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사 이전사업 ‘재검토’ 결정, 이후 여파는?

경기도가 투자심사를 통해 시청 이전사업 '재검토' 결정을 통보한 다음날인 24일, 이정형 제2부시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경기도가 투자심사를 통해 시청 이전사업 '재검토' 결정을 통보한 다음날인 24일, 이정형 제2부시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고양신문] 올해초 이동환 고양시장의 기습 발표 이후, 일방적으로 진행됐던 시청사 백석 이전 추진 절차가 상급기관인 경기도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경기도는 지난 23일 경기도청 북부청사에서 진행된 지방재정 투자심사에서 고양시 시청사 이전사업에 대해 ‘재검토’를 결정·통보했다. 경기도는 “재검토 사유가 충분히 보완될 경우 다시 심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사실상 불가 통보와 다름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도가 지적된 사항들 모두 현재 시청사 이전사업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경기도 “시민 숙의 과정, 시의회 동의가 먼저”
경기도가 밝힌 재검토 사유는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주민과 숙의과정을 거칠 것, 두 번째는 시의회와 충분한 사전 협의를 진행할 것, 마지막으로 기존 주교동 신청사 사업에 대해 선제적으로 종결할 것.

윤성진 경기도 균형발전기획실장은 23일 투자심사 결과 발표 직후 진행된 질의응답에서 “언급된 재검토 사유들은 고양시가 제출한 시청사 이전사업을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조건들”이라며 “다만 투자심사 전에 하느냐 이후에 하느냐의 문제인데 심사위원들 모두 당연히 투자심사 전에 진행됐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판단해 이 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가장 큰 재검토 사유는 다양한 시민들과의 공감과 소통, 즉 숙의과정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고양시는 시민 소통의 근거자료로 각 동별 행정복지센터 간담회, 유관단체 간담회, 여론조사 결과 등을 제시하고 있지만 경기도의 판단은 달랐다. 윤성진 실장은 “이전발표 이후 지역주민의 반발로 경기도 주민감사가 이뤄졌으며 고양시는 감사결과에 불복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등 찬반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하며 충분한 주민의견 수렴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투자심사 당일인 23일에도 원안건립추진위 주민 다수가 도청 앞에 모여 시청 백석이전에 반대하는 피켓시위 등을 진행하기도 했다.  

시의회와의 충분한 협의 및 동의 과정도 강조했다. 지방자치법 9조에 따르면 공공청사 이전을 위해서는 먼저 재적인원 과반수 이상의 동의를 얻어 조례개정을 해야한다고 명시됐기 때문이다. 고양시는 그동안 시의회 동의 절차에 대해 이전절차를 마친 뒤 ‘사후적’으로 진행하면 된다고 주장해왔으나 경기도는 이 또한 투자심사 전에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앞서 추진 중이던 주교동 신청사 건립사업에 대한 종결 여부도 문제로 거론됐다. 윤성진 실장은 “기존 신청사 사업에 대한 행정이 아직 남아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이전사업절차가 추진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만약 고양시가 이전절차를 이행하겠다고 하면 원안 사업에 대한 행정을 종결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이 경우 기존 신청사 부지를 위해 해제된 그린밸드(GB) 물량은 즉각 회수된다. 


반박 기자회견 했지만... ‘진퇴양난’ 빠진 고양시
경기도의 재검토 결정 다음날인 24일, 이정형 제2부시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전혀 납득할 수 없는 심사결과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시청사 이전 문제가 정치적·정무적 이슈로 변질될 까 우려스럽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재검토 사유 중 ‘시민설득 과정 부재’에 대해 이 부시장은 “어디까지가 충분한 시민설득인가는 매우 주관적인 판단 아니냐”고 반발했으며 시의회와의 소통부족 지적에 대해서도 “(시청사 이전이)매우 지역적으로 민감하고 휘발성이 강한 정책이기 때문에 충분히 소통할 수 없었다”는 입장을 재차 피력했다. 

하지만 투자심사 결과가 나온 지 불과 하루 만에 상급기관 결정에 대해 반박 기자회견을 여는 것은 성급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고양시가 오히려 경기도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시청 문제를 정치적·정무적 이슈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부시장은 이날 기자회견 내내 경기도가 지적한 재검토 사항을 하나씩 거론하며 반박 입장을 밝혔지만 정작 행정소송 등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대답을 회피했다. 이전사업에 대한 앞으로의 로드맵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경기도와 충분히 협의해 나가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반복했다. 하지만 경기도가 재검토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힌데다가 투자심사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시청 이전사업의 이후 절차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시의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심상정 국회의원은 23일 “경기도 투자심사위의 재검토 결정을 환영한다”며 “이번 결정은 사전절차 미이행에 따른 사실상 ‘반려’ 결정인 만큼 이동환 시장은 지금이라도 독선과 아집을 버리고 시청 백석 이전을 포기하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심 의원은 앞서 경기도 국감 등을 통해 김동연 도지사에게 시청사 이전사업 투자심사 반려를 촉구한 바 있다. 

투자심사 당일 주민들과 함께 도청 앞에서 시청이전 반대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던 이재준 전 시장 또한 “사실상 시청이전에 대한 명백한 불가통보”라며 “그동안 부당함에 대해 싸워온 주민들의 노고와 경기도의 재검토 결정에 감사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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