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하천 모니터링 보고서③ 어린이식물연구회 ‘도촌천’

생태전문강사들이 열정으로 뭉쳐 활발한 활동 펼쳐
봉사자들의 지속적 노력으로 되살아난 풍동천·도촌천 
도촌천 생태모니터링하며 지난해 500여 생물종 기록  
 
하천에서 한국고유종 금개구리 만나 ‘심장이 콩콩’
한겨울에도 얼지 않는 겨울철새들의 소중한 쉼터
“우리 곁의 생태하천 함께 가꿀 이웃들 기다립니다”

일산신도시를 지나 한강으로 흘러드는 도심하천 도촌천. [사진제공=어린이식물연구회]
일산신도시를 지나 한강으로 흘러드는 도심하천 도촌천. [사진제공=어린이식물연구회]

[인터뷰] 심은영 어린이식물연구회 대표 

❚어린이식물연구회를 소개해주세요.

어린이식물연구회의 설립 연도는 2012년이지만, 활동의 역사는 훨씬 오래됐어요. 1999년 (사)한국어린이식물연구회 안에 만들어진 생태동아리가 모태가 돼 생태전문강사로 성격을 특화해 비영리 민간단체로 독립한 모임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생태 관련 활동 경력이 10~20년에 이르는 10여 명의 전문 강사들이 함께하고 있고, 100여 명에 이르는 일반회원들이 힘을 보태고 계시죠. 그동안 다양한 목적과 형태의 생태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고양시민들에게 자연의 친구들을 보다 친근하게 소개하고,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삶의 방식을 전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합니다. 

[사진제공=어린이식물연구회]
[사진제공=어린이식물연구회]

❚도촌천과 인연을 맺은 계기는 무엇인가요. 

2013년 풍동천은 가시박이 하천수변 전체를 덮고 있을 만큼 엄청난 번식력을 과시하고 있었어요. 지역의 생태를 보전, 관리해야 하는 환경단체로서의 책임감을 다하기 위해 고양하천네트워크에 가입을 하고 풍동천을 중심으로 하천정화와 외래식물제거 활동을 시작했죠.
이후 풍동천과 연결된 도촌천으로 활동범위를 넓혀 월 1회 하천정화활동과 매년 2회 하천생태학교를 진행하면서 우리동네 하천을 알리고 보전하는데 정성을 쏟았습니다.

❚하천정화 봉사활동에는 누가 참여하나요.

매달 둘째 주 일요일 오전 9시, 곡산역 1번 출구에는 하천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모인 학생들과 학부모, 일반시민들이 건강한 하천을 만들기 위한 활동을 시작합니다. 어린이식물연구회 강사 12명은 안전관리와 생태해설 재능 기부를 9년째 지속하고 있구요.  

노랑부리저어새. [사진제공=어린이식물연구회]
노랑부리저어새. [사진제공=어린이식물연구회]

❚생태모니터링을 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고양시 하천네트워크 활동의 중요한 분야인 생태 모니터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2017년 9월 도촌천에서 고양시 최초로 금개구리를 발견했어요. 농수로 옆 웅덩이에서 300여 마리가 관찰된 서식지도 찾았구요. 
한국 고유종이며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인 금개구리가 도심 하천에서 발견된 것은 모니터링 첫해의 가장 큰 수확이었습니다. 주로 물이 고여있는 웅덩이에서 살아가는 금개구리를 하천에서 발견한 사례는 양서류전문가들도 이례적이라고 할 정도로 특이한 발견으로 평가됩니다. 지금도 심장이 뛰던 그 순간을 되새겨보면 마음이 뿌듯하고 설렙니다.
이후 2021년 현재까지 금개구리 웅덩이와 도촌천에서 지속적으로 금개구리 모니터링을 진행했고, 도촌천 곳곳에서 광범위하게 금개구리가 서식하고 있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도촌천에서 발견된 금개구리. [사진제공=어린이식물연구회]
도촌천에서 발견된 금개구리. [사진제공=어린이식물연구회]

❚모니터링 활동이 회원들에게도 큰 경험이 되었겠네요. 

도촌천 모니터링은 월 2회, 4월부터 11월까지 진행했고, 2019년에는 총 345종, 2020년에는 총 523종의 생물종이 관찰됐어요.
모니터링을 직접 진행하며 새롭게 알게 된 하천 생물의 변화와 발견은 책이나 교육으로도 얻을 수 없는 가장 큰 배움의 장이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지속적으로 꾸준히 모니터링을 진행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결과라고 생각해요. 
묵은 웅덩이가 아닌, 일 년 내내 물이 흐르는 하천인 도촌천에서 서식하는 금개구리는 봄이 되면 어김없이 짝을 찾아 물가 풀숲에서 몸을 숨기고 울고 있어요. 
매월 진행하고 있는 하천봉사활동에 참여하는 학생들과 시민들에게 도촌천의 대표 생물종인 금개구리 생태이야기를 들려주며 하천의 중요성과 멸종위기야생생물의 소중함을 알리고 있죠.
  
