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살리는 치유의 숲 1 - 왜 숲으로 가야하나

 우리는 왜 숲을 그리워할까
숲은 왜 사람의 마음을 끌어들일까요? 누구에게 배운 것도 아니고, 특별한 경험을 한 것도 아니지만 우리는 늘 숲을 그리워합니다. 사람에 따라 정도는 달라도 숲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숲에 있으면 누구나 편안해지고 평화로워집니다. 숲은 나이 들수록, 심신이 지칠수록 더 그리워집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자연스럽게 그런 욕구가 올라오는 것은 왜일까요. 

미국 하버드 대학의 윌슨 교수는 ‘인간에게는 숲과 자연을 의존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는 유전인자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숲은 인간의 진화적 모태이기 때문에 인간의 유전 설계에 숲에 의존하는 인자가 포함돼 있다는, ‘바이오필리아’ 가설입니다. 과학자들은 지구에서의 인간의 역사가 적어도 약 700만 년 정도 된다고 추정합니다. 상상도 하기 어려운 시간입니다. 이 장구한 세월 동안 인류는 거의 대부분을 숲에서 살았고, 수렵과 채취로 생존해왔다고 합니다. 인간이 아프리카 사바나 숲 등 숲에서 나와 농사를 짓고 공동체를 이루며 생활한 시간은 약 1만 년에서 5000년 전쯤입니다. 그 후 도시를 이루고 지금처럼 산업사회를 구성하며 살아온 시간 불과 몇백 년 전입니다. 장구한 진화의 시간에 비하면 찰나에 불과한 시간이지만 산업화 도시화는 인간의 삶을 심각하게 바꾸어 놓았습니다. 인간의 몸은 아직 자연과 친밀한 유전자로 가득하지만, 우리의 몸은 하루 종일 도시 속에 묶여있습니다. 자연을 향한 욕망은 인간의 몸과 마음을 움직이는 본능입니다.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서는 우리 몸이 요구하는 본능적 욕구를 잘 해소해주어야 합니다. 이 욕구는 정서적 측면만이 아니라 신체적 건강을 위해서도 필수적입니다. 어떤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 몸이 달라지듯, 어떤 환경에서 사느냐가 건강을 좌우합니다. 새로운 연재는 ‘몸을 살리는 치유의 숲’입니다. 숲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숲의 필요성, 도시의 숲 정책 등을 보도합니다. 

숲과 계곡이 있는 산에서는 심신을 안정시키는 알파파와 음이온이 더 높아진다. 고양의 북한산은 더없이 훌륭한 치유의 숲이다. 사진은 북한산 밤골 계곡.
숲과 계곡이 있는 산에서는 심신을 안정시키는 알파파와 음이온이 더 높아진다. 고양의 북한산은 더없이 훌륭한 치유의 숲이다. 사진은 북한산 밤골 계곡.

 숲의 근원적인 회복력, 치료가 아닌 치유의 공간  
최근 들어 산림치유는 공공적인 정책과 프로그램으로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숲이 좋다, 숲에 자주 가면 스트레스가 해소된다, 정도의 설명이 따라 붙었지만 요즘에는 산림치유라는 공공프로그램으로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일본과 독일에서는 공식적인 의료프로그램으로 강화된 지 꽤 오래되었고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전국 곳곳에 치유의 숲을 지정해 지원하고 있습니다. 산림치유는 수술과 약물처방으로 대응하는 병원 치료와 달리, 몸의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는 ‘치유’라는 언어로 잘 설명됩니다. 음식과 마찬가지입니다. 숲을 통해 정신적 육체적 면역력을 높이고 질병을 방어하는 힘을 키웁니다. 

