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제 송암고 제43회 졸업식
90세 최고령 졸업자 언론집중
99명 졸업생 중 58명 대학진학

43회 송암고등학교 졸업식 남녀 최고령 졸업생이 나란히 앉아 졸업식을 즐기고 있다. (앞줄 왼쪽)85세 조복선 할머니 (앞줄 오른쪽)90세 김은성 할아버지
43회 송암고등학교 졸업식 남녀 최고령 졸업생이 나란히 앉아 졸업식을 즐기고 있다. (앞줄 왼쪽)85세 조복선 할머니 (앞줄 오른쪽)90세 김은성 할아버지

[고양신문] 고양시 유일의 2년제 고등학교인 고양송암고등학교(교장 정재도) 제43회 졸업식이 열린 지난 21일. 수많은 취재진이 졸업식장으로 몰렸다. 한국 최고령 졸업생인 김은성(90세) 어르신을 취재하기 위한 열기가 뜨거웠다. 

어떤 학교길래 90세 졸업생이 탄생했을까. 김은성 어르신이 워낙 고령이라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다른 학생들의 나이도 만만치 않다. 여학생 최고령자인 조복선 어르신은 85세. 다른 학생들도 60, 70대가 많이 눈에 띄었다. 졸업생 나이가 스무 살부터 아흔 살까지 최대 70년의 나이차를 극복하고 배움이라는 한 가지 목표로 2년 동안 동고동락한 동기생 99명이 졸업하는 자리였다. 

졸업생 99명은 모두 한 명씩 단상에 올라 교장선생님에게 직접 졸업장을 받았다. 졸업장을 받고 교장선생님에게 큰절을 올리기도 하고, 깊이 포옹하고, 사진을 찍기도 하는 등 졸업장에 실린 무게와 깊이를 느끼게 하는 행동에 참석자들은 환호하기도 하고 함께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이날 졸업식에는 뜻밖의 내빈이 참석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 김보연 고양시 산림조합장은 축사에서 송암고 1회 졸업생이라고 밝히며 43회까지 학교가 잘 이어져 감사하다며 후배들의 졸업을 축하했다. 국무조정실 규제혁신추진단 권진수 전문위원도 참석해 검정고시 출신으로서 행정학박사를 취득하고 현재의 위치에 올랐다며 학력인정기관의 현실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덕수 국무총리도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고 말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정재도 교장은 “살아온 길은 다르지만 고교 졸업장이라는 한 가지 목표로 학교에 오셨을 것”이라며 “우리 학생들이 그동안 마음 아팠던 것은 졸업장 때문이 아니라 학창시절의 추억, 동창이 없었기 때문인데 2년간 그 모든 게 해소되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장의 송암3락(송암의 3가지 즐거움)을 말해보자는 제안에 졸업생들은 ‘배우고 싶은 것을 마음껏 배우는 즐거움. 서로를 이해하는 많은 친구들이 있다는 즐거움, 열과 성을 다해 함께 하는 선생님이 계시다는 즐거움’을 한목소리로 외쳤다. 졸업생들의 목소리에는 벅찬 감동과 회한이 함께 담겨 있는 듯했다. 

송암고 선생님들이 제자들의 졸업을 축하하며 축가를 부르고 있다.
송암고 선생님들이 제자들의 졸업을 축하하며 축가를 부르고 있다.

일반고등학교 중도 포기자와 학령기에 여러 가지 사정으로 학교를 다니지 못한 만학도를 위한 송암고등학교는 세대를 초월하여 함께 공부하는 배움터다. 한 학급 35명 중 25명이 만학도, 10명이 10대 학생으로 구성된다. 고교 3년 과정 6학기를 방학없이 2년간 마치는 학교다. 다양한 방과후 활동과 동아리 활동으로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다. 
졸업생 전정화(70세)씨는 올해 방송통신대 국문과에 입학한다. 어린 시절 중학교 때 글짓기로 자주 상을 받았는데 “너는 국문과 가면 되겠다”는 선생님 말씀에 평생 그 꿈을 안고 살았다고 한다. “52년 만에 학교를 다니며 50년간 품은 국문과 진학의 꿈을 이뤘다”며 행복함을 감추지 못했다. 

만학도들과 고등학교를 중도 포기한 청년들에게 송암고는 미처 펼쳐보지 못했던 날개를 펼치도록 돕는 기회의 학교다. 최근에는 대학교에도 만학도 전형이 신설돼 수능을 거치지 않고 수시전형으로 대학진학이 용이해졌다. 올해 송암고 졸업생 중 58명이 2년제와 4년제 대학에 진학해 못다 이룬 학업의 꿈을 이어간다.

송암고는 상반기까지 신입생을 모집하며 전·편입생은 연중수시로 모집한다. 궁금한 사항은 학교에 문의하면 자세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문의 031-977-6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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