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곡고등학교 1학년 6반. 학급회의가 한참이었다.
이번 봄 소풍을 어디로 갈 것인지, 또 무엇을 할 것인지 의논하는 자리였다. 여러 가지 안건이 나왔지만 대세는 덕양구 내유동에 있는 ‘해냄공동체(원장 김태화·962-4555)’로 봉사활동을 다녀오자는 것.

학기에 하루밖에 없는 날인데 좀더 재미있는 곳으로 가자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이 서로 의견을 굽히지 않아 험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그러나 현명한 1학년 6반 친구들은 민주주의 다수결의 원칙을 존중할 줄 알았다. 소수의견이던 반대파들이 승복을 했고 찬성하던 친구들은 주말에 재미있는 일을 계획해보자고 제안한 것.

이렇게 해서 능곡고 1학년 6반 친구들은 지난 4월 20일 소풍을 봉사활동으로 대체하게 되었다.
34명의 반원 모두가 참여한 이날 학생들은 장애우 목욕시키기, 재활용품 분리수거하기, 주변 청소 등을 하며 보람된 땀을 흘렸다. 그리고 김태화 원장의 ‘봉사활동론’도 경청했다.

학생들은 “이번 봉사활동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다. 정말 보람있는 하루를 보낼 수 있어서 좋았다. 남을 도울 수 있는 여건이 주어질 때 열심히 돕겠다”고 입을 모았다. 봉사활동을 마친 학생들을 푸드뱅크를 운영하고 있는 김원장으로부터 케익을 선물로 받았다. 물론 유통기한이 지났다는 설명과 함께. 그래도 학생들은 즐거운 표정이었다.

담임 이영미 교사는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열심일 줄은 기대하지 않았다. 단지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이 주변에 있다는 사실만이라도 가르치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날의 활동은 기대 이상이란다.
또 이선생은 “모든 결정을 아이들에게 맡겼다. 예전에는 소풍이 놀러 가는 것이었다. 이제 그런 소풍은 의미 없지 않느냐? 좀더 의미를 추구하는 학생들이었으면 한다”고 조언했을 뿐이란다.

경제가 어렵던 시절 소풍은 정말로 우리 모두를 설레이게 했었다. 미지근한 사이다와 김밥 한 줄에 행복하던 소풍의 시대는 지났다. 각급학교에서도 그것을 잘 알고 있으며 이제는 소풍이라는 말 대신 ‘현장학습’이나 ‘체험학습’이란 이름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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