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도 마찬가지지만 무더운 여름을 지나고 나면 자동차도 정비를 하거나 관리를 해야 자동차의 수명도 늘리고 성능도 좋게 할 수 있다. 여름이 끝나가는 이 무렵 자동차에 대한 전체적인 점검 요령을 살펴본다
1. 지난 7월 14∼15일 이틀 동안 서울·경기 북부를 중심으로 쏟아진 기습적인 집중호우는 5시간 남짓한 짧은 시간 동안 300mm 정도를 퍼붓고 수많은 피해를 남겼다. 중앙재해대책본부의 집계에 따르면 사망자는 53명, 물에 휩쓸려 사라진 실종자는 8명, 넘쳐흐른 물에 잠긴 차는 3천여 대에 이른다. 차가 침수되는 것을 지켜봐야 했던 운전자들의 마음이 어떠했을까. 8월에는 예측불허의 태풍도 자주 찾아온다. 앞으로 같은 피해가 또 일어나지 않도록, 빗길 운전과 차가 물에 잠겼을 때 대처요령, 침수된 차 정비와 보험처리 방법 등을 알아두도록 하자.

*폭우 때의 운전요령

빗길 운전은 사고위험이 평소보다 3배 정도 높다. 타이어와 노면 사이에 수막현상이 생겨 미끄러지기 쉽고 제동거리도 길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타이어의 마모가 심하면 트레드 홈이 얕아져 도로와 타이어 사이의 물을 제대로 빼주지 못한다. 그만큼 수막현상이 심해지는 것은 물론이다. 비가 오는 날은 출퇴근이나 업무를 위해 자주 다녀 익숙한 길이라고 해도 방어운전이 필수다. 주행속도와 앞차와의 거리 모두 건조한 날보다 20% 이상 차이를 두고 운전해야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차의 속도를 줄이기 위해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때는 한번에 깊숙이 밟지 말고 짧게 여러 번 밟아주면 제동효과가 커지고 바퀴가 잠기지 않아 차가 미끄러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비가 자주 오는 철에는 도로 곳곳에 물웅덩이가 생긴다. 피해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시내도로의 사정을 생각하면 바퀴가 물에 빠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브레이크 라이닝이 물에 젖으면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도 차가 평소보다 조금씩 밀리게 된다. 이럴 때는 브레이크 페달 위에 왼발을 가볍게 얹은 채 달리면 라이닝과 브레이크 패드 사이에 마찰열이 생겨 물기가 마른다. 우박처럼 굵은 비가 내리고 진행방향은 물론 후방시야도 확보하기 어렵다면 차를 잠시 갓길에 세워두고 비가 잠잠해지기를 기다리도록 하자. 천둥이나 번개가 내리칠 때는 안테나가 피뢰침 역할을 할 수도 있으므로 라디오를 끄고 차안에서 나가지 않도록 한다. 차에 벼락이 떨어진다 해도 전류는 노면으로 흘러내려 가므로 오히려 안전하다.

폭우로 차가 물에 잠길 것 같으면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침수지역을 벗어나야 한다. 머플러가 잠길 정도의 높이로 물이 차 있을 때는 저속기어로 빠져나가야 머플러로 역류하는 물을 막을 수 있다. 운전 중에 시동이 꺼졌다면 다시 시동을 걸어서는 안 된다. 배터리에서 흐른 전기가 젖은 배선·단자와 합선을 일으켜 엔진과 ECU를 완전히 망가뜨릴 수도 있다. 엔진룸이 물에 잠겼을 때도 마찬가지로 시동을 걸지 말고 물이 고이지 않은 장소까지 차를 밀고 간다. 시동을 걸면 엔진룸과 연료탱크에 스며든 물이 공기를 빨아들이는 에어클리너나 오일을 내뿜는 인젝션 펌프를 통해 실린더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2. 휴가를 다녀왔다거나 무더운 여름철에 더위를 먹은 자동차는 관리를 잘 해주어야 한다. 냉각수나 에어컨의 냉매, 자동변속기의 오일, 엔진벨트, 브레이크액, 배터리 따위에 특히 관심을 갖고 점검해야 한다. 어떻게 점검하는 것이 좋은 지 알아보자.
*여름철의 복병, 오버히트 예방과 처치법

