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도시기획 - 삶의 만족도로 분석한 건강

 한국인 삶의 만족도 OECD 최저, 33개국 중 32위
 
우리는 얼마나 행복할까요, 삶에 대한 만족도는 어느 정도일까요.  건강은 신체적 정신적 상태, 삶에 대한 만족도와 행복감까지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이 개념으로 볼 때 우리의 건강상태는 그리 좋지 않습니다. 특히 다른 나라와 비교한 객관적 수치는 최하위입니다. 

OECD 더 나은 삶 연구소(Better Life Institute)는 올해 초 ‘2020년의 삶은 어떨까?’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펴냈습니다. 37개 OECD 회원국과 4개 협력국까지 총 41개국을 대상으로 한 이번 보고서에는 각국의 ‘삶의 질’을 측정하고 분석한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조사대상국 전체로 볼 때 지난 10년간 많은 사람들의 삶이 나아졌습니다. 평균수명은 5% 늘고, 성인 고용률은 6% 증가했습니다. 성별격차도 3.5%포인트 좁아졌습니다. 2013년 7.2였던 주관적 삶의 만족도는 2019년 7.4로 0.2포인트 올랐습니다.

반면 소득격차나 소득에서 주택구입이 차지하는 비용 등 불평등과 관련해서는 거의 진전이 없었습니다. 소득 최상위 20%는 하위 20%에 비해 5.4배 높은 소득을 올렸고, 관계의 단절은 더 심해졌습니다. 사람들이 친구나 가족과 대화하는 데 소비한 시간은 2010년 이후 7 % 감소했고, 11명 중 1명이 ‘필요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친척이나 친구가 없다’고 답했습니다. 보고서는 “불평등이 더 두드러지는 국가의 삶의 질이 더 낮다”고 분석했습니다.

‘불평등으로 인한 삶의 만족도 하락’ 이라는 부정적 지표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한국입니다. 한국은 계층별, 남녀간, 세대간, 교육수준별 불평등이 OECD 평균을 크게 웃돌고 있습니다. 소득은 상위 20%가 하위 20% 보다 7배 높아 OECD 평균(5.4배) 보다 훨씬 높습니다. 남녀 간 임금격차는 OECD 평균(12.9%)의 3배에 가까운 34.6%로, OECD 최고 수준입니다. 

 필요할 때 의지할 사람 없다 ‘19%’, OECD 평균의 두 배

사회적 관계 단절과 신뢰 부족 문제도 심각합니다. 필요할 때 의지할 가족이나 친구가 없다고 답한 사람이 응답자의 19%로 OECD 평균(9%)의 두 배가 넘습니다. 이는 조사대상 41개국 중 그리스(22%) 다음으로 높은 수치로, 사회적 지지 분야가 OECD 최저 수준임을 말해줍니다. 국민 5명 중 1명이 사회적으로 고립돼 있다는 겁니다. 사회적 관계의 단절은 세계 최고의 자살률과 연동되는 지표입니다.

삶의 주관적 만족도가 ‘매우 낮다’고 답한 사람들의 비율도 12%로 OECD 평균(7%)보다 훨씬 많습니다. 자신의 삶의 만족도를 0점에서 10점 사이에 점수 매겨 보라는 질문에 한국인들은 평균 6.10점을 매겼습니다. 
 

