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에 사노라면

큰 애가 17살 때 이 곳 고양에 자리했으니 이제 고양을 제2의 고향으로 삼은지도 9년째다. 그때는 땅값 집값 오르는 것 생각지도 않았고 그럴 겨를도 없었다.

고양의 여느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저 살기 좋을 것 같고 서울도 그리 멀지 않아 편할 것 같은 마음에 선택한 것이었다. 그래서 발전이 조금 더디어져도, 서울 때문에 조금 희생된다 싶어도 ‘나 혼자 살기 좋으면 되지’ 하는 맘에 지나칠 수 있었다.

그래도 그렇지. 9년의 세월이 흘렀건만 지금 고양은 아파트 단지 늘어난 것하고 거기에 부대되는 상가들 몇 개 생긴 것 빼고는 도대체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조금 있으면 새 가정을 꾸릴 내 자식들에게는 고양에 살기를 권하고 싶은 생각이 망설여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시장과 전직 시장, 공무원 등 고양시 관계자들이 고양을 위해 노력해 온 흔적은 여기저기 배어있다.

고양사람들의 노력은 입지 개선을 위한 사회간접자본 확충의 측면도 있었지만 정말 고양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것들이 많았기에 내 마음은 더 깊은 위로를 받는다.

다른 지역과 달리 그동안 고양의 개발은 부동산 가치 올리는 것보다는 삶의 질을 높이는 데에 무게 중심이 맞춰져 있기에 아직은 정리가 안 된 모습들이지만 고양시민이라는 것이 부끄럽지 않다.

테크노파크 사업, 세계꽃박람회, 관광문화단지 조성계획을 비롯한 컨벤션센터나 문화센터 건립, 이 모든 것들이 그저 서울 위성도시로 구색 갖추는 차원은 아니었지 않은가.

나 자신이 이렇게 스스로 위안을 하면서도 그 이유가 무엇이지는 모르지만 항상 2%가 부족한 마음이었다. 고양에 사는 사람으로서 뭔가 기대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인지 나는 항상 이 2%의 갈증 때문에 답답해하곤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우연히 접한 황교선 전 고양시장의 학위 논문을 보고 2%의 갈증을 채워 줄 정답을 찾은 듯 반가웠다.

황교선 전 시장은 논문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아무리 노력해도 수도권 도시들은 서울에 의존하는 베드타운을 면치 못하도록 만드는 법과 제도의 문제가 한 쪽 날개를 옥죄어 발전의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소위 수도권정비계획법과 같은 획일적인 억제책이 고양시 고유의 발전계획에 장애가 되고 있다는 논지 아래 이루어진 이 논문은 구체적인 사례와 분석들로 구성돼 도시계획 전문가가 아닌 나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나보다 열배 스무 배 더 많은 애정을 갖고 있을 황 전 고양시장의 처방은 이 시점의 고양으로서는 소중히 귀담아야 할 조언이다.

고양 나름대로의 색깔을 잘 살려 문화관광도시, 국제무역도시, 지식산업도시 3대 비전을 중심으로 한 자족도시로 커나가야 한다는 논문속의 주장은 별 토를 달 재간 없이 잘 정제된 논리를 갖추고 있어 고양에 대한 답답한 내 마음도 시원하게 뚫린 느낌이다. 

아직 내 자식에게는 살기를 권하지 못하지만 이제 남은 생을 고양을 아끼며 고양에 살 자신이 생긴다. 황 전시장처럼 나보다 고양을 더욱 진심으로 사랑하고 고양의 앞날을 걱정하고 설계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나는 서울 사는 내 친구들과 친지에게 우리집이 ‘고양’ 이라고 자랑스레 이야기 하련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