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민 지역자부심 일깨워

3일 밤 덕양어울림누리 극장을 찾은 고양시민들은 문화적 자존심에 한껏 부풀어 있었다. 세계적인 교향악단 중의 하나인 <베를린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내고장에서 웅장한 선률의 잔치를 펼쳤기 때문이다.

베를린 필, 베를린 방송교향악단과 함께 베를린의 3대 관현악단 중 하나로 손꼽히는 <베를린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한국에 온 것은 1991년 이후 14년 만의 일이다.

덕양어울림누리 공연의 지휘를 맡은 엘리아우 인발(69)은 '말러 스페셜리스트'로 세계적인 명망을 누리는 지휘자다.

2001년 이 악단의 수석 지휘자로 영입된 그는 1980년대 CD 시대가 개막되면서‘덴온’ 레이블로 말러 교향곡 전곡 전집을 내놓아 주목을 받았다.

1936년 이스라엘에서 태어난 그는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 수석지휘자로 활약하며 국제적 명성을 얻은 뒤, 이탈리아 베니스의 라 페니체 극장 수석지휘자로 활동했다.

이날 밤 ‘말러 교향곡 5번’을 연주하여 오케스트라의 진수를 선보인 인발과 베를린 심포니는 한국 공연 기념으로 윤이상 선생의 타계 10주기를 맞아 그의 관현악곡 ‘바라(婆羅)’를 연주했다.

이숙정과 협연한 하이든의 ‘첼로 협주곡 1번’도 한국인 관객을 위한 배려였다. 한국의 명상적 정취가 가미된 이번 연주는 문화적 품격과 함께 고양시민들에게 더할 수 없는 감동을 선사했다. 객석을 가득 메운 청중들은 연주회가 끝난 뒤 우뢰와 같은 박수를 보내며 좀처럼 공연장을 뜰 줄 몰랐다.

오케스트라 지휘자를 꿈꾸는 한 대학원생(일산 거주)은 "거대한 스케일의 말러 작품을 지휘자 특유의 멋으로 소화해 낸 감동적인 연주"였다고 평했다.

<베를린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오는 2006년 베를린 방송 교향악단과 합병이 예정돼 있어 이 악단의 이름으로는 이번 고양시 공연이 국내 마지막 무대가 될 가능성도 있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