 여러 산책길들.  그 길들을 매일 걸으면서 나의 정신적 사유는 활기로움을 되찾았다.

교외선 열차에 몸을 실어보기도 하고 ‘목마와 숙녀’‘버지니아 울프’의 그림자가 촛불처럼 일렁거리던 카페에서 차를 마시기도 하면서 내가 사는 곳, 일산의 멋에 빠져 들었다. 행주산성 석양은 어떤가.  흐르는 한강.  말없이 흐르는 강물에 묻어나는 석양빛이 행주산성에 걸터앉은 풍광은 어디서건 보기 어렵다.

나는 호수공원을 사랑한다.  물과 땅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마음의 안정을 취하기엔 더 없이 좋은 곳이다.  호수공원 길을 따라 천천히 호흡하며 걸어보라. 그 속에서 한적하고 여유로운 ‘느림의 미학’을 맛볼 수가 있을 것이다. 

일산은 문화의 도시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돌아보면 많은 예술 공연과 전시회들이 이어지고 있는 곳이 바로 일산이다.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나는 여태 일산사람들이 문화적 갈증에 대해 불평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일산의 오늘 모습은 이 도시 사람들이 열심히 가꾼 것이다.  저마다 이 곳으로 모여든 사연이 각가지일 터이지만 문화를 사랑하고, 이웃을 아끼는 마음들이 다져진 결과인 것이다. 짧은 기간에 이처럼 아름다운 공동체를 만든 우리 이웃들에게 감사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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