 10대 경제강국 한국의 행복감은 세계 61등 

한국은 또 세계에서 61번째로 행복한 나라입니다. 유엔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발표한 <세계행복보고서 2020>에서 한국은 5.872점(10점 만점)을 받아 조사대상 154개국 가운데 61위를 차지했습니다. 지난해 54위보다 7계단이나 후퇴했습니다. 우리나라는 건강·기대수명(10위)과 1인당 GDP(27위) 등 2개 항목은 비교적 상위권이었으나 관용(81위)과 부정부패(81위), 사회적 지원(99위), 삶에 대한 선택의 자유(140위) 등 4개 항목은 중하위권에 그쳤습니다. 분야별 결과를 요약하면,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 풍요롭고 보건의료 서비스 등에선 세계적으로 앞서가지만, 사회적으로 갈등과 차별, 불신이 심하고 개인이 더 나은 삶을 선택할 기회와 이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상당히 부족한 셈입니다. 특히 삶에 대한 선택의 자유는 154개국 중 140위. 꼴찌입니다. 신체적 건강상태나 경제적 여건 등은 우수한 편이지만 우리의 행복도가 중하위권을 면치 못하는 것은 삶에 대한 선택의 자유가 제한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보고서는 ‘사회환경’이 삶의 질에 1차적으로 중요하고, 사회적 관계와 신뢰가 높을수록 개인적 역경으로 인한 불행감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그러나 한국의 사회적 관계와 신뢰는 OECD 최저수준입니다. 한국의 행복지수, 특히 주관적 삶의 만족도가 낮은 것은 바로 사회환경이 열악하고, 사회적 관계와 신뢰가 낮다는 것입니다. 

  덕양노인복지과 연구결과, 공공프로그램이 행복감 높인다

 덕양노인종합복지관은 지난해 지역사회 노인 500명을 대상으로 사회복지 욕구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조사 주제는 ‘행복, 삶의 만족도’입니다.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일반 노인들의 삶의 만족도(최대값 21.00)는 평균 15.35였고, 수급 노인은 삶의 만족도는 평균 12.49였습니다. 행복도(최대값 39.00)는 일반노인이 평균 22.56, 수급노인이 13.92로 수급 노인의 행복도가 현저히 떨어졌습니다. 또 복지관을 이용하는 노인들의 행복도는 24.85였고, 복지관을 이용하지 않는 노인들의 행복도는 17.32였습니다. 일반노인과 수급노인을 비교했을 때 행복도 격차는 8.64이고, 복지관을 이용하는 노인과 이용하지 않는 노인의 행복도 격차는 7.53입니다. 경제적 격차가 주는 행복도와 복지관 이용 유무가 주는 격차가 비슷한 차이를 냅니다. 복지관을 이용하는 노인의 경우 이용하지 않는 노인에 비해 정신건강(최대값 30.00)은 1.78, 신체건강(최대값 15.00)은 1.41 높아 격차가 크지 않았지만, 사회관계망(최대값 30.00)은 2.86, 여가만족도(최대값 15.00)는 3.43 더 높아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특히 복지관을 이용하는 노인의 여가만족도는 최대값 15점에서 11.38까지 올라 다른 항목의 만족도에 비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복지관의 공공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 여가만족도를 높이고 행복도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노년층 사회관계망 취약, 의논할 이웃 전혀 없다 40.5%

사회관계망 조사결과를 보면 친인척 관계망은 평균 3~4명이었고, 도움을 요청할 정도로 가깝게 만나는 친인척이 있는 경우는 69.4%, ‘아예 없다’는 21.8%였습니다. 친구관계망도 평균 3~4명이었고, 어려울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친구는 1~2명이 40.1%, 3~4명이 22.6%였고 도움을 요청할 친구가 전혀 없는 경우가 27.4%였습니다. 이웃사회 관계망은 친인척과 친구에 비해 크게 열악합니다. 도움을 요청할 정도로 가까운 이웃이 없는 경우가 41.2%, 자주 접촉하는 이웃이 없는 경우가 29.0%나 됐습니다. 개인적인 일을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이웃이 없다가 38.9%,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의논할 이웃이 전혀 없다는 노인이 40.5%였습니다. 이웃사회 관계망은 매 항목마다 부정적인 응답이 1위를 차지합니다. 나이 들면서 친구와 친척이 줄어들면 사회적 관계망을 대체할 수 있는 이웃사회와 긴밀해야 하지만 우리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OECD 국가 중 사회관계망이 가장 취약하다는 점이 지역사회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취미를 즐기고 여가를 나눌 수 있는 이웃과의 사회적 관계망을 확대하는 일, 개인의 역경에 대한 사회적 지지를 강화하는 일이 매우 중요해 보입니다. 

