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동안 그린벨트로 묶여있던 신도동이 천지개벽을 앞두고 있다. 방 한 칸 늘리는 것도 규제됐던 땅에 156만평 거대한 신도시를 만든다고 한다.

인구 13만 명의 작은 도시였던 고양을 불과 10여 년 만에 인구 100만에 가까운 대도시로 변화시킨 거대한 개발의 물결이 이제 마지막 남은 그린벨트도 삼켜 버릴 것이다.

89년 일산신도시 개발 사업이 발표됐을 때 옛 일산의 주민들은 목숨 걸고 신도시 건설을 반대했었다.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땅에서 농사를 주업으로 살았던 일산 주민들에게 신도시라는 장미 빛 그림은 땅을 강제로 빼앗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거센 반대운동의 행렬은 군사작전을 방불케 한 공권력의 힘에 의해 한풀 꺾였고 본격적인 보상협의가 진행되면서 산산이 흩어졌다. 당초 제시한 보상가보다 높은 보상가가 제시됐고 먼저 협의를 끝낸 사람에게는 특혜가 돌아갔다.

15년이 지난 지금 일산은 한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중 한곳이 되었다. 이는 400만평 땅을 아예 싹 쓸어버리고 태어난 도시가 누려야 할 최소한의 특권임과 동시에 목숨보다 귀하게 여겼던 조상의 땅을 내어주어야 했던 옛 일산 사람들의 아픔 위에 새겨져야 할 명예이기도 하다.

삼송신도시는 일산신도시와 사뭇 다르다. 신도시 개발이 발표된 후 이곳 주민들은 담담했다. 고향을 떠나야한다는 두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린벨트 해제 후 원당처럼 난개발 되는 것보다 일산신도시처럼 개발되는 것이 차라리 낫다고 기대하는 주민들이 적지 않다.

일산신도시가 다 좋은 것은 아니다. 근린생활시설 허용으로 상가촌 으로 전락해버린 단독주택단지, 과다하게 들어선 오피스텔과 상업빌딩, 원칙을 깨고 주거지역 바로 옆에 상업지역을 배치해 러브호텔과 마주보고 있는 아파트단지 등등. 도시개발의 부작용도 적지 않다.

이들 대부분은 토지공사가 사업성을 먼저 챙기면서 생긴 부작용들이다. 그래도 일산이 살기 좋은 도시로 꼽히는 것은 호수공원과 정발산, 미관광장 그리고 탁 트인 도로와 푸른 가로수, 사통팔달 편리한 교통여건, 아름다운 산천과 유구한 역사를 고루 잘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일산의 오늘을 보면서 삼송신도시의 미래를 그려보자. 삼송신도시는 개발 주체가 원하는 도시가 아니라 주민이 주인이 되어 만들어가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 좋은 점은 살리고 부작용이 우려되는 점은 깐깐하게 감시하고 견제해 일산보다 훌륭한 신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이는 신도시개발 역사의 변화 발전 과정이기도 하고 주민이 개발사업의 주체로 당당히 서면서 지켜내야 할 권리이기도하다.

옛 일산사람들은 반대운동의 주체이긴 했지만 그들의 땅에 건설될 새 도시의 주체이진 못했다. 신도동 주민들은 달라야 한다. 창릉천을 어떻게 살려낼 것인가. 공원은 얼마나 만들 것인가. 상업시설은 몇%로 제한할 것인가.

온 도시를 망치고 있는 간판은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 보상받고 떠나는 주민이 아니라 새 도시의 첫 주인으로서 적극 참여할 때 삼송신도시는 살기좋은 도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몇 년 후 이 도시에서 살게 될 수많은 주민들을 위한 공공의 책임이기도하다.

강현석 시장과 관계 공무원들 또한 삼송신도시의 장기적인 생명력을 중심에 두고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은 도시를 그려야 한다.

최근 삼송신도시에서 쏙 빠진 삼송동 문제가 쟁점이 되고 있다. 한쪽에선 신도시 편입을 반대하고 있고 한쪽에선 신도시에 들어가길 원하고 있다. 삼송신도시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삼송동 개발문제는 신도시 전체의 도시계획을 위해서도 신중히 다루어야 한다.

토지공사의 사업성이나 민원의 우려, 개개인의 득실을 중심으로 판단한다면 삼송신도시는 도시개발역사의 과오로 남게 될 것이다.

고양의 관문에 들어설 마지막 신도시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할 수 있는 가장 힘 있는 사람은 고양시장이다. 어떤 길이 도시의 미래를 생각하는 길인지 진심으로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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