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고양시 국회의원·총선 톺아보기⑧
▶제19대·20대·21대 국회의원선거

정치란 무엇일까, 고양시민 마음의 맥락 잡아라
심상정, 진보정당 전국 유일 지역구 당선 명맥
김현미·유은혜 문재인 정부 핵심 장관으로 입각
정재호·홍정민·이용우, 재선 기회 못 얻고 퇴장

[고양신문] 22대 총선을 앞두고 고양에서 치러진 역대 총선과 국회의원들의 면면을 되짚어보는 기획이 일곱 번째 순서를 맞았다. 그동안 1978년 10대 총선부터 2008년 18대 총선까지를 살폈고, 이번회에서는 2012년 19대부터 2020년 21대까지 세 번의 총선 흐름과 결과를 한꺼번에 훑어보며 연재를 마무리하려 한다.   

2012년 총선을 앞두고 보수진영은 박근혜 위원장을 중심으로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했다. 10년 넘게 지켜온 '한나라당'이라는 이름을 '새누리당'으로 바꾸고, 당의 색깔도 보수정당 역사상 처음으로 빨간색을 채택했다. 아울러 '좌클릭'으로 요약되는 정책변화를 유권자들에게 어필하며 19대 총선에서 승리한다. 
2012년 총선을 앞두고 보수진영은 박근혜 위원장을 중심으로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했다. 10년 넘게 지켜온 '한나라당'이라는 이름을 '새누리당'으로 바꾸고, 당의 색깔도 보수정당 역사상 처음으로 빨간색을 채택했다. 아울러 '좌클릭'으로 요약되는 정책변화를 유권자들에게 어필하며 19대 총선에서 승리한다. 

[2012년 19대 총선] 민주당, 전국은 졌지만 고양은 재탈환
(갑)심상정 (을)김태원 (병)유은혜 (정)김현미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에서 연거푸 승리하며 기세 좋게 임기를 시작한 이명박 정부에 대한 기대감은 주요 국정과제들이 성과를 내지 못하자 점차 실망으로 변해갔다. 야권은 이를 놓치지 않고 2012년 19대 총선의 기치를 ‘MB정부 심판론’으로 가져가기 위해 공세를 펼쳤다. 여기에 여권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과 관련해 무리한 승부수를 띄우다 자진 사퇴하는 악재까지 만났다. 누가 봐도 야권에게 유리한 구도가 점쳐지는 상황이었다. 

당을 구출하기 위해 이번에도 박근혜 전 대표가 비대위원장으로 전면에 나섰다. 오래도록 지켜온 한나라당 간판을 내리고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꾸더니, 저무는 권력인 이명박 대통령과 거리두기를 하며 진영을 결집시켰다. 여기에 경제민주화 전도사인 김종인을 영입해 파격적인 조세와 복지공약을 연이어 발표하는 등, 이른바 ‘보수정당의 좌클릭 정책’을 통해 중도진영으로 지지세를 확장시켰다. 공천 역시 친박세력이 주도권을 쥐면서도, 동시에 MB정부 각료 출신들도 적절히 발탁하며 정권재창출의 밑그림을 그렸다.  

반면, 레임덕에 빠진 MB정권을 상대로 8년 만에 과반의석 탈환을 내심 꿈꾸던 민주통합당은 이렇다 할 선거전략을 펼치지 못하고 시간을 보내다가, 선거가 임박한 시점에서 김용민 막말 파동이라는 대형 악재가 터지며 지지율이 급락한다. 한편으로 민주노동당(이정희·이석기)과 새진보통합연대(심상정·노회찬), 국민참여당(유시민·천호선) 등 진보진영은 복잡한 논의 과정을 거쳐 통합진보당으로 합쳐지며 총선을 맞는다. 

선거 결과는 새누리당은 환호(152석), 민주통합당은 실망(127석), 통합진보당은 선전(13석)이었다. 새누리당은 대통령 임기 말에 치러진 선거였음에도 여대야소 구도를 유지하는 승리를 거뒀고,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또다시 입증한 박근혜 위원장은 대선 가도로 직행했다. 

(왼쪽부터) 덕양갑 심상정, 덕양을 김태원, 일산동구 유은혜, 일산서구 김현미 당선인.  
(왼쪽부터) 덕양갑 심상정, 덕양을 김태원, 일산동구 유은혜, 일산서구 김현미 당선인.  