 여가활동 TV 시청이 대부분, 희망하는 여가 1위 ‘취미’ 

덕양노인종합복지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노인들의 여가활동 1위는 TV 시청 또는 라디오 청취였습니다. 일주일 동안 이 활동에 쏟는 시간은 평균 1265분. 대부분의 노인들이 하루에 180분, 3시간 정도 집에 앉아서 TV를 본다는 겁니다. 2순위는 노인정과 동창회 참여 등 친목활동이었는데, 참여시간은 487분입니다. 1위와 2위의 차이가 2.7배입니다. 다음으로 많은 여가활동은 운동, 복지관프로그램 참여, 독서, 종교활동입니다. 

반면 2015년 보건복지포럼 자료에 따르면 노인들이 선호하는 여가활동 1순위는 취미활동이었습니다. 81.8%가 취미활동을 원했습니다. 무료하게 TV를 보는 것보다 스스로 즐길 수 있는 취미를 가지고 싶은 욕구가 높지만 이를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은 것이 노년층의 현실입니다. 

정무성 숭실사이버대 총장은 “우리 노인층 세대는 젊어서부터 일만 해왔지 취미와 여가를 즐기는 경험이 너무 빈약해서 노년을 더 행복하게 보내기가 어렵다고 말합니다. 정무성 총장은 노인층의 취미활동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자치단체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노인정과 복지관 등 지역공공시설과 마을커뮤니티, 농협 등 노년층이 자주 접하는 생활공간에서 다양한 취미활동의 장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정치사회활동 98%, 자원봉사 79.3% ‘관심 없다‘

반면 선호도 하위 1위는 정치사회 단체활동 참여였습니다. 무려 98%가 참여할 생각이 없다고 응답해 정치와 삶을 분리해 생각하는 경향이 뚜렷했습니다. 이는 노년층이 직접 경험했던 정치가 혐오와 불신의 대상이었고, 참여하면 손해보거나 불이익이 생길 수 있다는 의미도 포함돼 있을 겁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정치사회 단체활동 참여에 이어 하위 2위가 자원봉사활동 참여였다는 점입니다. 무려 79.3%가 자원봉사에 참여할 생각이 없다고 응답했습니다. 유럽과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의 경우 노년층의 자원봉사가 활발하고, 자원봉사를 통해 삶의 활력과 행복감을 높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의 자원봉사 선호도가 낮은 이유는 역시 경험 부족일 수 있습니다. 생활 가까이 자원봉사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봉사에 대한 관심도, 참여의지도 낮다는 것입니다. 또 혈연 지연 중심의 삶도 자원봉사에 대한 필요성을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가족이나 친척, 이웃, 친구가 우선이고, 직접적 관계가 없는 타인이나 공동체에 대한 관심과 연계성이 낮다는 겁니다.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의 정치사회 단체 활동은 대부분 자원봉사의 형태로 이루어집니다.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나 정치인을 위해 기꺼이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또 시민단체 환경단체 활동 등을 통해 정치적 요구를 표출하기도 합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삶, 그 삶을 실현시킬 수 있는 정책과 제도를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우리사회에서도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소외계층이나 장애인, 타인과 공동체를 위해 봉사하는 일 역시 자신이 지향하는 삶, 자아실현의 방법입니다. 

 혈연 지연 넘어 이웃으로, 지역사회 관계망 촘촘해야 건강

다양한 방식의 정치사회 참여와 자원봉사는 곧 자존감을 높이고, 삶을 만족스럽게 하는 요인이 된다는 점을 생활 속에서 구체적으로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 경험이 필요합니다. 이는 혈연 지연을 넘어 새로운 지역공동체로, 공공의 영역으로 사회적 관계망을 넓히는 길, 행복한 노년을 위해 꼭 필요한 조건입니다. 개인적 환경, 경쟁에 의해 규정되는 삶의 격차를 줄이고, 공공에 의한 삶의 균등을 실현해 나간다면, 우리는 우리가 가진 저마다의 다양성을 누리며 보다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기회를 넓힐 수 있습니다. 삶에 대한 선택의 자유가 없다면, 우리는 결코 행복해질 수 없고, 건강한 삶을 살기도 어렵습니다.

 
발행인 이영아

관련기사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