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살리는 치유의 숲② 고양 곳곳에 도시숲을 만들자 


고양시민 1인당 도시숲 WHO 기준 미달, 대도시 중 최하위 


숲이 치유의 공간으로 주목되면서 동시에 주목받는 새로운 개념이 하나 있습니다. 산림복지입니다. 복지는 누구나가 고르게 잘 살 수 있도록 하는 정책입니다. 그간의 복지정책이 생존을 위한 의식주의 해결과 의료에 중점을 두었다면 미래의 복지는 보다 적극적인 의미를 담습니다. 생존을 넘어 행복한 삶으로,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목표를 두어야 합니다. 

숲, 산림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고, 자연과 시민이 공존하는 지속 가능한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주제입니다. 코로나19로 공동체가 격리되었을 때 가장 사랑받은 공간은 바로 도시주변의 공원, 도시숲이었습니다. 도시숲이 있는 마을과 없는 마을은 전혀 다른 삶을 살 수 있게 만듭니다. 누구나 건강하게 잘 살 수 있으려면 이제 국민 1인당 산림면적이 얼마나 되는지, 시민 1인당 도시숲 면적이 얼마나 되는지 따져야 합니다. 그리고 그 숲을 삶과 얼마나 친밀하게 활용하고 있는지도 중요한 지표가 되어야 합니다. 산림복지는 이제 다른 어떤 복지보다 중요한 개념입니다. 

도시숲의 우선적인 조건은 생활공간과 가까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크고 좋은 숲이라도 생활공간인 도시와 떨어져 있으면 도시숲의 기능을 하기 어렵습니다. 도시숲은 독립적인 기능보다는 크고 작은 숲이 연결되어 서로 보완하는 기능이 중요합니다. 하나의 큰 숲 보다는 열 개의 작은 숲이 서로 네트워크 될 때 도시의 숨통 역할을 잘 할 수 있습니다. 

 도시숲 1ha, 경유차 27대 1년 내뿜는 미세먼지 흡착 

도시숲은 여름 한낮의 평균 기온을 무려 3~7℃ 낮추고, 습도는 9~23% 높입니다. 플라타너스는 잎 1㎡당 1일 664㎉의 대기열을 흡수한다고 합니다. 하루에 15평형 에어컨 8대를 5시간 가동하는 것과 같은 효과입니다. 도시숲의 역할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크고 확실합니다. 숲의 기능을 입증하는 다양한 실험 지표들이 데이터로 쌓여있습니다. 

도로변 가로수와 아파트 단지내 녹지, 주택의 정원은 산소를 내뿜어 공기를 정화시키고, 미세먼지와 분진 등 공기 중 오염물질을 흡수해줍니다. 느티나무 1그루(엽면적 1600㎡)는 연간 이산화탄소 2.5톤을 흡수하고, 산소 1.8톤을 방출합니다. 성인 7명이 1년 동안 필요로 하는 산소량을 공급해주는 겁니다. 1㏊의 숲은 연간 168㎏의 대기오염 물질을 흡착합니다. 이중 미세먼지는 46㎏, 이산화황 24㎏, 이산화질소 52㎏, 오존 46㎏에 달합니다. 1㏊의 숲이 경유차 27대가 1년 동안 내뿜는 미세먼지를 해결해주는 겁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도시숲의 부유먼지와 미세먼지 저감효과를 조사한 결과 부유먼지는 25.6% 감소했고, 미세먼지는 40.9% 감소했습니다. 나뭇잎은 표피세포의 굴곡과 섬모, 돌기, 왁스층을 동원해 미세먼지를 흡착·흡수하고, 가지와 나무줄기는 떨어지는 미세먼지를 차단하는 역할을 합니다. 나무와 숲은 온몸으로 오염을 막으면서 도시와 사람을 지켜줍니다. 

숲은 소음공해를 줄여주기도 합니다. 폭 10m 너비 30m의 수림대가 있으면 7㏈의 소음을 감소시키고, 고속도로에 큰 나무 수림대가 있으면 소음이 10㏈ 안팎 감소합니다. 도로 양쪽에 침엽수림대를 조성하고 중앙분리대에 키가 큰 침엽수를 식재할 경우 자동차 소음의 75%, 트럭 소음의 80%가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합니다. 
도시숲은 또 지역주민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삭막한 도시생활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스트레스가 풀리면 몸과 마음의 상태가 정상으로 회복되고 면역세포도 활성화 되어 건강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숲은 그저 바라만 보아도 심신을 안정시키는 알파파가 높아지고 스트레스 호르몬은 줄어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냥 추상적인 감정이나 주장이 아니라 과학적인 지표로 검증된 사실입니다. 도시숲의 확보와 활용은 이제 시민의 생명과 건강, 행복을 좌우하는 중요한 과제가 됐습니다. 

