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제고등학교가 외국어고로 전환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벽제 지역 학부모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학부모들의 입장은 크게 두 가지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나는 벽제고의 독선적 학교운영에 대한 고발이며 다른 하나는 지역 학생들에 대한 대안제시이다.

우선 벽제고 운영에 대한 문제는 그동안 누적되어 온 비판과 불만이 외고 전환을 계기로 한꺼번에 터진 것으로 벽제고 측이 겸허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재단이사장의 딸인 강성화씨가 학교장으로 발령 받을 때부터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진 학부모들은 벽제고가 독단적으로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아무리 사학 재단이지만 학교의 주체는 학교와 학부모, 교사임에도 불구하고 인사와 정책결정에 이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번 외고 전환문제만 하더라도 학부모들의 의견이나 지역주민들의 요구를 고루 수렴하지 않은 채 강행되어 주민들이 외고 전환에 따른 대책을 마련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학교측은 외고 전환은 고양시 전체의 요구를 반영한 것으로 이미 공공연하게 거론돼 왔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강행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지역주민들이 앞다투어 자녀들을 타 지역으로 전학시켜놓고 벽제고의 외고 전환을 반대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문제는 벽제고가 외고 전환문제에 이해와 요구를 걸고 있는 지역주민들을 위해 공론의 장을 마련하지 못했다는데서 기인한다. 입 소문으로 퍼진 말들을 듣고 대안을 마련할 수는 없다. 벽제고가 외고로 전환하려는 배경을 공론화하고 외고 전환에 따른 대안을 마련했더라면 벽제고의 입장대로 외고는 고양시 전체가 요구하는, 환영받을 일이 되었을 것이다.

꼭 되짚어야 할 점은 외고 전환에 앞서 재단 측의 계획과 비전을 밝혀야한다는 점이다. 외고 전환은 막대한 지역예산이 투자되는 공공사업이다. 재단 측은 투자계획과 운영계획을 세밀하게 공개해야 마땅하다. 이 계획은 지켜도 그만 안 지켜도 그만인 추상적 구호가 아니다. 공공예산의 효율적 집행에 대한 약속이며 공공 교육적 정책의 선언이어야 한다. 재단 측의 외고 운영 목적과 계획이 올바른지 여부도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올라야 한다. 계획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는데 대한 감사와 응징도 공론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벽제고는 지역주민들의 요구를 ‘일부의 반발’이라고 밀어 부쳐선 안된다. 벽제고가 없어지면서 생기게 될 부작용을 떠 안아야 할 지역주민들의 요구를 겸허하게 수렴하고 대안을 마련하는데 함께 해야 한다.
현재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일반고등학교 신설문제가 실현되기 어려운 여건이라면 인근의 고양종고를 고교평준화 학교로 포함시키고 외곽지역의 대안학교로 발전시키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일 수 있다. 이는 학교간의 격차를 없애고 균등한 발전을 이룬다는 고교평준화의 목적과도 일치된다. 벽제고 뿐만 아니라 고양시와 교육청도 대책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지역학교로서의 공공적 기능을 무시한 대안 없는 외고 전환은 무책임하다.

고양시와 교육청이 사립재단인 벽제고의 외고 전환을 지원하고 공공예산까지 투자한다면 이후 대안을 마련하는데도 과감한 투자와 지원을 약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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