숲이 치유효과를 선사하는 요인은 나무가 내뿜는 피톤치드 효과부터 햇빛, 경관, 지형, 음이온, 자연의 소리까지 다양합니다. 피톤치드는 나무가 해충과 상처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생성하는 물질로 식물의 면역물질인 파이토케미컬의 하나입니다. 피톤치드는 염증을 완화하고 심신의 안전감과 쾌적감을 높여줍니다. 산림의 호흡작용과 토양의 증산작용을 통해 발생하거나, 숲의 계곡과 폭포에 많이 존재하는 음이온은 일상생활에서 산성화되기 쉬운 인간의 신체를 중성화시켜줍니다. 햇빛은 세로토닌을 촉진시켜 우울증을 치료하고 비타민D 합성에 필수적입니다. 숲에서 들을 수 있는 자연의 소리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집중력을 높여줍니다. 숲 자체, 산림 경관은 눈의 피로를 풀어주고 심신의 안정을 선물합니다. 숲의 작용은 대부분 마음과 몸을 동시에 변화시켜 우리가 가진 원래의 면역력을 향상시켜줍니다. 

 감염병과 만성질환을 이기는 면역세포 증가 
충북대학교 신원섭 교수팀의 실험결과, 산림욕은 우리 몸의 대표적인 면역세포인 NK세포를 증가시킵니다. 연구팀은 증권회사에 근무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산림욕 전후의 NK세포 수를 비교했는데, 참여자 모두 NK세포가 증가했습니다. 증가율은 8.5~17.7%입니다. 늘어난 NK세포수는 신림욕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간 후에도 일정기간 지속됐고, 30일쯤 지나서 원래 수준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산림치유는 암 수술 후 회복을 돕는 치유 프로그램으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산림치유 전후 암 수술 환자의 면역세포(NK세포와 T세포)를 비교한 결과 NK세포는 16.2에서 22.8로 높아졌고, T세포는 38.0에서 39.3으로 상승했습니다. 

미국 아파라치안 대학의 니만 교수는 매일 꾸준하게 30분 정도의 산림욕과 같은 가벼운 운동을 하면 감기나 독감 등 감염병 예방에 탁월한 효과를 준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니만 교수는 30~40대 여성들을 대상으로 45분 정도의 숲 산책을 일주일에 5회 한 집단과 전혀 하지 않은 집단을 대상으로 감기와 같은 감염병 발병률을 비교조사 했습니다. 15주 후 감기 독감 발병을 보면, 숲 산책을 꾸준히 한 집단은 하지 않은 집단에 비해 약 50% 정도 낮았습니다. 

산림욕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 수치를 감소시키고, 우울증 지수도 낮춥니다. 산림청 자료에 의하면 산림욕 전후 코티솔 수치는 1.113에서 0.082로 떨어졌고, 우울증 지수는 12.7에서 4.8로 크게 낮아졌습니다. 숲의 건강 물질이 우리 몸과 마음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신진대사를 활성화해 면역력을 높인다는 겁니다. 

 숲, 보기만 해도 혈압이 떨어진다, 빠르고 즉각적인 효과
숲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고혈압이 낮아진다는 지표도 있습니다. 산림청 자료에 의하면 도심길을 걸을 때 수축~확장기 혈압이 125~74.1이었으나 숲길을 걸을 땐 115.4~69.9로 확연히 떨어졌습니다. 국제심장학회의 발표 결과에 의하면 산림욕에 참여한 사람들의 혈액을 분석한 결과 혈중 콜레스테롤과 혈액 내 지방, 그리고 혈당의 감소가 뚜렷했다고 합니다. 산림치유는 질병을 예방하는 효과도 크지만 고혈압이나 고지혈증, 당뇨병 등 이미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도 치유 효과를 충분히 얻을 수 있다는 겁니다. 

심신이 안정된 상태에서 발생하는 알파파 지수는 숲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증가했습니다. 도시경관을 바라볼 때 알파파는 22.4였으나 산림 경관을 바라볼 때는 23.7로 올랐고, 산림과 물 경관을 동시에 바라볼 때는 24.4로 한 단계 더 올랐습니다. 