하지만 고양에서는 판세가 뒤집혔다. 4년 전 고양시 4개 선거구 전체를 여당인 한나라당이 석권했었지만, 2016년에는 덕양갑에서 통합진보당 심상정 후보가, 일산동구·서구에서는 민주통합당 유은혜·김현미 후보가 각각 새누리당 손범규, 강현석, 김영선 후보를 꺾고 금배지의 새로운 주인공이 됐다. 고양에서만큼은 여소야대 구도가 짜여진 것이다. 반면 새누리당은 고양을 수성하기 위해 선거 직전 박근혜 위원장이 두 번씩이나 고양을 방문해 지지유세를 펼쳤지만, 덕양을에서 김태원 의원이 민주통합당 송두영 후보를 꺾은 것에 만족해야 했다. 

덕양갑·을 두 개 선거구는 말 그대로 박빙 승부였다. 덕양을은 226표, 덕양갑은 불과 170표 차이로 당락이 갈렸기 때문이다. 승부를 가른 건 야권단일화였다. 단일화가 성사된 갑에서는 야당에게, 단일화에 합의 못한 덕양을에서는 여당에게 승리가 돌아갔기 때문이다. 

재대결이 펼쳐진 덕양갑과 일산서구에서는 도전자들이 나란히 4년 전 패배를 설욕했다. 덕양갑에서는 심상정 후보가 재검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손범규 후보에게 신승을 거뒀지만, 김영선 후보의 5선 달성 여부가 관심사였던 일산서구에서는 김현미 후보가 9개 동 중 8개 동에서 이기며 완승을 거뒀다.  

한편 19대 총선 과정에서 고양시민사회연대회의가 야권을 ‘지지후보’로, 여권을 ‘심판대상후보’로 공식 선언하며 선거판에 적극 개입했다. 실제 선거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는 알 수 없지만, 고양의 정치구도도 시민사회단체의 주도권도 야권으로 넘어왔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퍼포먼스였다. 

2016년 20대 총선의 가장 큰 변수는 안철수 대표가 창당한 국민의당 바람이었다. 유권자들은 지역구 투표와 비례대표 투표를 따로 던지는 이른바 '교차투표'를 행사하며 국민의당에게 적잖은 의석을 안겨주었다.  
2016년 20대 총선의 가장 큰 변수는 안철수 대표가 창당한 국민의당 바람이었다. 유권자들은 지역구 투표와 비례대표 투표를 따로 던지는 이른바 '교차투표'를 행사하며 국민의당에게 적잖은 의석을 안겨주었다.  

[2016년 20대 총선] 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국민의당 
(갑)심상정 (을)정재호 (병)유은혜 (정)김현미

앞서 살펴봤던 19대 총선이 치러진 2012년 12월에는 대선도 치러졌고,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를 꺾고 제18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하지만 국정운영 여기저기서 잡음이 터져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권 4년 차인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는 전반적으로 새누리당의 낙승이 예상됐다. 야권이 분열됐기 때문이었다. 범 야권에는 차기 대권을 꿈꾸는 주자가 둘이었다. 한명은 재도전을 준비하고 있는 문재인, 다른 한명은 앞선 지선과 대선에서 연거푸 민주당 주자에게 자리를 양보한 안철수였다. 둘은 잠시 불편한 동거를 했지만, 결국 안철수 진영이 국민의당을 창당해 독자세력을 결집하고 총선에 뛰어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새누리당에서는 야당표 분산으로 압도적 대승도 가능하다는 기대감이 차올랐다. 하지만 이번에도 대통령의 리더십은 어김없이 레임덕을 향해 기울고 있었고, 급기야 공천권을 두고 대통령과 여당 대표(김무성)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이른바 ‘옥새 파동’이 벌어지며 여당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결과는 새누리당 참패(122석), 더불어민주당 역전승(123석), 국민의당 도약(38석), 정의당 명맥유지(6석)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얻은 게 많은 선거였다. 불과 1석 차이였지만 제1당이라는 타이틀을, 그것도 야권 분열이라는 절대 불리한 국면에서 거머쥘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PK(부산·경남) 지역에서 값진 성과를 얻어냈다. 이 선거의 승리를 계기로 민주당은 향후 대선과 지선, 차기 총선까지 연거푸 4연승을 하기 때문에, 수시로 당명이 바뀌는 혼란기를 청산하고 ‘더불어민주당’이라는 간판을 2024년 현재까지 이어오는 전성기를 당분간 열게 된다. 

