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살리는 치유의 숲③ 도시숲에서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사람들

우리나라 산림면적률 OECD 회원국 중 4위 

우리나라 산림면적률은 OECD 회원국 중 4위입니다. 국토면적 1003만ha 중 63.2%, 633만5000ha가  산림입니다. 국토는 작지만 산림의 비율이 높아 산림자원의 가치는 매우 높습니다. 산림면적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는 핀란드(73.1%)이고, 일본(68.5%)과 스웨덴(68.4%)이 2, 3위를 차지합니다. 급격한 도시화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산림률이 아직 높은 이유 중 하나는 도시화가 수도권에 국한됐기 때문입니다. 수도권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온통 산으로 둘러싸인 환경에서 살 수 있지만, 우리는 악착같이 수도권에 매달려 있습니다. 수도권에 집중된 인구의 절반은 산림선진국으로서 우리나라 국토의 가치를 체감하지 못하고 살고 있습니다. 우리의 풍부한 산림자원을 잘 활용하고, 산림복지국가로서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도시와 숲에 대한 밀착이 필요합니다. 

 산림의 공익적 가치 221조원, 매년 가파른 증가 

우리나라는 70% 안팎이 산지인 지리적 여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러나 외세의 잦은 침략으로 인한 전란과 일제 강점기의 무분별한 벌목, 6.25 전쟁으로 자연산림은 크게 훼손됐습니다. 

60년대 들어서 산림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인위적인 조림사업을 통해 산림을 회복하는 정책이 꾸준히 펼쳐지면서 산림자원의 가치는 조금씩 회복되고 있습니다. 60년대 경제개발계획 기간 중의 산림녹화사업과 70년대 치산녹화사업, 98년 산림청 숲가꾸기 사업 등 계속 이어진 조림사업으로 인위적인 숲의 면적을 넓히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국토면적이 작기 때문에 조림사업을 통한 임목축산림면적을 꾸준히 높인다면 산림률 세계 1위에 도전해볼 수도 있습니다. 산림을 보존하고 넓히는 정책과 더불어 산림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정책이 꾸준히 발굴되어야 합니다. 산림자원의 가치는 다른 어떤 자원보다 빠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2018년 우리나라 산림의 공익적 가치는 221조원입니다. 국내총생산(GDP)의 11.7%, 농림어업총생산의 6.4배, 임업총생산의 92.6배에 해당합니다. 국민 1인당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연간 428만원의 혜택을 주는 겁니다. 

산림자원의 가치는 맑은 물 유지, 홍수피해 감소, 온실가스 흡수, 대기질 개선 등 녹색댐으로서의 기능부터 산림휴양, 산림치유까지 산림의 포괄적인 기능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한 것입니다. 산림가치에 대한 본격적인 평가가 이루어지기 시작한 1987년부터 현재까지 40여 년 동안 산림의 가치는 매년 7~10%씩 상승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홍수 등 환경재해가 점점 더 심각해지면서 산림의 가치는 더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1987년 산림의 공익기능 평가액은 18조원이었고, 1992년 28조원, 2000년 50조원, 2008년 73조원, 2014년 126조원, 2018년 221조원으로 오릅니다. 2018년 가치는 2014년 보다 무려 95조원, 75% 넘게 상승합니다. 1인당 가치로 비교하면 2014년 249억원에서 2018년 428만원으로, 179만원이 상승합니다. 이 같은 추세는 해가 갈수록 뚜렷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환경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산림의 가치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산림의 기능 중 가장 급속도로 성장하는 기능은 산림치유기능이다.
환경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산림의 가치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산림의 기능 중 가장 급속도로 성장하는 기능은 산림치유기능이다.