미국 텍사스 대학의 울리히 교수는 사람들이 숲을 대했을 때 생리적인 반응이 어떻게 다르게 변하는지를 조사해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실험실에서 학생들에게 교통체증이 심하게 일어나는 비디오를 보여주면서 신체의 생리적인 반응을 체크했는데, 혈압과 맥박이 정상 상태보다 올라가고 근육의 긴장이 높아졌습니다. 곧이어 학생들에게 숲의 아름다운 경관 비디오를 보여주었더니, 비정상이었던 혈압과 맥박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근육도 이완됐다고 합니다. 

산림치유는 약이나 음식보다 그 효과가 빠릅니다. 단 몇 시간 숲길을 걷거나 숲 경관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 지수가 낮아지고 면역세포가 활성화됩니다. 심신이 지쳐있을 때는 숲이 빠르고 특별한 처방입니다. 

 골다공증과 치매예방, 나이 들수록 숲으로 가자
숲은 잘 알려진 대로 아토피 피부염이나 천식 등 기관지 질환의 치유처이기도 합니다. 기관지 염증 정도를 알 수 있는 호기산화질소는 21.5에서 19.4로 낮아졌고, 아토피피부염 임상적 증상 Scorad 지수는 16.7에서 10.2로 낮아졌습니다. 숲은 50대 이후의 여성들에게 찾아오는 골다공증에도 좋습니다. 숲에서는 오르막길을 걷는 등 지속적인 운동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운동은 뼈의 성장과 골밀도를 10~20% 향상시킨다고 하니 자연스럽게 골다공증을 예방하고 치유합니다. 숲은 또 자연스럽게 피부가 햇빛을 쬐도록 해주어 천연 비타민D의 생성을 활성화 해줍니다. 비타민D는 뼈를 튼튼하게 해주는 칼슘의 흡수를 도와줍니다. 숲은 골다공증을 이겨낼 수 있도록 운동과 햇빛을 고루 처방해줍니다. 숲에서는 노화방지에 도움을 주는 항산화 효소도 증가했습니다. 산림욕 전 2.0이었던 항산화 효소는 산림욕 후 2.9로 높아졌습니다. 

숲이 치매의 예방과 치유에도 효과적이라는 연구도 있습니다. 산림청과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이 함께 연구한 결과에 의하면 숲에서의 활동이 치매를 예방하고 스트레스 관련 질환을 치유하는 데 효과가 있답니다. 정상인 및 경도 인지장애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전후 TMTB 수치를 비교해보니 134.2에서 120.6으로 감소했습니다. 주의 집중력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향상됐고, 알츠하이머 치매의 고위험 증상인 스트레스나 우울증상도 대체적으로 감소했습니다. 

충북대학교 신원섭 교수팀은 산림욕이 집중력과 인지능력을 높여준다는 실험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점심시간에 50분 정도 숲을 산책한 사람들과 도심 도로에서 평상시처럼 보낸 사람들을 대상을 인지능력을 테스트한 결과 산림욕을 한 사람들의 인지능력은 높아졌고, 도심에 있던 사람들의 인지능력에는 변화가 없었습니다. 연구팀은 산림욕이 정신과 육체를 이완시켜 뇌의 전두엽을 활성화시키고 집중력을 높여주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나이 들수록 숲이 좋아지는 이유는 단순히 감성적인 것만은 아닌듯 합니다. 심신의 기능이 떨어지고 질병의 위험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우리 몸은 숲으로 향하게 됩니다. 가능하면 많은 시간을 숲에서 보내게 된다면 우리 몸이 가지고 있는 원래의 면역력을 자연스럽게 회복할 수 있습니다.                                                                   

발행인 이영아 

참고자료 : 산림청 홈페이지, 충북대 신원섭 교수의 책 ‘치유의 숲’ ‘힐링산림욕’

관련기사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