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일 (고양시 문화재 전문위원)



최근 서울 강북구를 중심으로 북한산의 명칭을 삼각산으로 변경하자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는 강북구청은 그동안 서울시 지명위원회와 건설교통부에 삼각산으로의 명칭변경을 건의하는가 하면 시민 서명운동과 국제포럼을 개최하는 등 많은 노력을 경주하여 왔다.

강북구의  지역발전 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삼각산으로의 명칭변경 문제가 최근에는 일제의 잔재, 더 나아가 일제의 창지개명(創地改名)에 의한 이름이라는 주장을 새롭게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 대해 지명조사와 연구의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 그 주장을 바로잡고자 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정확한 북한산의 기록은 조선조 숙종 년간에 발간된 북한지(北漢誌)이다. 이 책자는 지금 북한산에 축조되어 있는 북한산성을 쌓고 보수한 승려(僧侶) 성능이 1745년(영조21년)에 발간한 고문헌이다. 이 북한지에는 연혁, 산과 계곡, 우물 등 대해 모두 14개 항목으로 기술되어 북한산을 연구하는 가장 기본적인 문헌이다. 이 기록의 연혁조에 북한산은 고구려 때부터 북한산군(北漢山郡)이라 불렀으며 백제 개루왕 때 북한산성을 쌓았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미 삼국시대부터 북한산성, 북한산군 등의 이름으로 표기되어 사용된 북한산의 명칭을  일제시대의 지명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이다. 북한산에 대한 기록은 이외에도  문화재로 지정된 북한산성금위영이건기비(경기도 유형문화재 87호)에 분명히 북한산성이란 이름으로 적혀있다. 이 비석은 조선 숙종 41년(1715)에 만들어진 것이다.

또 조선시대에 발간된 고지도에도 북한, 또는 북한산성이라 기록되어 있어 북한산이란 이름이 오래된 이름임을 알 수 있다. 여기에 시인 묵객의 시, 왕조실록과 같은 고문헌, 북한산승도절목문과 같은 암각문에도 북한산성으로 기록한 내용을 쉽게 찿아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북한산은 일부의 주장과 같이 일제시대에 일본인이 만든 창지개명이 아닌 고대로부터 사용해온 전통지명임이 분명하다.

강북구가 그 명칭을 바꾸려고 하는 삼각산의 유래는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가 서로 삼각뿔 모양을 하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이 세봉우리가 북한산 25개 주요 봉우리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높은 주봉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삼각산으로 불려온 것이다. 북한산 봉우리는 문화재청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하여 명승지로 지정하고 보호하고 있다. 처음 명승지로 지정할 당시 가명칭이 서울 삼각산이였다고 한다.

이에 고양시는 문화재청에 강력히 항의하고 고양 삼각산으로 주장하였으나 결국 삼각산으로 결정되었다. 현재 명승지로 지정된 삼각산 면적은 총273,000m2이며 고양시가 전체의 92%를 차지하고 있다.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 일대는 고양시 덕양구 북한동 1-1번지이며 특히 백운대와 인수봉은 100% 고양시에 속한다. 이 북한산에는 고양시 북한동 주민들이 산속 마을로는 유일하게 거주하고 있으며 서울시 강북구 구간은  전체 면적의 겨우 8%만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삼각산으로의 명칭변경은 많은 시간과 폭넓은 의견수렴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북한산이 삼각산으로 명칭이 변경되면 이에 파생될 부작용과 혼란이 실로 막대하기 때문이다. 명칭 변경은 북한산을 행정구역으로 관할하고 있는 경기도와 서울시 자치단체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이들의 의견을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 삼각산이란 이름이 세 봉우리 중심의 이름으로 국한된다면, 북한산은 30여개의 봉우리를 거느린 좀 더 넓은 의미를 지닌다는 장점이 있다.
북한산의 이름 변경과 관련한 어떤 논의와 결정도 고양시의 의견을 도외시한 채로 진행되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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