 한국산림면적률 OECD 4위, 서울수도권은 WHO기준 이하 

우리나라는 전체 국토면적의 63.2%가 산림입니다.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무분별한 산림개발이 진행됐지만 산지가 많은 지형 조건상 아직은 산림면적이 꽤 높은 편입니다. OECD 국가 중, 핀란드(73.1%) 일본(68.5%) 스웨덴(68.4)에 이어 4위입니다. 그러나 산림면적은 계속 축소되고 있습니다. 2015년과 2010년 산림면적을 비교했을 때 34,228㏊, 0.54%가 감소했습니다. 산림이 도로와 아파트단지, 산업단지 등으로 개발되면서 5년간 여의도 면적의 약 24배(6846㏊)에 해당하는 산림이 매년 줄어든 겁니다. 반면 임목축적 면적은 늘어나고 있습니다. 자연 그대로의 산림면적은 줄었지만 조림사업 등을 통해 인위적인 산림을 늘려가고 있는 것입니다. 60년대 70년대 산림녹화사업을 통해 95억본의 나무를 심고, 98년부터 산림청 숲가꾸기 사업이 시작되는 등 계획적인 임목축적이 자연 산림의 감소를 어느 정도 대체하고 있습니다. 2015년 임목축적 면적은 식목일 제정 원년인 1946년에 비해 16.4배 늘었고, 73년에 비해서는 12.4배 증가했습니다. 자연 산림을 잘 보존하고, 임목축적 면적을 지속적으로 늘려 간다면 기후변화나 미세먼지 등 이후 환경문제에 대처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심각한 문제는 전체 국토면적의 10%도 안 되는 서울 수도권지역에 전체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밀집돼 있다는 것입니다. 전 국토 중 산림면적이 차지하는 비중은 높지만 인구의 절반이 살아가는 서울 수도권의 산림면적은 상대적으로 열악할 수 밖에 없습니다. 

 고양 도시숲 면적 수원 성남 용인보다 더 낮다

2020년 현재 서울의 인구는 973만 명, 경기도 인구는 1324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44.4%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습니다. 수도권 인구 밀도가 높은 만큼 인구 1인당 도시림 여건은 취약합니다. 2017년 말 기준 우리나라 국민 1인당 도시숲 면적은 평균 10.07㎡로 WHO 권장 최소기준 1인당 9㎡를 넘기기는 했지만 서울 경기 등 인구가 밀집된 수도권 도시숲 면적은 WHO 기준에 못 미칩니다. 서울의 1인당 도시숲 면적은 4.38㎡로 WHO 기준면적의 절반도 안 됩니다. 경기도 역시 7.69㎡로 미달입니다. 고양시는 어떨까요. 고양시 1인당 도시림 면적은 5.70㎡, 경기도 평균보다 낮고 WHO 최소기준에도 한참 못 미칩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도시숲 면적을 못 갖춘 것입니다. 고양시와 자주 비교되는 경기도의 대도시들과 비교해보아도 고양의 도시림 면적은 열악합니다. 수원의 1인당 도시림 면적은 7.74㎡, 성남 8.72㎡, 용인 5.92㎡입니다. 고양과 가까운 파주는 10.76㎡, 김포는 8.65㎡입니다. 

고양시민 1인당 도시림 면적은 두 평이 채 못됩니다.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숲이 크게 줄어들었고, 도시화 과정에서 도시숲 조성을 챙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고양시는 1인당 생활권 도시림 면적 역시 최하위 수준이다.
고양시는 1인당 생활권 도시림 면적 역시 최하위 수준이다.

 일산신도시 제외한 택지개발지역 도시숲 상대적으로 열악 

고양시의 산림면적은 얼마나 될까요. 고양시 전체 면적 2억6800㎡ 중 도시림 면적은 2300만㎡로 전체 면적의 8.59%입니다. 전국 평균 도시림 면적은 46.71%, 서울시 평균은 24.29%, 경기도 평균은 32.55%입니다. 경기도 대도시의 도시림면적은 수원 29.78%, 성남 13.84%, 용인 10.54%, 부천 14.59%이며 과천은 무려 78.58%입니다. 고양이 가장 열악합니다. 

더 심각한 지표는 생활권 도시림 면적입니다. 생활권 도시림 면적은 집 주변, 직장 주변에서 가까이 접할 수 있는 도시숲 면적을 의미합니다. 아파트 주변의 녹지공원, 가로수, 학교숲, 자연산림 등이 모두 포함된 면적으로, 집 주변에서 느낄 수 있는 생활의 쾌적함 정도를 나타냅니다. 각 지역의 산림복지 측면을 고려한다면 생활권 도시림이 대표적인 지표가 될 수 있습니다. 고양시 생활권 도시림 면적은 594만㎡, 전체 면적의 2.22%에 불과합니다. 타 도시와 비교해 보아도 현저히 떨어집니다. 서울시 생활권 도시림 면적은 7.13%로 고양시보다 월등히 높습니다. 도시 곳곳에 조성된 공원 학교숲 가로수 하천 환경이 고양시보다 촘촘하다는 겁니다. 늘 서울보다는 고양이 쾌적하다고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결과입니다. 경기도 대도시들과 비교해보아도 고양은 열악합니다. 수원시의 1인당 생활권 도시림 면적은 7.69%, 성남시 5.95%, 부천시 6.02%, 용인시 1.63%, 과천시 15.01%입니다. 

