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문화재단 이상만 총감독

음식을 사먹을 때 음식값을 나누어내는 관행을 ‘더치페이(Dutch Pay)’라고 한다. 젊은 사람들 사이에는 매우 익숙해진 관행이 되었다.
그러나 나이가 든 세대들 간에는 아직도 어색한 풍습이다. 더치페이 라고 하는 말은 영국에서 화란 사람들을 비아냥거리기 위해서 지어낸 말이다. 원래 국토가 좁으며 인구밀도가 높은 화란(더치 , 네덜란드)사람들은 셈이 분명하고 똑 떨어진 습성을 갖고 있어 바다 건너 영국 사람들은 그렇게 곱게 만은 보지 않았다. 그리고 영국인들에게는 위협적인 존재이기도 하였다.

이들은 세계 진출의 의욕이 강했다. 아시아에서도 화란인들의 해외 진출 결과는 두드러졌다. 일본이 서구에 문호를 열었을 때 제일 먼저 나가사키에 정착했던 사람이 화란인이다. 우리나라에도 제주도에 제일 먼저 상륙했던 사람이 화란의 함멜이었다. 인도네시아에 동인도 회사를 차려 무역의 교두보를 이룩한 사람이 화란 사람들이었다. 미국 뉴욕의 옛 이름은 뉴 암스텔담이었다. 화란 사람이 얼마나 강했나를 알 수 있다. 필리핀의 마닐라의 마카티 라는 신시가지를 개발한 것도 화란의 기업이었다. 북한의 신의주 특구를 개발하기 위해 임명한 장관도 중국계 화란인이었다. 석유산업(로얄 더취 쉘) 코카콜라 등에 화란 사람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은 곳이 없다. 지금에 와서 더치페이는 화란 사람들에게 냉소적으로 들리지 않을지 모르지만 화란사람들은 그 말을 즐기지 않는다.

요즘 한류라는 말이 부상되고 있다.
특히 경기도에서 고양시에 30만평의 ‘한류우드’를 조성한다는 계획이 발표되면서 그 열풍이 가해지고 있다.
1999년 지난 세기가 끝나기 전 중국의 언론에서부터 쓰기 시작한 이 말은 한국의 대중 연예의 바람을 일컬었다.

그 말의 시작은 냉소적이었다.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 말을 띄워서 소위 문화산업이라는 용어와 함께 최근 일본에서 불어 닥친 일부 텔레비전 프로그램과 동남아에서의 한국 대중문화의 관심을 한류로 묶어 포장하려고 하는 태도는 어딘가 씁쓸하기만 하다. 문화산업 이라는 용어도 화란 사람이 만들어낸 말이다.

지난 4월을 고비로 우리나라 전역에 벚꽃 잔치가 한창이었다. 뭐니 뭐니 해도 벚꽃은 일본의 나라꽃이다. 독도문제로 경직된 현 판국에서 일본의 나라꽃을 즐기는 우리 국민의 모습은 씁쓸하다. 일본은 일본의 국력을 과시하기 위해 일본의 식민지였던 우리나라와 대만 곳곳에 벚꽃을 심었다.

식민지가 아니더라도 일본 사람이 손 닿는 거리에는 벚꽃을 수출했다.
미국 워싱턴 DC 포토막 강가에 영국 런던의 거리에 벚꽃을 심었다. 일본이 벚꽃을 나라꽃으로 정한 것은 명치유신 이후였다.

일본은 대정(大正)년대에 ‘일본풍’을 만들어갔다. 문화 전반 예술의 표현 양식까지도 일본의 고유한 풍을 만들어갔다. 그것은 명치유신 이후 무조건적인 서구문화 선호의 단계에서 보다 일본적인 정체성을 확립하자는 운동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금이 일본풍 확립의 시기와 유사한 현상을 보이는 것 같다. 한국의 고유한 음식, 고유한 의상 , 예술표현 양식을 갈구하는 것 같다.
그런 욕구에서 한류가 부각되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 치더라도 중국 사람이 지어놓은 이름, 그리고 미국 사람들이 지은 이름(Holly Wood)을 본 따 30만평의 기본시설을 조성하는 것은 접근의 태도부터 창의적이지 못하다. 한국문화를 일으키는 새로운 문화시설을 조성하는 데는 대찬성이다. 그러나 한류우드라는 이름은 안된다. 울릉도가 한 때 공도(空島 섬을 비워둠) 정책을 폈을 때 재빠르게 일본 사람들은 울릉도에 일본의 삼나무를 심어놓았다. 아름드리 나무가 자라고 있다.

조금 더 있으면 이를 기화로 울릉도도 일본 땅이라 할지 모른다.
중국 사람들이 경제개발을 할 때 한국의 사례를 많이 참고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일어서는 것을 원치 않는다. 한류는 차가운 바람이다.
경기도가 문화시설 건립의 의욕은 가상하지만 한류가 우리 문화에 찬바람을 껴 얹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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