 산림치유의 가치 8년 새 300% 증가, 최고 성장  

산림의 공익적 기능 중 가장 큰 폭으로 성장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산림치유의 기능입니다. 산림청 자료에 따르면, 산림치유 기능의 가치는 2010년 1조7000억원에서 2014년 2조4000억원으로 성장했고, 2018년 5조2000억원으로 뛰어올랐습니다. 8년 동안 300% 넘게 증가한 겁니다. 산림청이 조사한 산림치유의 기능 산출기준은 “등산 활동에 의한 면역체계 강화로 절약되는 의료비용”으로 국한됩니다. 숲을 이용하면서 얻을 수 있는 정신과 신체의 포괄적인 치유효과를 고려한다면 산림의 가치는 실제로 훨씬 더 높을 수 있습니다. 특히 생활환경과 밀접한 도시숲의 가치를 경제적 가치로 계량한다면 다른 어떤 기능보다 효과가 높을 수 있습니다. 1년에 한 번 휴가를 얻어서 찾을 수 있는 깊은 산림도 소중하지만, 매일매일 찾을 수 있는 나만의 숲이 더 중요합니다. WHO가 국민 1인당 생활권산림면적의 기준치를 제시하는 것도 바로 도시숲의 기능이 강화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도시숲은 인위적인 조림에 의한 확보가 필수적입니다. 도시생활권 인근의 숲은 최대한 보존해야 하며, 부족한 숲은 쌈지공원조성, 가로수 식재, 학교숲 조성 등을 통해 마을별로 촘촘하게 만들어가야 합니다. 

멀리 있는 큰 숲도 좋지만, 매일매일 찾을 수 있는 가까운 숲이 더 소중하다. 숲은 몸을 움직이게 만들고, 마음을 평화롭게 만들어준다.
멀리 있는 큰 숲도 좋지만, 매일매일 찾을 수 있는 가까운 숲이 더 소중하다. 숲은 몸을 움직이게 만들고, 마음을 평화롭게 만들어준다.

 도시숲의 적극적 활용, 영국의 그린 짐 사례 

기후환경이 점점 열악해지면서 세계 각국은 산림면적을 넓히고 도시숲을 확보하는 데 점점 많은 예산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시민사회가 먼저 자발적으로 나서면서 도시정책으로 채택한 나라들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영국의 그린 짐 프로그램입니다. 1997년 옥스퍼드셔의 의사 윌리엄 버드와 TCV라는 지역봉사단체에 의해 시작된 그린 짐은 도시숲과 건강, 생활, 지역사회 커뮤니티가 결합된 복합적 기능을 수행합니다. 

현재 영국 전역에 100여 개 안팎의 그린 짐 프로젝트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고, 프로그램은 지역별로 다양합니다. 그린 짐의 공통점은 도시의 유휴공간을 활용해 쌈지숲을 만들고 이 숲을 거점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겁니다. 

프로그램은 건강을 위한 음식과 운동, 텃밭 운영 등 야외활동뿐만 아니라 원예기술, 대인관계, 리더십 등 기술개발과 훈련 프로그램도 활성화 되어있고, 특히 보건소와 연계한 건강관리 프로그램으로 효과가 높습니다. 자발적 시민사회의 그린 짐 운동은 이제 영국을 대표하는 산림복지 정책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산림청 연구 보고서에 의하면 2014~2015년간 영국 전역에 걸쳐 138개 그린 짐 프로그램이 운영되었는데 총 9만2874명이 야외 운동을 경험하였으며, 그 가운데 4714명이 정부의 권장 운동량(주당 150분)을 달성했다고 합니다. 같은 기간 그린 짐 프로그램 참여자의 95%가 원예기술, 대인관계기술, 팀 리더십 등과 같은 새로운 기술들을 습득하고, 신규 참여자의 70%가 6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활동에 참여했습니다. 

 도시숲, 그린 짐 거점으로 몸과 마음, 사회적 회복 
그린 짐은 지역 내 질병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생활권 내 야외활동을 강화하고 지역 내 공동체 활동을 활성화함으로써 질병을 예방하고 치유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도심 내 유휴공간을 녹지공간으로 조성하고, 녹지를 관리하고 보존하는 활동을 통해 건강을 챙기는 공공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지역사회의 건강불평등을 해소하고 지역주민의 건강관리에 공공이 적극적으로 대처한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그린 짐을 통한 신체활동은 보다 건강한 식습관을 갖게 하고, 비만, 당뇨 등의 생활습관병, 심장병, 암 등의 발병 가능성을 감소시키고 개선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린 짐은 일반적인 체육시설을 대신할 훌륭한 대안으로서 전 연령의 모든 사람들이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고, 무엇보다 경제상 혹은 신체 건강상의 여건으로 일반적인 사회활동이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는 사람들의 참여를 적극 권장함으로써 상대적으로 개선의 여지가 크고 실제 도움이 될 가능성이 큰 사람들로부터 눈에 띄는 효과를 이끌어냈습니다. 