서울이나 부천 수원보다는 고양시가 더 쾌적하다고 느꼈던 이유는 아마 북한산과 호수공원, 한강 등 거대한 녹지공간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도시를 상징하는 도시숲이 뚜렷하다는 강점은 있으나 실제 도시숲 면적은 대도시 중 꼴찌입니다. 도시지역 내 공원면적이나 가로수, 학교숲 등 도시화 과정에서 챙겨야 할 도시숲을 챙기지 못한 탓입니다. 또 일산신도시 지역 등 계획된 도시의 경우 도시숲 비율이 높지만 무분별한 택지개발이 이루어진 고양시 곳곳 택지개발 지역은 도시숲 환경이 매우 열악한 편입니다. 고양시 내 지역 간 불균형의 지표이기도 합니다. 

국내 대표적인 도시숲으로 성장한 일산호수공원. 고양시는 무분별한 주택개발로 도시숲 면적이 크게 줄어들었지만 아직 희망은 있다. 호수공원과 북한산, 한강 등 누구나가 부러워하는 도시숲을 중심축으로 곳곳에 크고 작은 도시숲을 조성한다면 도시숲 면적을 얼마든지 회복할 수 있다.
국내 대표적인 도시숲으로 성장한 일산호수공원. 고양시는 무분별한 주택개발로 도시숲 면적이 크게 줄어들었지만 아직 희망은 있다. 호수공원과 북한산, 한강 등 누구나가 부러워하는 도시숲을 중심축으로 곳곳에 크고 작은 도시숲을 조성한다면 도시숲 면적을 얼마든지 회복할 수 있다.

 북한산 호수공원 한강, 중심축으로 곳곳 도시숲 만들자 

고양시는 산림을 잘 활용하는 측면에서도 아직 소극적입니다. 산림청은 전국 곳곳의 우수한 산림을 보존하고 치유의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크게 자연휴양림과 산림욕장, 치유의 숲 등으로 구분됩니다. 자연휴양림은 174곳이 있고 이중 자치단체 지정 자연휴양림은 108곳입니다. 산림청 지정 산림욕장은 전국에 202곳이 있습니다. 경기도에는 37곳이 있습니다. 최근 산림치유에 대한 관심과 호응이 높아지면서 각광받고 있는 치유의 숲은 58개소가 있습니다. 각 자치단체들이 앞장서서 치유의 숲을 만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고양시에는 자연휴양림은 물론 산림욕장, 치유의 숲 등 산림을 활용하는 사례가 단 한 건도 없습니다. 고양의 산림이 다른 지역에 비해 뒤처지진 않습니다. 북한산 국립공원과 고양동 개명산은 수도권의 대표적인 산림자원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또 고봉산과 정발산 노고산 등등 고양 곳곳의 산림은 자연휴양림, 치유의 숲, 산림욕장으로 얼마든지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도시숲 투자는 시민의 생명과 건강 지키는 ‘1순위 투자’ 

고양시는 아직 희망이 있습니다. 고양에는 다른 어느 도시에서도 따라올 수 없는 자연적 자산이 있습니다. 도시의 허파인 북한산과 호수공원, 한강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부러워하는 세 곳의 도시숲을 중심으로 도시 곳곳에 크고 작은 도시숲을 조성한다면 얼마든지 도시의 쾌적함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더 중요한 일은 더 이상의 무분별한 산림파괴와 주택개발을 중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산황동 골프장 개발사업에 반대하며 1년 넘게 고양시청 내에서 천막 시위를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고양환경운동연합과 산황동 주민들, 그리고 산황동 숲을 지키는 데 공감하는 시민들입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막막한 싸움이지만 도시숲이 시민의 삶에 미치는 직간접적인 영향을 생각한다면 참으로 소중한 저항일 수 있습니다. 고양시가 산황동 숲을 보존하고 고양의 대표적인 도시숲으로, 산림치유의 공간으로 조성하는 방안을 고려하길 고대합니다. ‘산황동 땅 한 평 사기 운동’과 같은 시민적 참여도 중요합니다. 

도시숲은 이제 쾌적한 환경이라는 수식어만 붙지 않습니다. 도시숲은 시민의 생명과 건강을 좌우하는 기준입니다. 한 지역의 산림복지 수준을 결정하는 지표입니다. 도시숲에 투자되는 예산은 고양의 미래를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입니다. 다른 투자는 시간이 갈수록 유지보수비가 들고, 끝내 사라져 버리지만 도시숲에 대한 투자는 시간이 갈수록 스스로 성장하고, 스스로 효과를 배가시킵니다. 고양시민 중 누가 아니라 고양시에 사는 누구나가 건강을 유지하며 오래도록 잘 살 수 있으려면 도시 곳곳에 숲을 만들고, 이 숲을 회복의 공간, 치유의 공간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집값이 아무리 높아져도 건강이 무너지면 행복할 수 없습니다. 도시정책의 1순위는 시민의 생명과 건강을 우선으로 두는 것입니다. 고양시가 강남이 부럽지 않은 새로운 건강도시의 모델로 당당히 성장할 수 있길 고대해봅니다. 

이영아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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