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뛰는 사람들]깨끗한 마을 지켜주는 관산동 미화원 김경술씨

“주민들에게 기쁨 주는 일에 보람”

20년동안 고양시의 깨끗한 거리조성을 위해 매일 새벽 청소를 하는 김경술(58)씨. 현재 김씨가 일하고 있는 관산동의 미화원은 총 4명. 몇 달 전까지 5명으로 배정되어 있었지만 한 명이 그만두게 되면서 김씨 역시도 자신이 맡고 있는 구역이 꽤나 넓어졌다.

김씨를 포함해 고양시 환경미화원은 덕양구 89명,일산구 69명으로 총 158명에 달한다. 요즘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도 이들은 밝고 깨끗한 아침을 선사하기 위해 매일 새벽 거리를 청소한다.  김씨를 포함해 이들 환경미화원들의 작업환경은 그다지 좋지 않다.

한 사람이 맡은 구간이 워낙 넓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루 10시간의 근무시간을 대부분 밖에서 보내는 이들은 관내 근무시간이 새벽 6시부터 4시까지이지만, 대부분 새벽 3~4시부터 청소를 시작한다.

담당하는 구역이 워낙 넓은 관계로 이들은 딱히 이른시간에 추위를 달랠 길이 없어 노래를 부르며 추워를 달래기도 하고 내복 등 여러벌의 옷을 껴입은 뚜꺼운 옷차림과 장갑 모자 등으로 둔한 몸을 이끌고 이른 새벽부터 청소를 한다.

"현재 대부분의 구역들이 시에서 인원충당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관계로 어느 한 미화원이 개인사정으로 일을 그만두게 되어도 남은 인원들이 그 구역까지 떠안게 된다"는 관산동관계자의 말에서 이들의 노고가 묻어난다.

그나마 최근 관산동주민들이 마련해준 컨테이너 휴게실이 작은 위안이다. 새벽 6시부터 갖는 아침식사시간은 서로의 힘든 이야기, 각자의 사는 이야기 등을 그나마 나눌 수 있는 따뜻하고 달콤한 휴식시간이다.

서로가 너무도 넓은 구역을 맡아, 일하는 관계로 장작을 피우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추위를 이길 시간적, 상황적 여유도 없다. 묵묵히 추위와의 싸움을 이겨내는 것이 그들에겐 또 하나의 어려움이다. 

고양시의 다른 미화원들이 고양시내에 살면서 이른 새벽부터 일하는 것과는 달리 김씨는 현재 서울 모래내에 살며 출.퇴근을 하고 있다. 새벽 4시 버스를 타고 이곳 관산동에 도착하면 6시 반쯤된다.

이 시간부터 김씨는 청소를 시작해 저녁 6시까지 일하고 있다. 관산동에서 일한지는 올해로 15년  본인이 맡은 구간 뿐 아니라 관산동 동사무소 주변과 동사무소 건물 청소까지 매일같이 해준다는 김씨는 동사무소 직원들이 항상 고마워하는 분들 중 한 분으로 꼽힌다.

김씨에게는 부인과 아들 하나가 있다. 그의 부인은 15년전 하반신 마비로 일산백병원에 입원 중이어서 아들이 부인의 병간호를 맡고 있고 집안의 생계는 김씨 몫이다.

김씨는 "아들은 어머니의 병간호로 직장을 구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 곳 관산동까지의 출퇴근이 쉽지만은 않지만 내가 일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나로 인해 깨끗해진 거리를 볼 때마다 마냥 좋다. 감사한 마음으로 일하니 동사무소 청소야 하나도 힘들지 않다"며 스스로 일하는 것에 대한 기쁨을 말한다.

예전의 새마을과 소속으로 청소일을 시작하다 현재는 덕양구 소속으로 미화원 일을 하고 있는 김씨는 한 쪽 귀가 들리지 않는 불편한 몸으로도 자신의 일에 열심이다. 

그래서 관산동에서는 최고의 미화원으로 인정받고 있다. "나에게 일을 준 관산동 주민들에게 깨끗한 거리를 선물해 주는 것이 삶의 낙"이라는 김씨는 어느 한 곳이라도 보다 더 깨끗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찾아 다니며 일하는 그런 사람이다.

"부인의 병원도 고양시에 있고 내가 일하는 곳도 고양시지만 돈이 부족해 이사는 엄두도 못낸다"고 말하는 김씨에 웃는 얼굴엔 잠시나마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다.

"일찍 나와 고생도 많이하고 특히나 관산동은 구역이 워낙 넓게 퍼져있어 일하기가 쉽진 않다. 하지만 내가 고생하는 만큼 관산동 주민들이 웃을 수 있어 너무도 행복하다"는 김씨는 관산동 주민들의 작은사랑에 매일같이 감사하고 산다고 한다.

자신이 해 줄 수 있는 일이 청소이기에 스스로 나서서 한 곳이라도 청소하려는 그의 착한 마음이 관산동 주민들로부터 존경받고 사랑받는 이유일 것이라고 관산동사무소 관계자는 말한다.

관산동 주민들이 김씨아저씨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을 표하는 것이 그가 행복하게 일하는 활력소라는 것이다.  김씨처럼 매일 새벽 행복한 마음으로 청소하는 미화원들로 고양시의 모습이 더욱 더 깨끗해진다.

 해맑은 김씨의 미소처럼 2005년 고양의 모습도 밝아지길 기대해 본다.

<문의: 덕양구 환경청소 1계 961-6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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