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영양⑦ 가공식품의 재앙을 막자

 가공음료 인스턴트 등 초가공식품 사망위험 높여

1인 가구,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면서 가공식품 섭취가 크게 늘고 있습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들이 섭취하는 식품의 70%가 가공식품이랍니다. 단국대 식품영양학과 김우경 교수 연구팀은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활용해 성인 1만5760명을 대상으로 가공식품 섭취 비율을 분석한 결과 총 식품 섭취량 중 원재료식품은 31.9%(495g), 가공식품은 68.1%(1054.5g)였습니다. 가공식품 섭취량이 2배 이상 많았습니다. 가장 많이 섭취하는 가공식품류는 음료였습니다. 영양소 섭취율 역시 가공식품이 월등히 높았습니다. 가공식품을 통한 단백질 섭취율은 원재료식품의 2배였고, 지질 섭취 비율은 3배였습니다. 특히 나트륨의 경우 무려 96.3%를 가공식품에서 섭취했습니다. 반대로 보면 가공식품의 나트륨 함량이 지나치게 많다는 겁니다. 이 같은 가공식품 위주의 음식 섭취율이 점점 높아지는 현실은 암과 당뇨 고혈압 등 생활습관병이라 일컫는 만성질환의 증가와 연계될 수 있습니다. 가공식품은 당과 나트륨, 단백질과 지방은 과도하고, 비타민과 무기질 등 몸에 꼭 필요한 영양분은 제로인 식품이 허다합니다. 먹으면 먹을수록 영양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장기 유통이나 살균, 인공적인 맛을 위해 투여하는 식품첨가물도 건강엔 좋지 않습니다.  

가공식품 중 가공과 변형이 크고 식품첨가물이 들어있는 식품을 초가공식품으로 분류합니다. 음료, 즉석 편의식품, 패스트푸드, 인스턴트식품 등입니다. 지난 5월 영국의학저널(BMJ)에 실린 스페인과 프랑스 논문에 따르면 초가공식품을 많이 섭취한 그룹은 적게 섭취한 그룹에 비해 조기 사망의 위험도가 62%나 높았고, 초가공식품 섭취가 늘수록 심장질환의 위험도가 증가했습니다. 초가공식품은 특히 나트륨과 당이 과도하게 들어가 있고 항산화영양소나 식이섬유는 부족하기 때문에 만성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보름달빵 한 개에 각설탕 27개, 콜라 한 캔에 각설탕 9개 

WHO(세계보건기구)는 1일 총열량 2000㎉(WHO 권고량) 중 당이 차지하는 비율을 10% 이내로 낮출 것을 권고합니다. 권고에 따르려면 1일 당 섭취를 50g 이내로 제한해야 합니다. WHO 권고량을 맞추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콜라 한 캔의 당 함유량은 27g, 각설탕 9개 분량입니다. 콜라 한 캔만 먹어도 하루 권장량의 절반을 넘기게 됩니다. 보통 카페에서 파는 에이드 한 잔의 평균 당 함량은 36.7g, 각설탕 12개가 넘습니다. 몸에 좋다고 강조하는 과일주스(가당 주스)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한 병에 55g, 각설탕 18개, 탄산음료보다 더 많은 당이 들어 있습니다. 빵은 더합니다. 추억의 보름달 빵 하나 먹으면 당 81g, 27개 각설탕을 한꺼번에 삼키는 겁니다. 하루 권장량의 1,6배에 이릅니다. 한국소비자원이 시중에 팔리는 빵 30개 제품의 당 함량을 조사한 결과 빵 한 개의 평균 당 함량은 66.9g, 각설탕 22개 정도였습니다. 콜라 한 캔에 빵 하나 먹으면, 각설탕 31개를 먹는 셈입니다. 좀 달다고는 생각했지만 각설탕을 기준으로 비교해보면, 참 끔찍한 분량입니다. 

프랑스 몽펠리에 대학교 국립보건의학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당 섭취가 치매의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합니다. 연구진은 동물 실험을 통해 상당량의 설탕 섭취가 알츠하이머 병의 증세를 악화시킬 수 있으며 특히, 알츠하이머 병의 특징인 아밀로이드 침전물(노화 플라크)의 생성을 가속화 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인공감미료 첨가 가당 음료 뇌 건강에도 악영향 