안철수의 국민의당도 의미 있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새로운 선택지를 찾던 호남 유권자들의 표심이 안철수 대표에개 쏠리며 호남 의석을 석권했고, 무엇보다도 비례대표를 뽑는 정당투표에서 더불어민주당을 누르고 2등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야권 지지자들 사이에서 지역구는 민주당에, 비례는 국민의당에 표를 던지는 교차투표가 적잖게 일어났던 것이다.    

반면 여당인 새누리당은 당황스러운 참패를 안아야 했다. 유권자들의 표심 속에 박근혜 정부에 대한 심판 심리가 정치권의 예측보다 훨씬 강력하게 작용했던 것이다. 사실상 같은 해 연말을 강타했던 박근혜 탄핵의 서곡이 20대 총선에서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왼쪽부터) 고양갑 심상정, 고양을 정재호, 고양병 유은혜, 고양정 김현미 당선인. 
(왼쪽부터) 고양갑 심상정, 고양을 정재호, 고양병 유은혜, 고양정 김현미 당선인. 

민심은 고양시 선거에서도 선명하게 확인됐다. 집권여당에 대한 실망, 야당에 대한 지지, 제3정당에 대한 기대감이 고스란히 결과를 드러났기 때문이다. 의석은 더불어민주당 3석(정재호, 유은혜, 김현미) 정의당 1석(심상정)이었지만, 정당투표 득표율은 국민의당(26.3%)이 더불어민주당(5.4%)를 눌렀고, 정의당(12.4%)도 전국평균을 훌쩍 상회하는 지지를 이끌어냈다. 

4개 선거구에서 가장 압도적 승리를 거둔 주인공은 고양갑에서 새누리당 손범규 후보를 또다시 누르고 3선 고지에 오른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었다. 더군다나 더불어민주당과 노동당 후보까지 경쟁을 벌인 상황에서의 승리였기에 전국적으로도 큰 주목을 받았다. 물론 더불어민주당이 자당 후보인 박준 후보를 방치하며 ‘사실상 야권연대’ 상황을 연출했다고 봐야 하지만. 

고양병과 고양정(일산동·서구)에서는 현역인 유은혜, 김현미 의원이 국민의당 후보(고양병 장석환, 고양정 길종성)들이 야권표를 분산시킨다는 우려를 뛰어넘고 새누리당 백성운, 김영선 후보에 승리하며 나란히 선수를 추가(재선, 3선)했다.

새롭게 등장한 얼굴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비서관을 지낸 고양을 정재호 후보였다. 중앙당의 기대와 지원을 안고 고양을에 낙점된 정 후보는 고양시 보수진영의 맹주 김태원 의원을 900표 차로 누르고 8년 만에 고양을을 민주당으로 가져온다. 

20대 총선에서도 백만고양자치연대 등이 시민단체의 이름으로 적극적인 목소리를 냈지만, 사실상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 지지 활동을 펼친 것에 가까웠다.   

2020년 21대 총선은 전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치러졌지만, 의외의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유권자들은 문재인 정부의 위기대응능력에 높은 점수를 줬고, 이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으로 이어졌다. 
2020년 21대 총선은 전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치러졌지만, 의외의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유권자들은 문재인 정부의 위기대응능력에 높은 점수를 줬고, 이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으로 이어졌다. 

[2020년 21대 총선] 코로나 팬데믹 대응하며 민주당 압승
심상정(갑) 한준호(을) 홍정민(병) 이용우(정)

이제 역대 총선 톺아보기의 마지막 장인, 4년 전인 2020년 21대 총선까지 왔다. 사실 21대 총선을 정리하는 게 필요할까 싶다. 과거라고 부르기엔 너무 가까운 시점이고, 당시의 결과가 바로 지금의 정치지형과 인물 자체이기 때문이다. 그렇더라고 두 달간 이어온 시리즈의 마무리삼아 잠시 기억을 멀지 않은 과거로 되감아 보자. 

