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구 세무사의 세무칼럼
[고양신문] 작년에 세무조사를 받았는데 올해 또 세무조사를 나왔다면 답답한 마음을 어디에 토로해야 할까. 국세청 납세자보호위원회의 문을 두드려 보자. 국세청 납세자보호위원회는 세무조사를 받는 납세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2019년 4월 1일 신설됐으며 외부기관에서 추천한 민간위원 15명으로 구성돼 있다.
국세청은 권리보호 심의절차를 개선해 위원회의 공정성을 높이고 위원회 심의대상을 확대하는 등 납세자의 권익향상을 위한 제도를 한층 강화했다고 밝히고 있다. 국세청은 2019년 한 해 동안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세무조사 17건에 대해 세무조사 중지 등의 명령을 내렸다.
국세청 납세자보호위원회에서 납세자의 권리를 당당하게 보호하고 지켜낸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화장품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김 사장은 최근 세무서로부터 3달 동안 법인세 조사대상자로 선정돼 조사를 받았다. 조사기간 3개월이 거의 끝나갈 무렵 김 사장은 조사관으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었다. 거래처 현장을 방문해 확인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세무조사기간을 더 연장하겠다는 것이었다. 조사기간 연장을 위해 조사관은 지방청에 조사기간 연장신청을 했고 지방청 납세자보호위원회는 이를 승인했다.
3개월 동안 불면의 밤을 보내며 세무조사에 시달리던 김 사장은 깊은 고민 끝에 국세청 납세자보호위원회에 권리보호심의 요청을 했다. 지방청 납세자보호위원회의 결정과는 달리 국세청납세지보호위원회는 김 사장의 손을 들어 주었다. 국세청 납세자보호위원회는 세무조사 기간연장에는 동의하지만 향후 조사 진행상황 등을 고려해 조사기간을 최소한이 되도록 단축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또 다른 사례를 보자. 박 모 씨는 A지방청으로부터 주식변동 조사 등 1차 세무조사를 받았다. 그러던 중 B세무서로부터 다시 조세범칙 조사를 받게 됐다. 그런데 엎친 데 덮진 격으로 또다시 C지방청으로부터 주식명의 신탁혐의에 대한 증여세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세무조사를 한번 받는 것도 납세자로서는 엄청난 심리적 압박을 받게 되는데 짧은 기간에 세무조사를 3번씩이나 실시한다는 것이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았던 박 모 씨는 지방청 납세자보호위원회에 심의요청을 했다. 그러나 중복조사가 아니라며 조사관들의 손을 들어 주었다.
박 모 씨는 국세청 납세자보호위원회에 재심의 요청을 했다. 과연 누구의 손을 들어주었을까. 국세청 납세자보호위원회는 2차례에 걸친 세무조사를 통해 주식변동 내역을 조사한 후 주주의 명의신탁 여부를 다시 조사하는 것은 중복세무조사라고 판단해 C지방청에 조사중지 통보를 내렸다. 박 모 씨는 3차 세무조사를 면하게 됐다.
다른 사례를 하나 더 소개하겠다. 개인사업자인 최 모 씨는 이미 세무조사를 받은 상태에서 탈세제보가 접수됐다는 이유로 또다시 세무조사를 받게 됐다. 최 모 씨는 관할세무서에 “이미 세무조사를 받았는데 또다시 세무조사를 하는 경우가 어디 있냐”며 항의했지만 담당 조사관은 “탈세제보가 접수됐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세무조사를 진행하는 수밖에 없다”는 답을 들었다. 최 모 씨도 국세청 납세자보호위원회의 문을 두드렸고, ‘탈세제보가 접수됐다고 해서 최 모 씨가 국세기본법에 규정하고 있는 재조사가 허용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며 최 모 씨의 손을 들어주며 일선 세무서로 조사중지 명령을 내려 보냈다.
위의 사례에서 본 것처럼 세무조사 진행과정에서 자신의 권익이 부당하게 침해됐다고 생각되면 납세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세무조사 등의 적법절차 준수에 대한 감독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국세청 납세자보호위원회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봉구 세무법인 석성 경기북부지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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