설탕을 줄이기 위해 사용되는 인공감미료 역시 질병과 연관이 있습니다. 예일대 연구진은 흔한 인공감미료 중 하나인 수크랄로스를 탄수화물과 결합시켜 섭취한 경우 건강한 사람을 빠르게 고혈당으로 만들 수 있음을 보고했습니다. 수크랄로스는 제빵제품, 조미료, 시럽, 기타 소비자용 포장 제품 수천 가지에 사용되며, 대부분은 탄수화물을 함께 함유하고 있었습니다. 미국 내과학회지에 게재된 한 연구보고서 역시 인공감미료의 위해성을 경고합니다. 하루 두 잔 이상의 인공감미료 함유 가당음료 섭취가 심혈관계 질환 사망률을 상승시킨다는 겁니다. 식습관이 염증성 장 질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하는 카렌 매드슨 박사는 당분이 높은 식단을 이틀간 유지함과 동시에 장 내에 단쇄지방산(짧은사슬지방산)이 부재할 경우, 장누수증후군 발병률이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매드슨은 역시 과도한 당 섭취로 인한 장 내 박테리아 변화가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과 같은 퇴행성신경질환과 관계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당이 첨가된 음료가 성장기의 뇌 발달에 이롭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습니다.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스캇 카노스키는 청년기 전에 가당음료를 많이 섭취할 경우 중요한 정보를 기억하고 정상적으로 작용하는 뇌의 능력을 저해시키기도 한다는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소비자원은 시중에 유통 중인 영유아용 과일 퓌레 20개 제품을 조사한 결과 국내외 20개 제품의 1회 제공량당 당류 함량은 8.8∼17.1g 이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영유아의 1일 당류 섭취 기준량이 개월수에 따라 13.8g~17.5g인 점을 고려하면 1개만 먹어도 당류 1일 기준치를 초과하는 셈입니다. 2018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청소년의 패스트푸드 섭취율은 주 3회 이상이었고 탄산음료 섭취율은 주 3회 이상이었습니다. 반면 몸에 좋은 자연식품의 과당 섭취율은 하루 1회 정도로 감소하는 등 청소년 식생활 지표는 모두 나빠졌습니다. 가공식품의 당은 태어날 때부터 시작돼 성장기를 거치며 평생 입맛을 좌우하게 되고, 성인이 되어서는 점점 일찍 만성병에 시달리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가정간편식 국과 찌개 영양분 낮고 나트륨만 포화 

1인 가구·맞벌이 가구가 늘고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소비가 급증한 가정간편식이 영양성분 함량은 부족하고 나트륨은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발표자료에 따르면  대형마트·온라인 등에서 판매하는 국·탕·찌개·전골 등 가정간편식 찌개류 687개 제품의 영양성분 함량을 조사한 결과 1회 제공량당 평균 열량, 탄수화물·단백질·지방 함량은 1일 영양성분 기준치보다 낮았고, 나트륨은 한 끼로 하루 권장량 절반을 채웠습니다. 

성인의 경우 하루에 2000㎉의 열량 섭취가 권장되는데 가정간편식 찌개류 제품(320g)의 평균 열량은 134.4㎉로 6.7%에 불과해 성인 하루 열량섭취량 2000㎉ 중 한 끼가 담당해야 할 열량에 크게 못 미쳤고, 탄수화물·단백질·지방 함량은 각각 하루 권장량의 3.5%, 16.9%, 9.6% 수준이었습니다. 이에 반해 가정간편식 찌개류의 나트륨 함량은 1012.2㎎으로 하루 권장량(2000㎎)의 절반 이상이었습니다. 간편식 찌개와 밥을 주식으로 한 식사가 잦아지면 하루 활동에 필요한 열량이나 필수 성분은 부족하고 나트륨은 과다 섭취가 될 수 있습니다. 컵밥·볶음밥·죽 등 가정간편식 제품 역시 하루 영양 권장량의 20% 미만이었고, 나트륨만 평균 780㎎으로 권장량의 39% 수준이었다. 나트륨 함량은 하루 권장량의 절반을 넘는 제품도 적지 않았습니다. 가정간편식의 경우 가격경쟁 때문에 원가를 높이기 어렵고,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해 살균하는 과정에서 영양소가 파괴돼 건강 측면에서는 매우 불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정간편식 제품 생산 규모는 2017년 2.7조원에서 2019년 3.5조원으로 30%가량 늘었고, 코로나 사태로 시장 규모가 더 커질 전망입니다. 

 라면 한 봉지당 나트륨 함량 하루 기준치의 80%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해 가장 많이 팔린 상위 20개를 각각 골라 총 177개 품목의 영양성분을 조사한 결과 매출이 가장 많은 신라면 등 라면 20개 제품의 평균 나트륨 함량이 한 봉지당 1586㎎였습니다. 우동 제품 10개에는 평균 1724㎎, 얼큰장칼국수 등 칼국수 제품 10개에는 평균 1573㎎의 나트륨이 들어있었습니다. 라면 한 그릇만 먹어도 나트륨 1일 영양성분 기준치(2000㎎)의 80%가 채워집니다. 또 외식을 통해 짜장면(1인분당 나트륨 함량 2391g)이나 육개장(1인분당 나트륨 함량 2853g) 등으로 한 끼를 해결할 경우 한 끼로 하루 나트륨 권장량을 넘겨 버리게 됩니다. 외식산업 전반에 대한 나트륨 규제가 필요합니다. 