20대 총선 직후 대한민국은 최순실게이트-박근혜 대통령 탄핵-조기 대선-문재인 대통령 당선이라는 숨가쁜 역사를 이어간다. 그렇게 등장한 문재인 정부 4년차에 21대 총선이 자리한다.

당시의 가장 큰 변수는 바로 코로나19 팬데믹이었다. 특히 선거가 치러진 2020년 4월은 미증유의 감염병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이 극대화됐던 유행 초기였다. 일반적이라면 집권 여당에 상당히 불리한 국면이 만들어질 법한 상황이었지만, 당시 대한민국은 코로나방역 초기대응의 모범국가로 알려지며 집권 후반기를 맞은 문재인 정부 지지율이 오히려 역주행을 했다.

반면 대통령 탄핵이라는 직격탄을 맞아 분열하던 보수진영은 자유한국당을 거쳐 미래통합당으로 겨우 몸을 추스르고 총선에 임했지만, 탄핵 후유증을 떨쳐내기엔 여전히 시간이 필요했다. 결과는 더불어민주당 180석, 미래통합당 103석, 정의당 6석으로 여당의 압도적 승리였다.

코로나 팬데믹과 더불어 21대 총선의 가장 소란스러웠던 이슈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었다. 하지만 다양한 정치세력의 등장 가능성을 열어주자는 취지가 무색하게, 거대양당이 정치판을 편법과 꼼수의 경연장으로 전락시키고 말았다.

(사진 왼쪽부터) 고양갑 심상정, 고양을 한준호, 고양병 홍정민, 고양정 이용우 당선인. 
(사진 왼쪽부터) 고양갑 심상정, 고양을 한준호, 고양병 홍정민, 고양정 이용우 당선인. 

고양에서의 의석 구도는 20대와 동일했다. 고양갑에서 심상정 의원이 미래통합당 이경환 후보를 꺾고 4선에 성공했고, 을·병·정 역시 20대와 마찬가지로 더불어민주당에 의석이 돌아갔다. 하지만 선수가 교체됐다. 유은혜·김현미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내각인 교육부총리, 국토교통부 장관 자리에 붙들리며 총선에 뛰어들지 못했고, 정재호 의원은 재공천을 받지 못했다.

이들의 빈자리에 전략 공천된 인물들은 MBC 아나운서 출신 한준호, 변호사이자 경제정책전문가인 홍정민,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를 지낸 이용우 후보였다. 이들은 미래통합당 함경우, 김영환, 김현아 후보를 나란히 꺾고 초선의원 배지를 달았다. 2010년 지방선거부터 시작된 진보진영 강세가 14년을 이어가게 된 것이다. 

하지만 4년의 임기가 마무리되어가는 현재, 4명의 운명은 제각각이다. 심상정 의원은 5선에 도전하지만 녹색정의당 자체의 상황이 녹록치 않고, 홍정민·이용우 의원은 현역임에도 아예 경선을 통과하지 못했다. 한준호 의원만 단수공천을 받아 재선을 꿈꾸고 있다.   
   
유권자 책임을 행사할 시간이 다가온다

이번 기획을 통해 1978년부터 2024년까지 46년, 반백년에 가까운 세월을 다뤘다. 대한민국 자체가 워낙에 숨가쁜 정치사가 전개되는 나라라지만, 40여 년 동안 4배로 도시규모를 불린 고양에서는 더욱 거대한 변화의 흐름이 요동쳤다. 이 기간에 총선을 통해 배출된 고양의 지역구 국회의원 숫자도 무려 23명이나 된다. 이들 중에는 중앙무대에서 이름을 날렸지만, 정작 지역에서는 별다른 흔적을 남기지 못한 이들도 있고,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발휘하며 성실한 의정활동을 펼쳤지만 재도전의 기회를 얻지 못하고 퇴장한 이들도 있다. 

고양시 총선 역사를 일별한 소감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결국 좋은 정치는 유권자와 정치인이 함께 만들어가는 소통과 책임의 산물이라는 교과서적 깨달음이다. 좋은 정치를 만들기 위한 유권자의 책임을 묵직하게 행사할 시간이 어느새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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