2008년 옥스퍼드 브룩스 대학의 그린 짐 평가 보고서에는 그린 짐 참여자들이 ‘건강과 자신감’, ‘기술과 훈련’, ‘자연환경에 대한 공헌’의 3가지 영역에서 모두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고 담겨 있습니다. 3가지 영역에서 아주 그렇다고 답변한 강한 긍정이 각각 99%, 94%, 92%였습니다. 그린 짐이 개인의 건강상의 이익과 함께 기술과 훈련 등 배움의 기회를 증진시키고, 자연환경을 보전하는 데 유익하게 작용했다는 겁니다. 

 그린 짐 참여자 다수 질병개선, 자존감 회복  

그린 짐 참여자 중 가장 신체활동이 적었던 그룹의 경우, 신체활동이 참가 이전 보다 약 3배가량 증가되었으며, 평균적으로 그린 짐 참가자들의 신체건강 상태는 3개월 이후 긍정적인 변화를 나타냈고 일부 참가자들의 경우 눈에 띄게 개선되었다고 합니다. 

학교 그린 짐에 대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10주간의 학교 그린 짐 시행 이후 아동의 주말간 신체적 활동이 142분에서 189분으로 크게 증가했고, 소아용 삶의 질 척도를 이용해 신체적·정신적 건강상태 변화를 측정한 결과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했습니다. 이 외에 많은 학생들이 그린 짐에서의 활동을 통해 기분이 개선되고, 혈압이 낮아졌으며, 집중도가 향상됐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그린 짐은 참여자의 신체와 정신건강 증진에 특히 효과적이며, 단순히 지역사회에 녹지공간을 제공하는 것 이상으로 지역주민들의 소통과 유대를 강화시킴으로써 사회적 건강증진에도 큰 효과가 있었습니다. 그린 짐의 효과는 개인과 지역사회의 건강증진을 넘어 복지와 의료비용을 절감시키는 등 경제적 효과 측면에서도 충분히 긍정적이었습니다. 

 치유의 숲, 도시숲 적극적인 산림활용 필요

우리나라의 경우 도시숲의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그린 짐과는 다르지만 ‘치유의 숲’이란 개념이 널리 확산되고 있습니다. 수도권에 집중된 인구가 받는 도심의 스트레스는 더 강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치유의 숲이 짧은 시간에 자리잡고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는 그만큼 우리가 숲에 목말라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의 산림치유는 숲을 의료영역의 공공프로그램으로 이미 포함시키고 있는 독일과 영국, 일본에 비해 소극적인 편이지만 국민의 자발적인 숲 치유 선호도는 매우 높은 편입니다. 산림청 자료에 의하면 80% 이상이 산림치유에 긍정적이라고 응답하고 있고, 건강과 휴식을 위해 치유의 숲을 찾는 사례는 점점 늘고 있습니다. 

고양시의 경우 아쉽게도 치유의 숲이나 산림욕을 즐길 수 있는 공공 공간, 도시숲을 치유와 회복을 위해 활용하는 사례가 아직 부족합니다. 호수공원이나 북한산, 정발산과 고봉산, 개명산 등 크고 작은 숲을 활용해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마을 곳곳에 작은 도시숲을 만들어 지역사회 건강 프로그램의 거점으로 활용한다면 시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취약계층의 어린이 청소년들과 노년층이 활발하게 활용할 수 있는 공공의 숲과 프로그램은 지역사회 건강형평성을 높이고 산림복지를 실현하는 중요한 매개가 될 수 있습니다. 고양시에는 호수공원을 포함해 80개의 크고 작은 공원이 있습니다. 이 공원들이 단순히 산책을 즐기는 공간에서 몸과 마음, 사회적 회복을 돕는 치유의 숲으로 자리 잡을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집 앞에, 걸어서 매일 갈 수 있는 거리에 작고 아담한  숲을 만들고 누구라도 나의 숲, 우리의 숲으로 만들어 갈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발행인 이영아 
자료제공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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