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씨앗

사물이 복잡하게 뒤엉킨 것을 두고 갈등이라 말한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로 시작하는 이방원의 시조에서 나오는 것도 바로 만수산의 드렁칡이다. 정몽주를 회유하기 위해 지은 이 시 때문에 칡넝쿨은 현실과 타협하는 기회주의자를 상징하는 단어로 인식되기도 한다.

그러나 불교에서는 갈등을 번뇌라 풀이한다. 얽히고 설킨 칡과 등나무가 마치 혼란한 마음과 같다는 것이다. 『출요경(出曜經)』<三권>에 “칡과 등나무가 나무를 칭칭 얽어 끝내 전체를 감는데 이르면 나무는 말라죽는다(葛藤纏樹 至末遍則樹枯)”는 대목이 있다.

혼란한 정신이 결국 자기 자신을 해친다는 것을 깨우쳐 주는 말이다. 칡과 등나무는 자신이 타고 올라가야 될 나무가 있음으로 인해 더 높이 오를 수 있다. 그러나 자신만 살겠다고 너무 세게 칭칭 감는 것은 자신이 오를 그 나무를 고사시키는 행위가 될 뿐이라는 것이다.

이 말은 통일문제 등에 대해 이념 갈등을 겪고 있는 지금 우리사회에도 교훈을 주고 있다. 민족과 국가를 위한 다양한 의견 수렴을 통해 국론 통일부터 이뤄내야 할 때이다.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면 결국 나라가 망하기 때문이다.
<김백호·회산서당 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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