무더운 여름철에 더위를 먹은 자동차는 엔진과 관련된 트러블을 많이 일으키게 되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냉각수가 부족하거나 냉각팬 퓨즈가 끊어져 발생하는 오버히트다. 오버히트를 예방하려면 평소에 냉각수를 보조탱크의 중간쯤에 맞춰 채우고, 라디에이터 캡을 열어 냉각수의 색과 이물질을 살펴본다. 냉각팬이 정지했다면 냉각수를 보충하기 전에 메인 퓨즈박스의 냉각팬 퓨즈와 릴레이를 점검해야 한다
무더운 여름이면 도로 위에서 보네트를 열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엔진룸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고 있는 운전자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런 트러블은 대개 오래된 차에서 많이 일어나는데, 새내기는 물론 노련한 운전자라도 차에서 연기가 나니 일단 보네트를 열어보긴 하지만 어디가 고장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어 한숨만 내쉬게 된다.
차의 시동을 끄고 라디에이터의 열이 식기를 기다렸다가 뚜껑을 열어보면 십중팔구 엔진과 관련된 트러블이 원인이다. 또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냉각장치의 이상으로 엔진의 열을 제대로 식혀주지 못해 생기는 오버히트다. 따라서 뜨거운 여름철에 장거리 여행을 떠나는 운전자는 반드시 냉각장치를 점검해 둘 필요가 있다.

*보조탱크와 라디에이터의 냉각수 확인
냉각팬이 멈추면 퓨즈와 릴레이 점검

냉각수는 라디에이터 연결부 등을 통해 조금씩 샐 수 있으므로 평소에 점검해서 부족하면 보조탱크의 윗눈금과 아랫눈금 중간쯤에 맞춰 채우고, 라디에이터 캡을 열어 냉각수의 색을 살펴본다. 진녹색이면 정상이지만 이물질이 들어 있거나 녹물이 섞였다면 냉각효과가 떨어진다. 특히 녹물은 냉각라인을 부식시키고, 라디에이터 코어나 냉각수 파이프를 막아 트러블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때는 라디에이터 하단부에 있는 드레인 플러그를 풀어 녹물을 빼내고 냉각라인을 씻어낸 뒤 드레인 플러그를 잠근다. 냉각수를 라디에이터 주입구까지 넣고 엔진을 시동시켜 냉각수를 순환되게 한 후 부족하면 보충하고 라디에이터 뚜껑을 잠근다. 바닥으로 냉각수가 떨어지는지 확인한 후 새지 않으면 보조탱크를 점검해 윗눈금과 아랫눈금 중간까지 냉각수를 보충한다.
간혹 부동액과 냉각수를 혼동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같은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엔진을 냉각하는 기능이 있는 냉각수에 추운 겨울에 얼지 않도록 첨가제를 넣은 제품을 부동액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여름에는 사계절 부동액을 그대로 냉각수로 사용하면 된다. 냉각수를 교환할 때는 냉각수가 라디에이터 쪽으로 흐르도록 하는 서머스탯(수명 4∼5년)과 워터펌프 벨트(장력 7∼8mm)의 상태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다.
워터펌프는 바깥에서 눈으로 확인할 수 없으므로 타이밍 벨트 부분에 냉각수가 샌 흔적으로 확인한다. 주차해 놓았을 때 운전석 쪽 타이어 부분에 물이 고여 있다면 워터펌프가 새는 것으로 8만km 정도에서 타이밍 벨트를 교환할 때 새것으로 바꿔주도록 한다.
냉각수 점검을 철저히 해도 라디에이터의 코어를 지나는 냉각수를 식혀주는 냉각팬이 돌지 않으면 냉각효율이 떨어져 곧바로 오버히트가 일어난다.
또한 냉각수가 통과하는 고무호스 연결부에 흰색 찌꺼기가 엉겨붙어 있고 고무호스가 갈라진 흔적이 보이면 고무호스를 즉시 교환한다. 보조탱크도 함께 확인하고 모자라면 보충한다
그리고 엔진 과열을 대비해 계기판의 온도게이지를 수시로 확인하며 운전하는 것이 좋다.
*에어컨 냉매: 에어컨은 바람이 나오는 통풍구에 손을 대어 싸늘한 느낌의 바람이 나오면 정상이다. 만약 시원하지 않으면 냉매가 부족한 것이므로 냉매를 보충한다. 에어컨 필터는 1만 5000km마다 교환한다
* 자동변속기 오일: 새는지 확인한다. 보통 10만km마다 교환해 주어야 하지만 여름철 뜨거운 아스팔트 위를 저속으로 운전하는 경우에는 4만km마다 점검을 해 교환하는 것이 좋다.또 날씨가 무더운 여름철에는 자동변속기 오일의 양을 정확히 맞추어야 한다.
*브레이크액을 점검해 low선에 있으면 브레이크액을 채운다. 만일 검게 변질돼 있으면 마스터 실린더나 휠실린더를 점검해 수리해야 한다. 브레이크액은 4만km마다 교환한다
*배터리: 여름철 배터리는 에어컨이나 윈도와이퍼 등의 잦은 사용으로 수명이 짧아진다. 시동을 걸 때 모터가 드르륵 하고 힘없는 소리를 내면 정비업소에서 테스터기로 배터리의 상태를 측정한다.
<안명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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