라면 등 나트륨 함량이 높은 가공식품을 즐겨 먹는 연령층 역시 12~18세 청소년이었습니다. 젊었을 때부터 짠 음식에 입맛이 적응하면 나이가 들어 암과 비만, 고혈압 등 만성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나트륨 과잉이 질병과 관련이 있다는 점은 수많은 연구사례로 발표되고 있습니다. 한때는 김치가 한국인의 암 발병률을 높인다고 지적됐지만 정작 김치의 나트륨 함량은 다른 식품에 비해 높지 않습니다. 김치 1인분의 나트륨 함량은 312g으로 다른 반찬의 평균 함량보다 낮습니다. 한국인들이 WHO나트륨 권장량을 아직도 훌쩍 넘기는 이유는 가공식품의 과잉에 있습니다. 

 식약처 고열량·저영양 식품 2763개 ‘소극적 공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정부가 제시한 기준보다 열량이 높고 영양가가 낮은 식품 중에서 비만이나 영양불균형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식품을 고열량 저영양 식품으로 분류해 매년 공지하고 있습니다. 고열량·저영양 식품은 특히 당과 지방이 과도하고 건강에 필수적인 비타민류와 섬유질 등 기능성 영양분이 거의 없습니다. 살만 찌고 몸은 허약해지고, 성인이 되어서도 자주 먹으면 만성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식품들입니다. 

2020년 7월 현재 과자와 캔디, 빵, 햄버거, 피자 등 2763개 제품이 고열량·저영양 식품으로 공지됐는데, 우리가 즐겨 먹는 대부분의 브랜드가 포함돼 있습니다. 정부는 이들 식품이 특히 어린이의 건강에 해롭다고 판단하고 공개적으로 제품명까지 밝히고 있지만 그야말로 홍보 수준입니다. 어린이가 방송을 많이 보는 시간대에 광고를 하지말라는 정도입니다. 공공적인 규제는 전혀 없습니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 정부는 올해 7월 1일부터 비만, 당뇨와 관련이 있는 음료에 7%의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가당 음료의 주요 소비자가 14세에서 18세 사이의 청소년이라는 점이 중요했습니다. 청소년들의 건강한 삶을 위해 과세를 통해서라도 가당 음료에 대한 섭취를 자제할 수 있도록 한 공공적 선택이었습니다. 필라델피아와 오클랜드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등 미국 내 주요 도시들도 가당 음료에 대한 과세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WHO 가당음료 세금 부과, 채소과일 보조금 지원 권고 

영국도 2018년 4월부터 가당음료세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영국 암연구소 등 전문기관의 정책제안이 과세 시행에 근거가 됐습니다. 영국 암연구소는 가당음료에 세금을 20% 부과할 경우 향후 10년간 비만인구를 3700만 명 예방할 수 있다며 과세를 통한 가당 섭취를 줄이는 방법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포르투갈도 2017년 1월에 가당음료세를 시행했는데, 많은 업체들이 자사 제품에서 설탕양을 줄였으며, 설탕이 들어간 가당음료 판매량은 전반적으로 감소했습니다. 

WHO는 가당 음료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가당 음료 섭취량을 감소시키고 비만, 2형 당뇨병, 충치를 줄일 수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가당 음료의 소매 가격을 20% 이상 증가시키는 세금정책을 통해 해당 제품 섭취를 비례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WHO는 가당식품뿐만 아니라 포화 지방, 트랜스 지방, 나트륨 고함유 식음료에 대한 과세를 통해 소비를 감소시켜 비만과 만성질환을 예방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반대로 신선 과일과 채소 등 만성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식품에 대해서는 가격을 10~30% 낮출 수 있도록 공공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법으로 섭취를 증가시킬 수 있다고 권했습니다. 

 고양시민의 건강과 생명 지키는 건강도시 모델 만들자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떨까요. 설탕세 나트륨세 등 건강과 관련한 세금을 걷자는 논의는 일부 전문가와 소비자 블로그 정도에 올라오고 있을 뿐입니다. 국내 가공식품 소비 증가추세와 특히 어린이 청소년들의 가공식품 의존율을 감안한다면 공공정책으로 국민의 식습관 형성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합니다. 특히 공공의료 비중이 높은 우리의 경우 막대한 국가재정이 공공의료에 투입됩니다. 점점 늘어나는 재정에 대한 대비는 물론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정책으로서 당과 나트륨 식품 규제는 꼭 필요합니다. WHO의 권고처럼 채소와 과일의 섭취를 높이는 정책에 예산을 투자하는 길이 질병을 치료하는 데 투자되는 공공예산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관심이 집중되는 화두의 하나는 식량자급자족입니다. 식량 수입의존율을 낮추고, 건강한 먹거리를 순환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채소와 과일, 신선한 곡류, 된장과 김치 등 영양이 풍부한 우리의 건강먹거리를 지키려면 소비자는 물론 정부가 나서야 합니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걸린 문제를 더 이상 시장에만 맡길 수 없습니다. 부동산 정책 못지않게 먹거리 정책도 절실합니다. 자치단체 차원의 노력도 필요합니다. 코로나 방역 모델을 만들었던 고양시가 이제 건강도시를 향한 밑그림을 그리고, 세계가 부러워하는 건강도시 모델을 만들어 갈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발행인 이영아 

관련기사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