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조사용 전체소비 60% … 화훼업계 반발

화환수수금지 찬반논쟁
올바른 꽃소비 문화 찾자
경조사용 전체소비 60% … 화훼업계 반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직자 윤리강령시안에 ‘공직자의 화환·화분 수수금지’조항을 놓고 대부분의 공직자들과 시민들이 환영하고 있는 가운데 반면 화훼업계 관계자들은 소비감소를 우려해 집단으로 반발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꽃 소비형태를 보면 각종 경조사용으로만 사용되는 비율이 지나치게 높아 공직자들에게 강제력을 갖는 이 규정이 내년부터 시행될 경우 화훼농가에게는 많게는 15%정도의 소득감소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에 화훼산업의 비중이 높은 고양시와 농립부, 업계관계자들은 화환금지 조항을 삭제할 것을 요구하고 나선 것.
그러나 시민들과 공직자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조치에 환영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시민들은 “관행처럼 이루어져 온 공직자들의 화환 주고받기 문화는 사라져야 한다” “진정한 꽃 소비문화는 마음이 담긴 꽃을 선물해야 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윤리강령 11월에 확정예정
지난 6월 28일 국회에서 부패방지법이 통과돼 7월 24일 공포됐다. 부패방지법 제8조에 따르면 공무원이 준수해야 할 행동강령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 공직자윤리강령(안)이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부패방지법에 의해 설치를 준비중인 부패방지특별위원회에서는 입법예고, 공청회 등의 절차를 거쳐 11월 말까지는 강령을 확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은 공직자에 대해 경조사나 이취임시 화환·화분 수수금지조항이 포함될지 여부다. 법이 만들어지기 이전부터 농림부와 화훼업계는 관련조항의 삭제를 강력히 요구해 왔다.
농림부 관계자는 “화환·화분같은 특정품목을 금액에 관계없이 규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라며 행정자치부 등에 대해 공직자 화환·화분 수수금지조치 삭제에 대한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화훼산업이 지역경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고양시의 경우 상황이 다급하다. 고양시 화훼산업은 전국대비 약 10%를 차지하고 있으며, 수출도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에는 국내 화훼수출의 12%를 차지했다.
경기화훼농협의 권대기 전무는 “공직기강 확립을 위해서는 일정금액 이상(5만원)의 선물수수 금지조항만으로도 충분하다”며 꽃 조항을 삭제해 줄 것을 요구.
권 전무는 “우리나라의 화훼산업은 생산측면의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형태는 경조사 등 행사용이 60%나 돼 ‘경조사, 이·취임시 화환·화분 수수금지’는 그렇지 않아도 취약한 소비기반 자체를 붕괴시키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표1>
한편 화환수수금지조항의 법제화추진에 반대하는 화훼협회, 농협전국화훼협의회 등 22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화훼농업사수대책위’(위원장 최재실)는 이 조항의 삭제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9월말까지 진행할 계획을 세우고 현재 서울역 등 전국의 도심지에서 시민들의 서명을 받고 있다.
고양시 사리현동의 임귀현씨는 “우리 화훼농가는 관공서나 공기업에 화환선물의 반입이 금지될 것을 우려해 관련조항의 삭제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정부에서 꽃을 사치성 선물로만 인식을 하고 이런 강령을 발표한다면 어느 누가 꽃을 선물하고 또 가정에서 꽃을 두고 보겠는가”라고 말했다.

한달 운영비 2천만원 넘어
반면 시민들과 공직자들의 반응은 정부의 화환수수금지조치에 환영하는 분위기다.
국회의 L의원의 경우 지역구 관리를 위해 들어가는 한달 운영비가 2천만원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중 상당금액이 지역 내 수많은 경조사에 들어가는 화환 구입비. L의원측 관계자는 대부분의 지역구 의원들이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귀뜸했다.
현행 선거법상 선출직 공무원은 1만5천원 이상의 금품은 금지돼 있다. 그래서 표면적으로 의원들은 값이 싼 종이로 만든 조화 등을 보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음성적으로는 10만원 가량의 3단 화환 등을 지역구 사무실을 통해 행사장에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 전 모 의원은 난 2개를 보냈다가 선관위에서 경고조치를 받기도. 의원들에게는 지역구 관리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항변한다.
한편 그동안 상대적으로 화환을 주고받는데 제재를 덜 받아온 직업공무원의 경우는 더욱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99년 10대준수사항으로 화환의 수수가 금지됐지만 강제력이 약해 유명무실해진 상황이다. 이에 고위 공직자의 경우 승진이나 경조사때는 수십개의 각종 화환이 행사장을 가득 메운다.
이러한 풍토에 대해 당사자인 공직자들조차 거부감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두개의 화분이라면 집안에 두고 키워볼 만 하지만 너무 많은 화환들은 처치하기에도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적어도 5∼6만원 하는 화환·화분을 많은 경조사에 보내는 것도 경제적으로 부담된다고.

취약한 소비구조 개선해야
우리나라의 화훼산업은 생산과 유통분야에만 치중한 나머지 소비구조가 취약해 수급이 불안정한 것이 현실이다.
80년대부터 정부의 지속적인 투자로 1인당 꽃소비 금액과 수출은 확대되었지만 행사용 위주의 소비구조로는 화훼산업의 활성화와 국제경쟁력 강화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특정시기와 특정품목에 소비가 편중돼 있어 계절별 꽃값의 차가 큰 것도 한계.<표2>
대화동의 김명성씨는 “개업식과 장례예식장 등 행사장에 수북히 쌓인 3단화환들을 보면 과소비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올바른 화환 주고받기를 정착시키기 위해 화훼업계에서도 해야 할 일이 많다.
경기화훼농협의 한 관계자는 우리여건에 맞는 ‘소형화, 간소화’된 실용적인 화환의 모델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관련업체와 단체, 학계가 참여한 협의회에서 화환의 규격과 모델을 개발하고 전시·평가회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듣고 모델을 선정해야 한다”고.
고양시 모 국회의원 관계자는 “더 이상 꽃 소비가 경조사용 화환·화분에 의존하는 것은 화훼산업의 발전에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며 “이번 화환수수금지조치를 계기로 궁극적으로는 수출의 확대와 소비문화의 변화를 모색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표1> 한국과 일본의 용도별 꽃 소비
경조사용 가정·사무실 교습·행사 (단위:%)
한국 60 20 20
일본 20 70 10

<표2>
연간 1인당 꽃 소비액 (단위:원)
90년 95년 98년 99년 2000년
5,646 11,42 12,449 12,731 13,861

<표3>
유통시장 현황 (단위:개소)
공영도매 유사도매 직판장 집하장 꽃꽂이원 화원 노점 등 농자재점
3 15 163 88 418 10,902 375 332
(자료제공 : 농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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