❚올해부터 새로운 시도를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지난 5년 동안 생물종 모니터링에만 집중해왔다면, 2021년부터는 모니터링의 방향을 새롭게 바꾸어보았어요. 도촌천의 가장 큰 문제점을 찾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보다 적극적인 모니터링을 시도한 것이지요. 우선 상습적으로 쓰레기가 쌓이는 장소인 백석2교와 신평동 하천변에서 시민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펼쳤어요. 지난 5월에는 백석2교에서 버려진 스티로폼과 박스에 꽃씨와 모종을 심어 꽃밭을 만들고, 폐현수막에 학생들이 직접 글씨를 써서 쓰레기를 버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이같은 노력의 결과 백석2교에는 쓰레기가 점점 줄기 시작했고, 쓰레기 무단투기 감시 카메라가 설치되면서 쓰레기 없는 다리로 바뀌었어요. 이처럼 지속적인 봉사활동과 모니터링의 결과물들을 만나며 소중한 보람과 기쁨을 경험합니다. 

백석2교 정화활동을 펼치고 있는 봉사자들. [사진제공=어린이식물연구회]
백석2교 정화활동을 펼치고 있는 봉사자들. [사진제공=어린이식물연구회]

❚한겨울에도 자발적 모니터링을 진행하셨다면서요.

하천네트워크 프로그램에서 겨울철새 모니터링이 매년 제외되는 점에 안타까움을 느껴 2020년 겨울 어린이식물연구회 스스로 겨울철새 모니터링을 자발적으로 진행했어요. 
또한 2021년 세계습지의 날 겨울철새 동시조사에도 참여해 2월 6일 2시간 동안 총 32종을 찾아내기도 했죠. 이중에는 멸종위기야생생물 3종 노랑부리저어새, 흰꼬리수리도 눈에 띄었고, 110마리의 큰기러기가 도촌천에서 먹이 활동을 하는 모습이 관찰되기도 했습니다. 
원능수질복원센터에서 재이용수를 상시 공급받는 도촌천은 고양시에서 유일하게 겨울에도 얼지 않는 하천이기 때문에 겨울철새들의 소중한 먹이터라는 사실을 확인한 거예요. 한강도 꽁꽁 얼어붙을 만큼 매서운 한겨울에 발구지, 비오리, 흰비오리, 알락오리, 고방오리, 넓적부리 등 많은 겨울철새들이 도촌천으로 날아와 먹이를 찾고 잠시 쉬었다 가는 기착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고방오리. [사진제공=어린이식물연구회]
고방오리. [사진제공=어린이식물연구회]

❚개선되었으면 하는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도촌천 하류 신평배수펌프장 인근 하천에는 매일 낚시꾼들이 찾아와 쓰레기를 버리고 불법 소각을 하는 등 하천 주변을 오염시키고 있어요. ‘낚시 금지’라는 푯말이 버젓이 붙어 있지만 누구도 관리와 감시를 하지 않고 있어 걱정이죠. 하천 풍경을 망가뜨리고, 매년 찾아오는 겨울철새들을 위협하고 있는 불법행위는 맑은 하천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해결돼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도촌천의 방문 포인트를 소개해주신다면.  

도촌천에서 겨울철새를 관찰하기 가장 좋은 장소는 바로 신평교예요. 어떤 날에는 수십 마리의 큰기러기와 오리들, 노랑부리저어새들이 하천에서 평화롭게 먹이활동을 하고 있고, 하늘에는 붉은부리갈매기와 흰꼬리수리가 멋지게 비행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5월에 백석2교 아래 하천을 찾아가면 금개구리 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울음주머니가 워낙 작아 작은 소리로 울지만 ‘쪽~쪽~’거리는 특이한 울음소리가 들려오면 반가운 금개구리가 올해도 잘 지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금개구리가 발견된 물웅덩이. [사진제공=어린이식물연구회]
금개구리가 발견된 물웅덩이. [사진제공=어린이식물연구회]

❚앞으로 어떤 활동을 펼칠 계획이신지요. 

지역의 자연환경을 보전하고 중요성을 시민들에게 전달하는 환경단체의 책임감을 갖고, 5월부터 11월까지 매월 둘째 주 일요일에 진행되는 도촌천 봉사활동을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운영할 것입니다. 아울러 기후변화로 인해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하천의 생태도 꾸준히 조사하고 기록할 것입니다. 
일산신도시를 가로지르는 도심하천인 도촌천에서 쓰레기 없는 하천만들기 봉사활동도 하고, 어떤 생물이 살고 어떤 새들이 찾아오는지 궁금하시다면 누구든 어린이식물연구회의 문을 두드려주세요. 더 많은 시민분들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굴뚝새. [사진제공=어린이식물연구회]
굴뚝새. [사진제공=어린이식물연구회]
민물가마우지. [사진제공=어린이식물연구회]
민물가마우지. [사진제공=어린이식물연구회]
발구지. [사진제공=어린이식물연구회]
발구지. [사진제공=어린이식물연구회]
신평교 아래의 불법낚시. [사진제공=어린이식물연구회]
신평교 아래의 불법낚시. [사진제공=어린이식물연구회]
[사진제공=어린이식물연구회]
하천정화활동 봉사자들이 백석2교 부근에서 수거한 불법투기 쓰레기. [사진제공=어린이식물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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